철도 기관사의 설 연휴 쓸쓸한 죽음

카테고리 없음|2017. 2. 7. 00:59


설 연휴 근무, 홀로 사무실에서 잠자

급성 뇌출혈로 의식불명 상태....끝내 사망

다음날 야간근무 시간 맞추지 못할 것 우려 귀가 안해


   서울도시철도공사 기관사가 지난 설 연휴 근무 때문에 홀로 사무실에서 잠을 자다 뇌출혈로 사망했다. 그의 가방에선 미처 먹지 못한 컵라면과 귤 등이 나와 안타까움을 더했다.


미처 먹지 못한 가방의 컵라면과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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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도시철도공사노조는 급성 뇌출혈로 의식불명 상태이던 기관사 오모씨(47)가 전날 밤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오씨는 연휴 첫날인 지난달 27일 주간근무를 마치고 오후 7시쯤 어린이대공원역 승무사업소로 퇴근했다. 


자택은 대전이지만, 교통체증으로 다음날 야간근무 시간을 맞추지 못할 것을 우려해 귀가하지 않았다. 오씨는 역사 내 노조 사무실에서 홀로 잠을 자던 중 변을 당했다. 명절이라 출근하는 사람이 없어 오씨는 의식을 잃은 지 반나절이 지난 28일 오후 2시에야 발견됐다. 병원에 이송됐지만 나흘 뒤인 지난 1일 결국 숨졌다.


오씨 가방에서는 컵라면 한 개, 귤 5~6개, 생수통 등이 나왔다. 지난해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청년 수리기사를 연상케 해 주위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김태훈 도철노조 승무본부장은 “매일 주야 근무를 넘나드는 불규칙한 근무로 제때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기관사들이 간식거리를 들고 다니는 일은 흔하다”고 말했다. 


입사 21년차인 오씨는 지난해 6월 50만㎞ 무사고 운행을 달성한 베테랑 기관사였다. 노조 대의원이기도 한 그는 지난달 서울시청 앞에서 2인 승무제 도입 등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주거비를 아끼려 고향인 대전에서 아내, 두 딸과 살며 서울로 출퇴근을 했다. 평소 건강한 체질이었으나 지난해 뇌혈관 이상이 발견돼 시술을 받은 적이 있었다. 


노조는 서울도시철도의 ‘1인 승무제’로 인한 스트레스와 매번 출퇴근 시간이 다른 교번제 근무형태가 오씨 사망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시간엄수 압박으로 휴식시간에도 긴장을 놓지 않기 때문에 만성피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던 서울도시철도 기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오씨 근무지인 7호선은 서울 노선 중 구간이 가장 길고, 심도도 깊어 심리적 압박이 상당하다”며 “기관사들이 편안히 쉴 수 있도록 1인 1침실 등 휴식공간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린이대공원역 승무사업소에 작은 휴게실이 있긴 하지만, 오씨는 당시 침대가 부족해 노조 사무실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은 “당일 야간 근무자가 아니었던 오씨는 애초에 승무사업소 휴게실에서 취침할 수 있는 대상자가 아니었다”라며 “서울시와 노조, 공사 등으로 꾸려진 ‘기관사 사망 근본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고 휴식공간 확충은 순차적으로 추진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경향신문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2021718001&code=940702#csidx259fcd3be4dd3d38ac2a16cf904c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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