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투자 늘리려면 벤처 대출 쉽게 하라"


노아 스미스(Noah Smith) 

미국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교수


   최근 몇 년 사이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한 적이 있다면, 이 기간 지속된 저금리 혜택을 운 좋은 소수의 사람만 누렸다는 것을 알 것이다. 


노아 스미스 

미국 스토니브룩대 교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촉발된 금융 위기 이후 대출 기준이 꽤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대출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급여명세서와 소득신고서 등 각종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런 복잡한 절차는 자본 배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거쳐야 하는 것이다. 은행이 빌려줄 수 있는 돈은 한정돼 있다. 따라서 대출을 받는 비용에는 금리뿐 아니라 높은 신용도 유지 비용도 포함된다.


이런 자본 배분 방식이 기업 투자에도 영향을 줄까. 그렇다면 금리는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유용한 지표가 아닐 수도 있다. 금리 하락을 유도하는 정책의 투자 촉진 효과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기업 투자는 198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반면 장기적으로 볼 때 투자를 위한 비용, 즉 금리는 예전보다 낮아졌다. 회사채 발행 평균 금리는 2009년 6.9%를 기록한 후 하락세다. 전 세계 금리 하락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투자 비용은 싸졌는데 실제 투자는 줄어들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우선 수요 감소를 생각해볼 수 있다. 생산성 하락과 인구 증가 정체 때문에 투자할 만한 프로젝트 수가 줄었다면 기업은 투자를 줄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단순한 설명이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미국 생산성이 다시 높아졌을 때도 투자 감소 현상은 계속됐다. 자본소득세율과 배당세율 인하 등 자본 비용을 낮춰 투자를 촉진하려던 정책들도 효과가 없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투자 비중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자본 배분의 문제점이 가장 유력한 원인이다. 애플,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몇몇 대기업은 흡족한 수준의 아주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대기업은 사업 기회를 포착하면 어떻게든 자금을 구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소기업과 벤처 회사는 돈을 빌리기 어렵다.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자금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들에겐 언감생심이다. 이 때문에 투자가 줄고 소수의 대기업에 자원이 집중돼 경제 효율성도 떨어진다.


작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 늘면 벤처 회사들의 투자가 증가할 수 있다.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금융 위기 이후 대침체 기간 자금줄이 막힌 소기업일수록 더 많은 직원을 해고했다. 당연히 투자도 적었다. 기업 투자가 증가하길 바란다면 기업의 자본 접근을 더 수월하게 해주는 정책이 단순히 금리를 낮추는 정책보다 더 낫다. 그동안 시행한 금리 정책은 효과가 없었다. 이제는 벤처 캐피털과 소기업 대출을 활성화해야 한다. 은행도 유망 기업이 자금 조달의 높은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조선비즈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30/2016123001205.html#csidxd4252c203265037bab24123b9b517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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