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경북대, 획기적 '자동 식모기(植毛機)' 개발



비용 200만원으로 절반 줄여

3개월 후에도 95% 이상 유지

임상시험 끝내 내년 실제 시술


    유전성 탈모의 유일한 해결책은 모발 이식이다. 


자동 식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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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개의 머리카락을 하나씩 옮겨 심는 방식이어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고민을 덜 수 있게 됐다. 국내 연구진이 모발 이식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자동 식모기(植毛機)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의료IT융합연구실은 "경북대학교병원 모발이식센터, 의료 기기 업체인 덴티스와 함께 한꺼번에 25개의 머리카락을 이식할 수 있는 식모기를 개발하고 임상시험을 마쳤다"고 16일 밝혔다.


종전 모발 이식의 원리는 이렇다. 탈모가 진행되지 않은 환자의 뒷머리 피부를 얇게 떼어낸 뒤 그 안에 있는 머리카락을 뿌리 부분인 모낭(毛囊)과 함께 하나씩 분리한다. 이 모낭을 바늘이 달린 연필 모양의 일회용 식모기에 붙여 탈모가 진행된 부분에 하나씩 꽂아 넣는다. 2000개의 머리카락을 옮겨 심는 데 평균 4시간 이상, 비용은 350만~400만원 정도가 든다. 배태욱 ETRI 박사는 "식모기를 여러 개 준비하고 하나씩 옮겨 심는 방식"이라며 "한 번 시술하는 데 의사가 팔을 움직이는 거리만 1000m에 이르기 때문에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경북대병원 의료진이 자동 식모기를 이용해 탈모 환자에게 머리카락 이식 시술을 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그런데 이번에 ETRI 연구팀이 개발한 자동 식모기는 한 번에 25개의 모낭과 머리카락을 담을 수 있다. 우선 바늘에 모낭을 붙이는 대신 바늘 속에 빈 공간을 만들어 모낭과 머리카락이 바늘 속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이어 식모기 내부를 총알을 넣는 탄창처럼 제작해 모낭이 든 바늘 25개를 넣는다. 탈모 부위에 식모기를 가져다 대고 버튼을 누르면 마치 샤프심이 나오는 것처럼 바늘이 하나씩 나와 일정한 깊이로 정확하게 두피에 구멍을 뚫은 뒤 모낭을 이식한다. 경북대병원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한 결과 2000개의 머리카락을 옮겨 심는 데 2시간이면 충분했다. 최은창 ETRI 의료IT융합연구실장은 "옮겨 심은 머리카락이 3개월 후에 95% 이상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ETRI와 경북대병원은 내년부터 자동 식모기를 시술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배태욱 박사는 "식모기 가격은 2000만원 수준"이라며 "일회용 식모기와 달리 바늘만 바꾸면 되기 때문에 2000개의 머리카락을 이식하는 데 최대 200만원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과 비용 모두 기존 방식의 절반 수준이다. 배태욱 박사는 "다른 나라에선 한꺼번에 여러 개의 모발 이식이 가능한 식모기가 상용화되지 않았다. 우리 기술로 해외시장 진출까지 바라보고 있다"면서 "식모기에 위치 추적과 이미지 인식 기술을 도입해 완전 자동으로 머리카락을 이식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건형 기자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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