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알리안츠생명 품은 中 '안방(安邦) 보험'의 질주


안방보험 총 자산 355조원 육박

해외 M&A 여력 넉넉 

‘종합 금융솔루션 제공 글로벌기업’ 목표

재무∙지배구조 투명이 성장 관건


한국 알리안츠생명 품은 中 안방보험의 질주

“안방보험은 올해 해외 확장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다.” 


    중국 3위 보험사인 안방(安邦)보험이 독일 알리안츠생명의 한국법인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기 하루 전인 지난 5일 중국의 상하이증권보가 익명의 안방보험 관계자를 인용해 전한 내용이다. 




이 보도는 안방보험이 최근 미국의 스타우드 호텔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급작스레 철회하면서 공격적인 해외 인수합병(M&A) 행보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불거진 가운데 나와 주목을 받았다. 하루 뒤인 6일 안방보험은 해외 자회사가 알리안츠생명의 한국 법인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기사 참조 中 안방보험, 한국 알리안츠생명 새 주인된다


안방보험의 알리안츠생명 한국 법인 인수 계약 체결은 안방보험의 해외 M&A 질주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안방보험의 재무정보와 지배구조에 대한 투명성 확보가 해외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도심을 가로지르는 창안(長安)가에 있는 안방보험 본사. 옆으로 SK빌딩이 보인다. /조선비즈


보험사 해외 투자 상한선 초과 논란

중국 정부가 안방보험의 해외투자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경고음을 낸 곳은 중국 경제 주간잡지 차이신(財新)이다. 안방보험이 발표한 스트래티직호텔 인수 합의와 스타우드호텔 인수 계획이 모두 성사되면 전체 보험자산의 15% 이상을 해외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위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안방보험의 해외 M&A 질주 제동거나


그러나 익명의 안방보험 관계자는 상하이증권보에 “스타우드 호텔 인수 계획을 철회한 것은 인수 경쟁 상대(메리어트 호텔)가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라며 “보험사의 해외 투자에 대한 (중국 당국의) 규제 때문이 아니다”고 강변했다. 안방보험 웹사이트에 따르면 총 자산규모는 1조9710억위안(약 354조 7800억원)에 달한다. 열흘 전 웹사이트에 표시된 1조6500억위안(약 297조원)에 비해 3200억위안(약 57조 6000억원) 이상이 늘어난 수준이다. 


안방보험의 자산규모가 1조위안(약 180조원)에 크게 못미칠 것이라는 차이신의 추정과는 큰 차이가 있다. 물론 안방보험은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웹사이트에 공개된 숫자가 외부감사를 받은 것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지배구조 등 불투명성 논란 제거가 지속 성장 관건

안방보험이 2014년 10월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인수를 시작으로 해외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비상장사인 이 회사의 재무정보는 물론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에 대한 의혹 제기가 잇따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안방보험이 지난해 2월 네덜란드의 비밧보험을 인수한 이후 안방보험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자료를 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비밧의 등급 평가를 중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안방보험 지분은 정체불명 투자 회사를 포함해 복잡한 관계로 얽힌 법인주주 30여곳이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최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2014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안방보험의 주주는 중국 최대 정유업체인 시노펙(중국석유화학)과 상하이자동차 등 몇몇 기업에 불과했지만 2014년 말에 갑자기 31개의 법인이 새로운 주주로 등장했다. 


WSJ은 2014년 안방보험 투자에 나선 법인 중 9개사는 모두 2012년 12월에서 2013년 1월 사이에 쓰촨성(四川省)에서 함께 등록된 업체라고 전했다. 쓰촨성은 2013년 3월 출범한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잡은 가장 큰 ‘부패 호랑이’인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이 쓰촨성 서기를 역임할때 만든 파벌인 쓰촨방(幇)의 거점이다. 


안방보험 창업자인 우샤오후이(吳小暉) 회장은 한 때 저우융캉 연루설이 돌기도 했다. 안방보험과 중국 정계를 연계하는 시각은 우 회장이 중국의 최고지도자를 지낸 덩샤오핑(鄧小平) 의 외손녀와 결혼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외신들은 마오쩌둥(毛澤東) 과 함께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천이(陳毅) 전 부총리의 막내 아들이 안방보험의 이사로 있고,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가문도 안방보험과 연이 닿아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전한다. 


때문에 일각에선 중국 고위층 부패자금의 해외 유출 통로로 안방의 해외투자가 활용되는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 전 총리의 아들인 주윈라이(朱雲來) 전 중국국제금융(CICC) 회장은 최근 참석한 보아오(博鰲)포럼에서 안방보험과의 관계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무관함을 강조했다. 


우 회장이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한 차례도 응하지 않을 정도로 안방보험은 언론 노출을 꺼린다. 하지만 안방보험이 점차 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방보험 관계자는 “4월 중순 안방그룹과 계열사에 대한 완전한 재무정보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방보험은 특히 해외 계열사들을 글로벌 자본시장에 대거 공개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베일에 쌓인 기업으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역사가 오랜 금융사 인수에 베팅

안방보험이 한국 알리안츠생명을 품은 것은 역사가 오랜 기업에 베팅하는 안방보험 해외 투자의 특징을 확인시켜준다.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의 전신인 제일생명은 1954년 설립된 곳으로 한국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생명보험회사다. 


안방보험이 지난 2014년 10월 인수한 벨기에의 피데아는 설립한지 100년 된 보험사이고, 그해 12월 사들인 벨기에의 델타로이드은행은 2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곳이다. 


2004년 설립된 신생 보험사인 안방보험은 해외의 오랜 역사를 가진 금융사 인수를 통해 단숨에 글로벌 금융기업이 되겠다는 목표에 다가서고 있다. 안방보험 웹사이트에 적시된 이 회사의 목표는 보험 뿐 아니라 은행 자산관리 리스 등 종합 금융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금융기업이 되는 것이다.


안방보험은 지난해 그룹이나 계열사를 통해 공상 중국 건설 농업 등 중국 4대 상업은행의 10대 주주에 오르고, 중국 1호 민영은행인 민성(民生)은행의 최대 주주가 됐다.


2004년 자동차보험으로 시작한 안방보험은 2010년 생보사를 설립하는 등 업무영역을 확장해왔다. 자산 순위로는 핑안(平安)보험 런소우(人壽)보험에 이어 중국 보험업계 3위이고, 자본금 규모로는 중국 1위 보험사다. 안방보험의 등록 자본금은 5억위안(약 900억원)에서 10여년만에 619억위안(약 11조1400억원)으로 급증했다. 


안방보험의 아시아태평양 책임자 야오다펑(姚大鋒)은 “한국 알리안츠 생명을 인수하기로 한 것은 안방보험의 글로벌 가치투자 전략에 부합한 것”이라며 “한국 고객에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자평했다. 이어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중국 고객들을 위해 더욱 탁월한 금융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보험을 넘어 투자은행 등 다른 금융영역에도 공격적으로 진출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방보험은 동양생명 인수 때처럼 한국 알리안츠 생명을 인수하면서 계열 자산운용사도 함께 매입하기로 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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