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한국은 무엇을 수출할 것인가" -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한국의 수출이 1월에 18.5%나 줄었다. 기록적인 급락이었다. 한국인들은 경제발전을 수출로 측정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집단적으로 등골이 오싹함을 느꼈다. 수출 감소는 심각한 도전이다. 하지만 반전을 위한 더 많은 투자가 과연 해결책일까. 근본적인 전략 수정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기하급수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세상은 빠르게 변화한다. 최근 나는 국회에서 개최된 ‘대한민국의 미래’ 세미나에 패널로 참가했다. 국제미래학회 이남식 회장의 다음과 같은 발언을 들을 수 있었다. “세계 최대 택시 회사인 우버에는 택시가 없다. 세계 최고의 미디어 원천인 페이스북은 아무런 콘텐트도 만들지 않는다. 최강 소매업자인 알리바바에는 물품 재고가 없다.”


정보가 주도하는 경제의 패러독스에 대한 이 발언을 나는 수출 급락 뉴스와 연결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국은 미래에 제품을 전혀 수출하지 않고 세계 최대의 무역국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비근한 예를 들자면 한국은 중국·베트남 등지에서 제조활동을 하고 있다. 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 기업들은 금융·마케팅·생산 규모 등의 장점을 무기로 글로벌 차원의 제조 체제를 창출했다. 하지만 이런 추세에는 보통 사람들에게 명백히 부정적인 면도 따른다. 공장의 해외 이전이나 완벽한 자동화 때문에 많은 좋은 일자리들이 사라지는 것을 그들은 목도한다.


한국이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이 독점하는 특정한 기술이 아니다. 한국인의 능력은 산업발전 기획, 디자인, 제조, 마케팅, 판매를 위한 복합적·통합적인 체제를 구축하는 데 있다. 과거에 한국인들은 조선·자동차·스마트폰·가전제품 등의 분야에서 성공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염두에 두고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였다.


어떤 복합적인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창출하기 위해 여러 기술들을 통합하는 한국의 능력 그 자체가 패키지로 수출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제멋대로 뻗어나가는 도시들을 지속가능한 생태도시로 탈바꿈시키는 게 향후 15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를 형성할 것이다. 중공업에 집중하는 기존의 도시는 서구식 자동차 중심의 도시계획에 따라 건설됐다.


공해 같은 문제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사람이 살 수 없게 될 도시들이 인도·중국 등 개발도상국에 수도 없이 많다. 이들 도시는 수백만의 거주민들이 살 수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로 완전히 다시 건설해야 한다.


이러한 프로젝트가 필요한 시장은 어마어마한 규모다. 프로젝트를 수행할 나라는 한국이다. 한국 자신이 동일한 전환기를 거쳐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표준적인 수출 기반 성장과는 달리 한국이 앞으로 할 일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될 것이다.


우선 한국은 모든 국내 주요 도시들을 지극히 빠른 속도로 세계에서 가장 앞선 생태도시로 전환해야 한다. 니즈(needs)를 충족시키기 위해 한국의 기술을 사용할 것이며 신속한 아이디어 채택과 실행이라는 한국의 장점을 발휘할 것이다.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도시의 건설은 최첨단 기술의 확보가 아니라 제도적인 혁신으로 기술을 통합하는 데 있다. 게다가 생태도시 건설 프로젝트는 문화와 연관성이 높다. 즉 젊은이들을 매료하는 새로운 문화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생태도시에는 협업을 위한 새로운 온라인 공동체와 네트워크를 발전시키는 게 포함된다. 이 또한 한국이 강한 영역이다.


한국이 생산할 생태도시라는 상품은 해외 시장만을 타깃으로 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자체가 상품이다. 한국이 태양전지를 생산해 수출만 하고 국내에선 쓰지 않는다는 사실은 끔직한 아이러니다. 이런 상황을 넘어서야 한다.


전기로 운영되는 교통 시스템, 태양열·풍력 등의 재생에너지원, 스마트그리드, 실효성 있는 재활용과 수자원 보존을 위한 보다 정교한 프로그램 등을 완벽하게 갖춘 친환경적이며 지속가능한 도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청년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또 새로운 일자리에는 젊은이들이 뿌듯해 할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산업도시를 생태도시로 탈바꿈시키는 스킬 자체가 상품이다. 각 지역 차원에서 한국인들은 한국 회사들과 힘을 합쳐 생태도시 건설 패키지를 해외에 판매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한국은 강력한 기술·행정·문화 노하우의 결합으로 인도에 있는 어느 도시를 신속하게 생태도시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국은 미래 시장을 예측해야 이런 전략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미래의 수요에 부응하려면 장기적인 계획으로 준비해야 한다. 아주 묘한 이야기이지만, 그러한 비전은 한국인들이 1960년대에 했던 것과 동떨어진 게 아니다. 그때 한국인들은 산재한 마을과 논을 바라보며 철강·자동차·석유화학 제품 제조의 거인이 된 한국을 상상했다. 지금 한국인들은 그런 꿈을 다시 꾸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딱 한 가지 차이는 방향이 다를 뿐이다.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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