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돈으로 '자사주' 사는 韓기업

투기자본 방어장치 시급


브릿지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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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 그룹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대량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자사주 매입을 경영권 방어의 최후의 수단으로 삼을수밖에 없는 재계의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규 투자, 고용 창출, M&A, 신시장 개척 등 경제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마당에 재계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자사주 매입이 주가 부양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경영권 방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자사주에 막대한 현금을 쏟아붓는 것은 국가경제 전반적으로도 큰 손해다.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에 급급하지 않도록 포이즌필(경영권을 침해당할 경우 기존주주에게 싼 가격에 주식매입권을 주는 제도), 차등의결권 등의 제도적 방어장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정도나 제도상의 차이는 있지만 자사주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투기자본들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제도들을 운영하고 있다.


21일 재벌닷컴이 10대 그룹 소속 96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영권 보호 등을 위해 취득해둔 자사주 비율(그래픽 참조)은 평균 3.26%로 나타났다. 자사주란 기업 자신의 자금으로 기업이 발행한 주식을 취득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으로 의결권은 없다. 그러나 보유하던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넘기면 의결권이 부활돼 한국 기업의 전형적인 경영권 방어 전략으로 꼽혀왔다. 


과거 SK가 소버린과의 분쟁 때 자사주를 은행들에 넘겨 의결권을 추가로 확보한 적이 있고, 삼성물산도 보유 자사주를 우군인 KCC에 넘겨 5%가 넘는 의결권을 추가로 얻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외국처럼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에 자사주 보유 비율이 유독 비정상적으로 높은 편이다.


신석훈 전경련 기업정책팀장은 “외국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제도가 있어 경영권 방어에 돈을 들이지 않고 맘놓고 경영을 한다. 한국 기업의 자사주 취득 비율이 유독 높은 것은 경영권 방어 제도가 없기 때문”이라며 “자사주 매입을 늘리다가 경영권이 위협받을 때 우호세력에게 팔면서 도와달라고 하는 현 상황은 얼마나 비효율적이냐.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투자나 고용이 아닌, 경영권 방어에 돈을 들이는 것은 국가 전체적인 차원에서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토로했다. 


과거 IMF나 SK-소버린 경영권 분쟁 등을 거치면서 재계를 중심으로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제도를 강화하려는 시도가 여러번 있었으나 번번이 무산됐었다.


지금은 IMF나 금융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국가적 위기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IMF나 금융위기는 일시적, 금융부분의 위기였다면 최근의 위기는 국가경쟁력 자체의 위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국가도 하나의 비즈니스 수단이 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우리가 너무 안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제도, 나아가 사업구조조정을 위한 원샷법 등을 시급히 도입해 국내 기업들의 선택권을 높이는 게 결국 우리와 우리 이웃들, 자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고 말했다.

브릿지경제 이혜미 기자 hm7184@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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