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품질 과연 높을수록 좋은가

전력부하 특성 따라 적정품질

전기 공급 가능하면

계통운영 낭비요소 제거, 

합리적 비용부담구조 가능


edited by kcontents 

케이콘텐츠 편집

 

 

 물건이나 제품의 품질은 높을수록 무조건 좋은 걸까? 대부분의 경우 이 말은 맞다. 하지만 용도에 따라서는 다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수돗물의 경우 먹는 물로만 사용하려면 생수 수준의 품질로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빨래하고 설거지 하는 용도로 사용할 물을 굳이 생수로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수돗물을 생수 수준으로 품질을 높이려면 엄청난 정화 비용이 들어간다. 국민들이 이를 감내하겠다면 상관없지만 오히려 수돗물의 품질을 조금 낮추는 대신 먹는 물은 끓여먹거나 생수를 사다먹겠다고 하면 이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자동차의 경우도 고성능의 엔진에는 연소가 잘되는 연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비싼 고급유를 사용하지만, 일반 차량들의 경우 일반유를 각각의 필요 수준에 맞게 주유해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전기는 다르다. 전통적인 교류 전력계통은 전체가 하나의 회전체와 같아서 계통 전체의 주파수가 동기화돼 있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 일부에만 높은 품질의 주파수를 제공하고, 일부에는 보통 품질을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고품질 주파수를 필요로 하는 부하 수준에 맞춰서 전체 주파수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데 사실 이러한 고품질 주파수 유지가 대부분의 전력 소비자들에게는 필요가 없다. 


전기품질은 주파수와 전압의 유지 수준, 정전여부와 시간에 해당하는 신뢰도 등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는 주파수 유지율이 99.9%에 달하고, 자체규정 ±±0.1Hz 안에서 유지되고 있다. 또 정전시간도 2012년 기준 연평균 가구당 12.7분으로 영국의 68분, 미국의 37분 등과 비교해 보면 매우 낮다. 


주파수와 정전시간 등으로만 보면 우리나라의 전기품질은 그야 말로 세계 최고 수준인 셈이다. 


그렇다면 모든 전기소비자가 동일한 전력품질과 신뢰도 공급을 받기보다는 소비자에 따라 적정 수준의 품질로 공급 가능한 전력망 구조를 만들 수 있을까?


아직은 아이디어 차원이기는 하지만, 전력공급자가 제시한 전력 품질과 신뢰도 기준보다 높은 수준을 필요로 하는 부하들은 자체적인 설비 개선으로 별도의 망을 구분해 다른 전력품질과 신뢰도 기준으로 운영 가능하도록 하고, 그에 따른 비용을 자체 부담하게 하면 된다. 

즉, 고품질의 전기를 요구하는 부하는 전체 계통으로부터 비동화해 주파수를 자체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BTB DC(Back-to-Back Direct Current)를 직접 설치 운영해 해결하면 된다. 


하지만 높은 전기품질을 놓고선 전문가들 간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5% 정도의 주파수 변동에도 큰 무리가 없는데, ±0.1Hz의 엄격한 주파수 범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너무 많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 소비자 입장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더군다나 앞으로 신재생에너지원이 대량 투입되고, 전기차의 보급이 늘어날 경우 엄격한 주파수 범위로 운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양의 주파수 조정 예비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 비용은 만만치 않다. 


반면 다른 일각에서는 전기품질은 높을수록 좋다고 항변한다. 물론, 주파수 유지와 정전시간 감소를 위해선 비용이 들어가지만 그 비용보다는 정전 등 신뢰성이 무너질 경우 발생하는 비용과 비교하면 크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결론적으로 전기품질과 관련한 논의는 정책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보통의 가정에서 사용하는 조명이나 TV 등의 가전제품은 빨래나 설거지용 수돗물처럼 고품질의 전기가 필요하지 않다. 반대로 전자, 화학, 철강 등 일부 전력다소비 사업장에서는 생수처럼 고품질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 


이처럼 전기를 사용하는 여러 부하 중 고품질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일부 부하에만 고품질 전력을 공급하고, 그 외 부하에는 적정 수준의 품질을 공급하게 되면 전체적인 전기요금은 낮아질 수 있다.


국민들 입장에서 보자면 고품질 전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해당 품질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부담하는 게 합리적이다. 


물론, 지금도 고품질의 전기가 필수적인 일부 사업장에서는 전압과 주파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고가의 장비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기 품질이 워낙 좋아 아직 대부분의 산업체에서는 그냥 한전에서 공급하는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산업체의 경쟁력 악화다. 


전자, 화학, 철강 등 고품질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일부 전력다소비 사업장에서 수 천 억 원을 들여 고가의 장비를 구입해야 하는데, 일부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국내 사업장을 해외로 이전할 경우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높은 품질의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주파수 품질을 유지하는 데 비용이 들어가고, 필요 이상의 품질을 선택의 여지없이 제공받게 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낭비적인 요소가 있다”며 “전력부하의 특성에 따라 적정 수준의 전기품질로 전력을 공급한다면 전력계통 운영상의 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고품질을 원하는 전력부하들이 필요 비용을 부담하는 합리적 비용 부담 구조로의 전환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정형석 기자 (azar76@electimes.com)

 

edited by kcontents


"from past to future"

데일리건설뉴스 construction news

콘페이퍼 conpaper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