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敬시대] 원앙처럼 살면 얼마나 좋을까


 

일러스트 : 김민지



  결혼식 주례는 신랑 신부에게 원앙처럼 살라고 한다. 이유는 딱 하나, 암컷과 수컷이 서로 사랑하는 원앙처럼 그렇게 사랑하며 살라는 뜻이다. 원앙이 물 위를 나란히 떠다니는 모습을 보면 너무 좋아 보인다. 이 때문에 금슬 좋은 부부를 원앙에 비유하고, 신랑 신부가 덮는 이불을 원앙금침이라 한다. 


스티븐 엠렌(Emlen) 코넬대 박사팀의 유전자분석에 따르면 포유류와 조류의 90%가 배우자를 앙큼하게 속이고 있다고 한다. 


금슬의 상징인 원앙도 예외가 아니다. 게다가 원앙 수컷은 최고의 바람둥이다. 짝짓기 때 무지개 색깔로 치장해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니게 되는 수컷은 자갈색 앞가슴과 오렌지색의 부채형 날개를 돋우며 암컷을 유혹한다. 원앙 수컷이 꽃미남으로 변신하면 눈에 띄기 쉬워 그만큼 잡아먹힐 확률이 높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암컷에게 각인시키고 과시해 짝짓기를 더 잘하기 위해서다. 이때 암컷은 잿빛 깃털로 뒤덮여 칙칙하다. 구애할 필요가 없고 알을 품을 때 육식동물로부터 피하기 위해서다. 


갖은 애를 다 써서 암컷에게 간택된 수컷. 일단 짝짓기를 하고 나면 암수의 행동은 너무 다르다. 짝짓기를 하고 난 뒤 암컷은 짝짓기를 한 신방(新房)을 계속 맴돌지만 수컷은 교미가 끝나자마자 다른 곳으로 날아가 몸을 깨끗이 씻어 버린다. 게다가 암컷이 알을 낳으면 모든 양육을 포기한 채 바로 떠나 버린다. 


더 웃기는 것은 원앙새 암놈들도 서방질을 한다는 것이다. 원앙새 새끼들의 DNA 검사를 해 봤더니 약 40%는 지아비의 유전자와 딴판이었다. 그러니까 상대를 가리지 않고 교미하는 것은 수컷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암놈도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은 있다. 어미 원앙새도 다 사정이 있어 그런 것이다. 암놈 원앙이 여러 마리 수놈의 씨를 받으면 각양각색의 아비를 닮은 새끼들이 태어날 수가 있고, 그래서 불리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논리다. 그런 갸륵하고 야무진 암놈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암수가 평생을 같이 사는 일부일처제(一夫一妻制)는 주로 새, 특히 오리 무리에 많고 영장류는 겨우 3% 정도다. 새끼의 성장이 더뎌 부모의 보살핌이 절대적인 종에서 주로 일부일처제가 많다. 하지만 패트리샤 고워티(Gowarty) 조지아대 박사에 따르면 일부일처제 동물 180종 중 불과 10%만이 유전적으로 진짜라고 한다. 나머지는 모두 일부나 일처의 자손이 아니라는 얘기다. 


사람과 새는 성적 특성이 닮았다. 인간은 도덕과 윤리가 욕망을 누르고 있을 뿐이다. 남성들의 바람기는 많은 씨를 남기겠다고 발버둥 치는 것이고, 여자는 건강한 유전자를 자식에게 물려주려고 애쓰는 것이다. 


일부일처의 삶에 있어서도 노는 것들은 끼리끼리 만나게 된다. 남자들이야 원래 그렇다 치지만 요즘은 여자들도 감추고 있던 발톱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아기를 낳으려고만 섹스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니까 하고, 쾌락을 맛보려고도 하니까 이왕이면 남자가 많을수록 좋을 것이다. 다음 생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지만 바람피운 숫자만큼 머리에 꽃 달고 사는 지옥으로 떨어질지언정 아무것도 안 달고 맨머리로 있는 것이나 장미꽃 한 송이만 달랑 꽂는 것보다는 안개꽃을 꽂고 싶은 것이다. 결혼할 때 주례가 신신당부하신 대로 원앙처럼 살아 봐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안 드는 것인지.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 서울교대·경원대 행정학 박사 / 일러스트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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