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IS사태 장기화, 한국기업에 불리" - 조성환 쿠웨이트 SHBC그룹

 

 

조성환

중동건설 컨설턴트·쿠웨이트 SHBC그룹 사업개발 담당 임원

전 SK건설 중동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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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상황이 예측 불허의 내전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 때문에 이라크 진출 한국 건설사들은 공사에 애로를 겪는 등 큰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다.

 

수니파 과격 단체인 IS와 미국간 전쟁이 장기화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우리 기업의 대응 전략이 불가피해보인다. <일요경제>는 중동 현지에서 건설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조성환씨 (전 SK건설 중동지사장)을 만나 현지 분위기와 한국 건설업체의 상황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Q : IS가 바그다드 인근까지 진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라크 소재 한국 건설업체들은 지금 어떤 상황인가.

A: 이라크 북부 지역에 진출한 포스코건설, 한국가스공사 등의 업체는 모두 철수했다. 또한, 이라크 남부에 사업장이 있는 한국업체들은 안정적인 상태라 하나, 시간이 가면서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다.

 

Q : CNN 등 외신에서 IS사태가 고착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IS사태가 한국기업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A: 이라크 북부뿐만 아니라 남부 지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IS가 점령한 팔루자에서 한국업체의 대형 정유공장 현장이 있는 카르발라와는 단지 120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결국 선급금을 이미 받은 설계를 제외하고는 구매와 건설공사는 시작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의 수주가 더욱 어려워짐은 물론, 계약한 공사도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는데다, 더 크게는 IS의 목표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라크 내 한국인이 납치당할 수 있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

 

Q : 업계에서 중동지역 건설 전문 컨설턴트로 인정받고 있는데 언제부터 중동건설시장에서 일했나.

A : 1982년부터 줄곧 중동시장에서 일해 왔다. 올해로 33년째다. 이 기간 동안 중동을 거쳐 간 많은 한국과 서구 건설업체들의 명암을 지켜봤다. 지금도 그들을 지켜보며 시장을 분석하고 있다.

 

Q : 국내에선 건설산업이 사양 산업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를 어떻게 보나.

A : 한국 국내에 초점을 맞추면 건설산업이 포화상태라는 점에서 전망이 없다. 그러나, 해외 건설산업은 여전히 유망한 업종이다. 제조업은 설비투자단계에서 자본이 들어가야 하고 결과도 장담하기 어렵지만, 건설업은 사전에 설비투자를 전혀 하지 않고도 수주가 가능한 그리고 인력만으로 승부하는 가장 매력적인 사업이다. 더구나 세계 건설시장은 널려 있다. 한국의 대형 건설업체는 물론 중소 건설업체들도 모두 해외로 나가야 한다. 특히 오일머니로 부자가 된 중동은 우리에게 살 길이 열려 있는 곳으로 놓쳐서는 안된다.

 

Q :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중동이나 남미 지역에 진출한 한국의 대형건설업체 가운데 적자를 보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A : 저가 수주가 주요 원인이다. 중동 지역의 경우, 지난 2011년부터 한국 건설업체들은 서로간 지나친 경쟁으로 출혈을 감수하고 입찰에 응했다. 저가 입찰은 대략 5-10% 정도 손실을 감안하고 계약하지만 수행 단계에서 품질 저하와 공기 연장 등의 악순환이 발생하면서 실상은 30~40%의 손해까지 이르게 된다. 지난해 한국 굴지의 대형 건설업체에서 어닝쇼크가 발생해 화제가 된 것도 저가 수주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지금까지 알려진 그 규모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이다.

 

Q : 한국업체들간 출혈경쟁이 저가 수주를 유발하고 이것이 적자공사로 이어진다면 예방책은 없나. 국내 같으면 불법임을 알면서도 담합 수주를 왕왕 하는데.

A : 한국업체들이 우물 안의 개구리에서 뛰쳐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업체끼리 해외에서 수십 년간 손해를 보고 싸워 왔다. 이제는 메이저 플레이어들끼리의 경기로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중동 EPC시장에서 한국업체들은 큰 손해를 봤지만, 역으로 전체 메이저 플레이어들 중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이 위치를 잘 활용해야 한다. 전 세계의 건설 시장을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사이 좋게 나눠먹을 수 있도록 정보를 수집, 교환, 친목을 나눔은 물론, 분석하고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저가로 입찰하여 수주하는 것은 아마추어의 일이다. 이익을 크게 낼 수 있는 입찰에서 성공하는 것, 그것이 전문가의 영역이다.


Q : 중동 EPC업계의 판도가 궁금하다. 한국 업체는 선진국과 인도 중국 등 후발업체의 중간 위치에 끼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도약할 가능성은 있는가.

A : 지금의 중동 EPC 시장은 유럽과 일본의 5개사, 한국의 소위 빅5 등 10개사가 끌고 나가고 있고, 인도의 3개사, 중국의 2개사가 추격하고 있다. 대책이나 전략도 없이 한탄만 하고 있으면 한국업체는 곧 무대에서 사라진다. 앞서 말했듯이 한국업체가 음지의 리더가 되어 유럽과 일본의 5개사와 비밀 협의체를 만들어 출혈 경쟁을 지양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미래의 중동 EPC 시장을 주도해나갈 수 있다고 본다. 필요하면 인도나 중국업체들이 입찰에 들어오지 못하게 메이저들끼리 발주처에 압력을 가해 PQ수준과 조건을 높게 조정해야 한다.

 

Q : 저가 수주로 적자를 보는 것보다 국내업체간 컨소시엄 형태로 수주를 하는 것이 낫지 않나.

A : 최근에 잠깐씩 이루어지는 국내업체간 컨소시엄에 대해 언론의 호평은 과장된 면이 적지 않다. 그동안 한국업체의 대규모 적자는 우리끼리의 출혈경쟁에서 나온 결과다. 간혹 컨소시엄 형태로 수주가 이뤄지더라도 어떤 특수 상황에 의한 것이지 진정한 협력 관계에 의해 이뤄진 것은 아니다. 쿠웨이트 CFP에서 5개의 한국업체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했지만 컨소시엄의 리더는 전부다 유럽 및 일본업체가 하고 있으며 과실은 이들이 다 가져가고 있다. 애석한 일이다. 진정한 제휴란, FEED와 PMC업체, 해상 EPC업체, 장거리 파이프라인 공사업체, 전체 시공을 전담할 수 있는 업체, O&M업체 등과 국적에 관계없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가격 경쟁력과 시너지 확보가 이루어진다.

 

Q : 한국업체들끼리의 협력은 가능한가, 그리고 전략상 소홀히 한 것들은 무엇인가.

A : 한국업체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상대방 한국업체다. 다른 한국업체가 수주하면 안되기 때문에 서로가 적자를 감수하면서 따야 되는 것이다. 특히 경영진의 실적 위주가 중요하다 보니 ‘묻지마’식 수주를 하는 경향이 있다. 공멸을 피하기 위해서는 한국업체들끼리는 서로를 인정하고, 믿고, 대화하고, 활용하고 공동 보조를 취해야 한다. 첫 번째로 일이 많더라도 한국업체들은 입찰에 전부 참여해야 한다. 그래서 공동의 적인 인도나 중국의 침입자를 막아야 미래를 확보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입찰 참여 시 이익에 대한 불문율적인 신사협정이 필요하다. 차라리 어떻게 해야 더 높은 이익을 내는가에 대한 경쟁이 벌어져야 한다. 세 번째로 전체 시공을 감당할 수 있는 전문업체를 공동으로 키워 서로가 활용해야 한다. 만약에 중국업체를 시공 하청업체로 쓰면 수년 후 이 업체는 우리의 EPC 경쟁상대로 등장할 것이다. 네 번째로 새로운 PQ에 인도나 중국업체가 통과되면 한국업체 전체는 입찰에 불참한다는 공동전선을 발주처에 펴야 한다. 이제는 무조건적인 수주보다는 제대로 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PQ, 입찰 그리고 수주는 전략의 결과물이 되어야 한다.

 

Q : 한국의 중소건설업체 경우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돼 힘든 상황이다. 중동지역에서 국내 중소건설업체들의 일거리가 있는지 궁금하다.

A : 중소건설업체들을 위한 틈새시장이 중동에 널려있다. 대부분의 국제 EPC업체들은 대형 프로젝트에만 참여하기에 2천만 달러에서 1억 달러까지의 중소형 플랜트 건설시장은 비어있다. 특히 시설개선 혹은 업그레이드 공사 등에 한국의 중소건설업체가 엔지니어링 능력을 갖고 있으면 진출이 용이하다. 아울러 중동에는 오래 전에 지어진 수많은 건물과 시설물에 대한 O&M의 니즈(Needs)가 크기 때문에, 중소업체들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가 된다. 중동에서는 ‘건설’하면 ‘한국’이라는 좋은 이미지에 최근 한류 열풍까지 더해져 한국 브랜드가 상당히 좋다. 한국의 중소건설업체들이 중동의 현지기업과 합작사업을 벌이지 않는 이유는 아마 현지 사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인구 증가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중동만큼 건설분야에서 호황을 누리는 곳은 없다. 한국에게 ‘지는 해’가 아닌 떠오르는 ‘블루 오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Q : 쿠웨이트에 거주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나.

A : 쿠웨이트에 가족과 함께 14년째 살고 있다. 한국에서 알고 있는 중동의 이미지와는 너무 다르다. 이웃나라 이라크에서 연일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하는 등 치안이 불안하지만 이곳은 평화로우며 풍요롭다. 쿠웨이트는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의료, 교육, 주거 등을 국가가 책임지는 복지천국이다. 전기와 물을 국가에서 무상으로 지원하고 어떠한 세금도 없다. 바깥은 섭씨 50도를 오르내리지만 모든 건물에는 중앙냉방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어 실내는 항상 쾌적하다. 한마디로 편안하게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Q : 해외 취업을 꿈꾸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A : 중동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인력시장이다. 일반 잡부 및 기능인력 외에도 엔지니어와 중간 관리자의 수요가 엄청나게 크다. 작년에 UAE의 아드녹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에서는 그동안 쓰던 엔지니어를 유럽에서 한국으로 눈을 돌려 공개 채용 해갔다. 금년에는 쿠웨이트의 KNPC와 KOC에서 한국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하고 있다. 민간기업의 전체 인원 중 약 90%가 외국인력이다. 그만큼 외국인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곳이다. 한국의 청년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은 중동을 관심있게 보라는 것이다. 경쟁이 너무 심한 한국사회에서 중동은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중동이 위험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 시리아나 이라크에 한정된다. GCC 6개국은 치안이 매우 안정되어 있다. 도전 정신이 있는 청년이라면 중동에서 마음껏 능력을 펼쳐 보는 것도 좋다. 

[일요경제] 최윤정 기자 | iris@ilyo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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