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팅? 왜 정치인들은 비극의 현장에서 기념촬영을 할까?

 

 

 

2014년 8월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들이 연천 28사단 의무 내무반을 찾아 현장 조사 후 부대 장병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기념촬영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조사하던 국회의원들이 현장에서 기념촬영을 한 것이다.

 

종종 논란이 된 일이지만, 2014년인 올해 그 어느 때보다 기념촬영 논란이 많은 건, 그 어느 때 보다 비극적인 사건이 많은 해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왜 그들은 비극적인 현장에서 조차 기념사진을 찍는가'란 문제다. 기념사진은 기념할 만한 상황에서 찍는 게 아닌가? 다른 이들에게는 비극적인 사건이 그들에게는 기념할 만한 일인 걸까?

 

지난 4월, 안전행정부의 고위 공무원이 세월호 유가족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기념촬영을 하려다 논란을 빚었을 때, '동아일보'는 기자칼럼을 통해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지적한 바 있다.

 

사진 촬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공무원들이다. 회의실에서, 행사장에서 사진 촬영은 빠지지 않는 통과의례다. 공무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는 것은 기록을 남긴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일이다.

문제는 기념과 기록의 구분을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 명목상 기록이지만 실제 내용은 기념인 경우도 많다. - 이성호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비극의 현장에서 기념과 기록을 혼동한 순간, 그들은 어떤 마음가짐이었을지 궁금했다. 아래는 올해를 포함해 지난 몇 년 간 있었던 기념촬영 논란과 그들의 해명을 정리한 것이다. 물론 해명을 들어도 이해는 쉽지 않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1. 격려, 그리고 기원의 마음에...

촬영일지 : 2014년 8월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들이 연천 28사단 의무 내무반을 찾아 현장 조사 후 부대 장병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28사단 의무 내무반은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이 벌어진 곳이다. 국회의원들은 3군 사령관, 28사단장, 그리고 부대 장병들과 화이팅을 했다.

 

해명 : “당시 방문 목적은 윤 일병이 근무한 환경, 부대 관리 실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여 실의에 빠진 장병들의 애로사항을 현장에서 직접 청취, 그리고 이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고 국회 국방위원회 차원의 현장 중심의 지원책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장병들을 포함한 지휘관과 1시간 30분 가량 간담회를 연 이후 자연스럽게 장병들을 격려하는 과정에서 안전하고 성공적 군 복무를 기원하며 단체 사진을 찍었다.”- 황진하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한겨레 보도)

 

2. 냉정하지 못한 마음에...

촬영일지 : 2014년 7월 22일,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강원도청 별관을 찾았다.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소방관 5명의 영결식이 열린 곳이었다. 당시 그는 여성 2명과 휴대전화로 기념촬영을 했다.

 

공감능력 "0%"
산화한 동료들은 울음바다..김태호 국회의원은 기념촬영 | 미디어다음 http://t.co/kZm33gDBjC pic.twitter.com/1QozuzfbRz

— AING COMPANY CEO (@sunghee139) July 22, 2014

 

해명 : “운구차가 떠나고 난 뒤 경남도지사 시절 안면이 있던 일부 참석자가 너무 강하게 사진 촬영을 요청해 냉정하게 뿌리치지 못했다.”-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 (동아일보 보도)

 

3. "이제 고생이 끝났다"는 마음에...

촬영일지 : 2014년 6월 11일, 경남 밀양시의 송전탑 반대 움막 철거 행정대집행이 있던 날이었다. 집행이 끝난 후, 움막들이 있던 자리에서 20여명의 여경이 사진을 찍었다. 경남경찰청의 '여경제대' 소속인 이들은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렸다.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가 지난 11일 행정대집행 당시 '경찰은 사실상 용역이었다'라고 주장했는데요, 이날 오후 농성장 철거 임무를 무사히(?) 마친 경찰의 기념촬영 모습입니다. 활짝 웃으며 승리의 V? pic.twitter.com/gfX6yR53SX

—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PRESSIAN_news) June 12, 2014

 

해명 : "오랫동안 많은 고생을 하다 끝났다는 안도감에 촬영을 한 것 같다. 어떻게 변명을 하겠냐." -경남 경찰청(YTN 보도)

 

4. "여기까지 왔는데..."하는 마음에...

촬영일지 : 2014년 4월 19일, 길환영 전 KBS 사장이 세월호 침몰 현장 주변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휴식하던 방송요원 15명이 도열해 사진을 찍었고, 30여명이 모여 한번 더 사진을 찍었다. "배경은 세월호였다."

 

해명(?) : "이왕 온 김에 모두 사진 한번 찍자. 다 오라고 해" - 촬영 당시 길환영 전 KBS 사장이 한 말 (KBS 노동조합 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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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추모의 뜻을 역사에 남기고 싶은" 마음에...

촬영일지 : 2010년 4월 1일, 당시 한나라당 공성진 최고위원은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 도중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 빈소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도 자신의 미니홈피에 '故 한주호 준위님 빈소에 다녀왔습니다'라며 헌화와 조문하는 모습, 방명록에 글을 쓰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nakyung src

 

해명 : "안중근 순국 100주년 추모식장에서도 기념촬영이 있었는데, 이는 추모의식을 역사의 기록으로 남겨 후세에까지 그 숭고한 뜻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고 한주호 준위 빈소 주변에서의 사진촬영 역시 이와 마찬가지일 뿐이다. 경건한 자리에서 무엇이 그렇게 기념할 것이 많다고 기념촬영을 하느냐고 한다면 빈소에서의 언론 취재활동, 카메라 촬영 역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 당시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 (프레시안 보도)

 

[기사본문]

http://www.huffingtonpost.kr/2014/08/07/story_n_5657084.html?1407397184&utm_hp_ref=korea

허핑턴포스트코리아  | 작성자 강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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