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敬시대]새 빨래판에 열광하는 여자들

 

 

 

 

여자들만 입장할 수 있는 쇼가 생겼다. 남자들도 속까지 보여주고 돈 챙기는 시대가 온 것이다.

 

여러 명의 남자들이 미아리 텍사스나 청량리 588 같은 데서나 볼 수 있는 유리창 칸막이에 한 명씩 들어갔다 나왔다를 하면서 웃통을 벗어던지더니 바지를 찢고 짝 달라붙은 가죽 팬티 차림에 거시기가 금방이라도 뭘 해야 할 것같이 불거져 있다.

 

골반을 맷돌처럼 돌리고 까딱까딱 땅 파는 시늉까지 한다. 바닥의 흥건한 물에 젖은 채 슬라이딩을 하더니 찰싹찰싹 물을 튀긴다.

 

맨살에 와이셔츠 칼라(collar)와 소매, 그리고 새 다리 같은 넥타이만 달랑 끼운 채 현란하게 추는 춤에 세밀하게 쪼개지는 근육은 너무 과하지 않고 섹시해 보인다. 샤워를 마친 듯 물에 젖은 촉촉한 헤어스타일, 근육질 팔뚝, 초콜릿 복근을 고스란히 노출해 야성미 넘치는 치명적인 매력을 과시하면서 여자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미스터들의 한바탕 쇼. 붉은 조명이 비치는 가운데 울려 퍼지는 거친 숨소리와 격렬한 퍼포먼스에 어린 여자들이 소리 꽥꽥 질러대며 좋아 죽는데 가관이다. 작은 액션이라도 할라치면 환호와 비명과 함성이 쏟아진다.

 

그분들이 객석으로 다가오니 여자들 눈이 동그래지고 서로 만져보려고 난리다. 내숭 떨던 여자들이 본능을 제대로 발산하는 것 같다. 오래전에 클리프 리차드 공연 때 흥분한 여자들이 속옷을 투척했다는 이야기와 맞아떨어진다.

 

여성들은 언뜻언뜻 스치는 광경 속에서 성적인 충동을 느낀다. 여성들도 몸매나 얼굴이 깔끔하고 잘생긴 남자를 봤을 때 안아보고 싶고, 스포츠센터에서 땀 흘리고 운동할 때 티셔츠 속의 근육을 상상하며 자극받는다.

 

일에 지쳐 저녁 늦게 퇴근할 때, 깔끔한 머리 모양과 오뚝한 콧날에 자신만만하고 힘이 넘치는 듯한 남자가 지나가면 가슴이 뛴다. 야한 영화를 볼 때 남성만큼은 아니더라도 심장의 박동 수가 빨라지면서 흥분돼 강한 욕구를 느끼게 된다.

 

소셜데이팅 서비스 ‘이음’ 조사 결과 최고의 ‘핫가이(hot guy)’는 초콜릿 복근과 균형 있는 보디라인을 가진 근육남이 36.5%로 1위를 차지했다. 타고난 멋스러움을 가진 남성 스타들로 대표되는 간지남 29.2%, 명석한 두뇌와 반듯한 외모를 가진 모범남 16.9%는 그 뒤다.

 

복근에 임금 왕(王) 자가 새겨진 남자들을 보면 카리스마 넘치고 강해 보여 여자를 보호해줄 것 같지만 보디빌더같이 울퉁불퉁한 큰 근육에 튀어나온 혈관은 징그럽고 부담스럽다. 그러니까 마디가 너무 굵은 빨래판이나 오래돼 닳아빠진 빨래판은 별로고, 날씬하면서도 적당히 근육이 붙은 새 빨래판 같은 복근을 좋아한다는 얘기다.

 

격렬한 일이나 운동을 한 뒤 땀에 흠뻑 젖은 섹시한 남자의 모습은 여성들의 로망이다. 마님이 왜 베적삼 벗어젖히고 장작 패는 머슴에게만 쌀밥을 줬는지 알 만하다.

 

배 나오고 옆구리 살이 삐져나와 소파에 배 쭉 깔고 누워 TV 리모컨 이리저리 돌리며 야식 가져오라고 심부름시키는 중년 남편을 아내는 좋아할 수가 없다.

 

셔츠 단추 서너 개 맘 좋게 풀어주신 옷발 좋은 남자 탤런트들을 시기 질투하지 말고 흔해 빠진 팔굽혀펴기나 소파 밑에 발 집어넣고 누웠다 일어났다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 서울교대·경원대 행정학 박사 / 일러스트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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