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뱀을 잡아먹는 개구리의 이야기 VIDEO:The Story Behind the Epic Photo of a Snake-Swallowing Frog

 

  뱀은 천성적으로 울지 못하는 동물입니다. 뱀 자체가 소리없는 스텔스 사냥꾼의 본성을 타고 났거든요. 기껏해야 방울뱀이 꼬리를 흔들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천적을 위협하는 정도지요. 그런 저항에도 불구하고 길달리기새 같은 천적에게는 바로 잡아먹히고 말지만요.

 
JULIE-ANNE O'NEILL. National Geographic 지난 2011년 호주 노스 퀸슬랜드에서 촬영된 사진. 개구리에게 먹히는 뱀이 최후의 몸부림을 치는 장면이 포착됐다.

 

그렇지만 이 사진 속 뱀은 분명히 울부짖고 있습니다. 비록 성대가 없어서 목소리는 낼 수 없지만 두 눈을 그렁그렁하고 입을 벌리며 마음으로 절규하고 있어요. 포식자의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넘어가 위장에서 녹아들기 전, 내지르는 소리없는 비명이자 처절한 몸부림입니다. 문학시간에 배운 공감각적 이미지가 바로 이런 것일테죠. 침묵으로 울부짖습니다. ‘살고 싶다. 살려달라’고. 자연 세상의 통념을 뒤집는 복수의 서사 중 하나가 바로 ‘뱀 잡아먹는 개구리’입니다. 이 사진은 포식자 개구리와 먹잇감 뱀의 관계를 말해주는 가장 유명한 사진 중의 하나랍니다.

 

 

이 사진은 2011년 호주 노스 퀸슬랜드에서 촬영됐습니다. 거주민 줄리-앤 오닐은 당시 폭풍우가 몰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주변의 야생동물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기 궁금해서 돌아다니다가 믿기 힘든 장면과 마주쳤습니다. 이 지역에서 흔하게 보이는 나무청개구리가 입을 쩍 벌리고 있었는데, 그 목구멍 사이에서 갈색 뱀 한마리가 어떻게든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죠. 벌레를 주식으로 하는 이 개구리가 뱀마저 먹잇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게 확인됐어요. 짐작컨대 개구리는 뱀의 꼬리부터 공략한 뒤 국수가락을 후루룩 넘기듯 머리끝까지 입속으로 집어넣는데 성공합니다. 뱀의 몸뚱아리 전체를 인수합병하기 직전 개구리는 마지막 자비심을 발휘해서 가련한 뱀에게 최후의 세상 구경을 시켜주려던 것일까요? 양서류의 두뇌 구조상 그런 감수성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이 사진을 촬영한 오닐은 훗날 내셔널 지오그래픽 인터뷰에서 감히(!) 뱀을 삼킨 개구리도 살아남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됐다고 합니다. 크고 강하게 저항하는 뱀을 삼키는 과정에서 개구리 자신도 혓바닥에 큰 상처를 입은 모습이 확연했거든요.

 

그러나 웬걸요. 개구리는 이튿날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뱀이 단단한 자양강장제가 됐나봐요. 그렇게 숲의 맹수를 꿈꾸며 무럭무럭 자라났던 뱀에겐 새드엔딩이 됐지만, 개구리로서는 값진 영양만점 식사를 함과 동시에 잠재적 천적을 제거해줘 갑절의 해피엔딩을 맞게 됐죠. 누군가의 비극은 누군가의 기쁨, A의 죽음으로 B의 삶이 윤택해지는 것이 자연의 법칙입니다. 사진속 포식자와 분류상 가까운 다른 청개구리가 뱀을 사냥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Video Clip Youtube) 보실까요?

 

이처럼 뱀을 잡아먹는 개구리의 이야기는 그런데 아주 이례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뱀도 그렇듯 개구리도 천성적인 육식맹수입니다. 눈앞에서 움직이는 것은 본능적으로 잡아먹죠. 오늘도 어딘가에서 개구리들은 뱀과, 쥐, 새를 사냥해 꾸역꾸역 삼키고 있을 겁니다. 포악하고 과감한 식성으로 개구리로 가장 유명한 족속은 ‘팩맨’이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남미의 뿔개구리입니다. 게임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현란한 몸색깔로 치장하고 있어 애완용으로도 곧잘 길러집니다. 몸길이는 10~15㎝ 정도로 ‘적당히’ 큰 편이지만, 이들의 포식장면은 섬뜩함을 자아내요. 당장 한입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먹잇감을 굉장한 악력으로 꽉 문다음 앞발을 마구 휘둘러 먹잇감의 저항을 무력화시키면서 한입 두입 꾸역꾸역 입속으로 밀어넣고 종내에선 꿀꺽 삼킵니다. 먹히는 입장에선 차라리 통째로 삼켜지는게 고통이 덜할텐데 그런 배려를 짐승에게 기대하긴 어렵겠죠.

 

/PAC Frog Eat Youtube 캡처 팩맨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남미산 뿔개구리가 자신보다 덩치가 작은 같은 뿔개구리를 뒤부터 삼키고 있다.

 

 

먹성하면 황소개구리를 빼놓을 수가 없겠죠. 한반도의 논두렁과 연못을 완전히 휩쓸 것처럼 우려되던 황소개구리들의 대공세는 어느정도 진정된 느낌입니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왜가리나 수달 등이 최근 상당히 숫자가 증가하면서 포식자 역할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추정도 해봅니다. 이들의 사촌뻘인 아프리카황소개구리나 아시아황소개구리는 여전히 고향땅의 야생에서 주요 포식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죠. 아시아황소개구리가 뱀의 몸통을 입에 문 뒤 결국은 꾸역꾸역 삼켜서 뱃속으로 밀어넣는 포식 장면을 담은 동영상(페이스북 ভাগ্যবান-Frog) 잠깐 보실까요?

 

개구리 중 가장 덩치가 큰 것은 아프리카 서부 일부 숲지대에 살고 있는 골리앗개구리로 다리를 뻗지 않고 오므리고 있을 때의 몸길이가 최대 40㎝에 이릅니다. 이들의 식사 메뉴에 뱀과 도마뱀, 새 등이 포함돼있는게 하등 이상할게 없죠. 하지만 사바나의 사냥군으로 더 이름을 알린 것은 아프리카황소개구리입니다. 이녀석들의 왕성한 식욕을 보여주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동영상입니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개구리는 외래종에서 토착종이 된 황소개구리를 비롯해 모두 13종이이 있습니다. 황소개구리(18㎝), 두꺼비(12㎝), 참개구리(10㎝) 정도가 대형종인데, 외국처럼 뱀이나 도마뱀, 새를 마구 먹어치울 정도의 몸집이라고는 하기 어렵죠. 하지만, 생태계의 포식자로 벌레와 지렁이, 거미 등에게는 공포의 괴수로 군림해왔습니다. 반면 뱀과 물새들에게는 이렇게 소중한 식사거리가 없죠.

 

DIY Inventions Youtube 캡처 아시아황소개구리가 뱀을 꼬리부터 삼키기 시작해 마지막 머리를 삼키기 직전의 모습.

치열하게 삶을 살다가 누군가의 먹잇감으로 소화되면서 생을 마칠 가능성이 높은 이들은 생태계의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봄의 전령 개구리의 계절입니다. 최근 10여년새 산책길이 잘 조성된 하천길을 따라걸으면서 개구리와 올챙이들을 찾는게 그리 어렵지 않게 됐습니다. 개구리의 생태적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개구리를 테마로 한 전시행사도 열리고 있습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쿠아리움은 경칩을 맞아 토종개구리와 외국 개구리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를 연다고 합니다.

정지섭 기자 조선일보

 

 

The Story Behind the Epic Photo of a Snake-Swallowing Frog

(Source: nationalgeographic.com/photography/article/frog-vs-snake-photo-nice-shot)

 

https://youtu.be/pFxaxICz6X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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