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에서 연일 벌어지는 희한한 일들


국가보훈처에서 연일 벌어지는 희한한 일들

[사설]
   국가보훈처가 내년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맞아 '이달의 독립운동가' 12명을 뽑는 인터넷 투표를 벌이고 있다. 보훈처가 1차로 선정한 48명의 독립운동가가 대상이라는데 호국 선열을 모아 놓고 가수 뽑는 오디션 같은 것을 한다고 한다. 대학 입시안 공론화위원회니 대국민 여론조사니 하면서 무책임하게 혼란만 줬던 정부가 이제는 독립운동가까지 인기투표 방식으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어이없기에 앞서 놀랍다. 모두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분들이다. 공적에 경중이 있을 수 있지만 어떻게 인기투표 대상이 될 수가 있나. 경박스러운 데도 정도가 있다.

피우진 보훈처장. 육군 중령 예편으로 새정부의 최대 혜택을 받은 사람 중 한명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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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는 얼마 전엔 정부 지원받는 보훈단체가 정치활동을 하면 관계자를 감옥에 보내거나 벌금 물리겠다고 했다. 정부에 비판적이고 안보를 걱정하는 보훈단체에 재갈 물리겠다는 것이다. 보훈처 내에 부당행위 재발방지위원회를 만들어 지난 정부에서 한 일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겠다고 했다.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반대한 전(前) 처장을 감옥에 보내려고 검찰에 세 차례나 고발했고 네 번째 조사 중이다. 너무 지나치다. 안보 일선에서 헌신한 분들을 지원하고 기념사업을 하는 게 보훈처 업무다. 정성과 진심을 담아 차분하게 할 일이다. 그런데 정권 바뀌자 적폐 청산이며 독립운동가 인기투표까지 마치 정치단체 같다.

피우진 보훈처장은 여성 헬기 조종사 출신으로 암 수술 후 부당한 전역 조치에 불복해 소송 끝에 군에 복귀해 주목받았다. 최초의 여성 보훈처장으로 '유리천장'을 깼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런데 보훈처장이 된 이후 피 처장이 주로 한 일은 보훈이 아니라 정치다. 본연의 보훈 업무는 뭘 했는지 알 수 없다. 전임 처장의 정치 관여 의혹을 조사하는데 본인은 더 정치적이다. 어쩌다 보훈처가 이 지경이 됐는지 알 수 없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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