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보는 억울하다


세종보는 억울하다  


   한국의 ‘워싱턴 DC’로 불리는 세종시는 금강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형성됐다. 한강을 끼고 있는 서울과 비슷한 도시 형태다. 하지만 1년 내내 물이 넘치는 한강과 달리 세종시 금강에는 물이 거의 없다. 평소 유량이 적기 때문이다. 

  

김방현 내셔널팀 기자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는 요즘 세종시 금강의 건천(乾川)화 현상은 두드러져 보인다. 보(洑)를 만들어 수년간 가뒀던 물을 모두 빼내는 바람에 더욱 썰렁한 모습이다. 정부는 4대강 수질을 개선한다며 지난해 11월부터 세종보를 포함한 전국 4대강에 있는 10개 보를 개방했다.


물 가득 찼다 빠진 세종 보 현장, 폭염 속에 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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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있는 데 물이 없는 도시는 상상하기 어렵다. 세종보에 담았던 물은 도시 경관과 시민 생활에 꼭 필요한 인프라였다. 한강이 없는 서울을 떠올리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런던, 파리 등 세계적인 도시는 강물과 함께한다. 세종시민들은 넘실거리는 강물에서 카약, 요트, 래프팅을 즐겼다. 

  

경관뿐만 아니다. 물은 복사열을 냉각시켜 도시 열기를 식혀주고 바람을 일으켜 공기를 정화한다. 물이 없는 세종시 금강에서는 시원한 바람 대신 열기만 뿜어져 나온다. 일부 구간에는 보를 개방했어도 여전히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 


세종보는 세종시를 만든 노무현 정부 때 계획됐다. 행복도시건설청이 2007년 6월 발표한 개발계획에 따르면 “수변 경관에 대한 만족감, 위락·휴식공간 제공 등을 위해 수자원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보를 설치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명박 정부는 당초 계획에서 일부 설계만 변경해 2011년 9월 세종보를 만들었다. 높이 4m, 폭 360m로 사업비는 1864억원이 들었다. 

  

정부는 최근 세종보 개방으로 녹조가 41%가 감소하는 등 수질이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세종시민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강물이 빠지면서 물 조망권이 훼손되자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세종시의 랜드마크인 세종호수공원(32만2000㎡) 운영에도 비상이 걸렸다. 세종호수공원에는 금강 물을 공급한다. 세종시는 보 개방으로 용수 확보가 어려워지자 지난 3월 세종보 상류 5㎞지점에 자갈 보(둑)를 새로 만들었다. 

  

정부는 올해 안에 세종보를 포함해 전국의 4대강 보 철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인 세종시를 세계적 명품도시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강에 물이 없으면 도시 브랜드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4대강 사업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명품도시 세종시에는 강물이 흘러야 하지 않겠나. 

김방현 내셔널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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