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년 인구와 마티네 공연 [허찬국]


장년 인구와 마티네 공연 [허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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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년 인구와 마티네 공연

2018.05.08

인구 고령화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누구도 장년, 고령인구를 지원하는 데 따르는 사회적인 부담 증가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늘어나는 장년 인구를 부담스럽게만 여길 것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은퇴한 인구 중에도 활동적이며 관심 분야가 많고, 소소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을 갖춘 사람들도 많습니다. 따라서 이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면서 공연문화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게 한다면 좋은 일일 겁니다.

입장료를 낮춘 낮 공연 즉 마티네(matinee, 낮 공연 뜻의 불어) 공연을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약 7년 전 여름 미국의 뉴욕에서 마티네 공연의 혜택을 경험하고 감탄했습니다. 짧게 머물면서 큰 공연을 그곳에 었었던 딸의 도움으로 두 개나 보았습니다.

두 공연은 국내 마티네 공연의 주류를 이루는 간소화된 약식 음악회가 아니라 본 공연이 주중 오후에 열리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는 링컨센터에서 열린 음악회(화요일)공연이었고, 다음 날 본 것은 브로드웨이 흥행작 “Anything Goes”라는 뮤지컬이었습니다. 1930년대의 인기 뮤지컬을 다시 공연한 것인데, 특히 1980년대의 명화 ‘카바레’에 출연하여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던 조엘 그레이가 나와서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입장료는 저녁 정규 공연보다 50%까지 할인이 됩니다.

두 공연 모두 관객이 대부분 장년/노년층이었습니다. 50대 중반이었던 필자가 젊은이처럼 느껴졌습니다. 링컨센터 공연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대형 글자체로 인쇄된 프로그램(large print program)이 따로 구비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시력이 좋지 않은 노년층을 위한 배려였죠. 공연장에서 빈자리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대도시 뉴욕이니 주중 오후 시간에 고전음악, 뮤지컬을 즐기는 장년 인구가 많은 것은 당연할지 모릅니다

큰 글자와 보통 글자 프로그램 비교

서울의 경우를 살펴보죠. 수도권에 한국 인구의 반이 삽니다. 2017년 주민등록 자료에 따르면 약 175만 명의 60세~79세 인구가 서울시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교외까지 포함하면 2백만~3백만 명은 될 겁니다. 전국을 대상으로 한 통계청의 「2017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인구의 23.3%와 15.9%가 각각 음악 연주회와 연극·뮤지컬 공연을 연중 한 번이라도 보았고, 연주회는 2.7회, 연극·뮤지컬은 2.1회가 제일 많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약 40만~60만 명이 마티네 공연의 잠재적 관객입니다. 일 년간 공연이 있는 날 수가 100일이라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이들이 일 년에 두 번 간다고 했을 때 공연일마다 가능한 관객 수가 약 8,000~12,000명이 됩니다. 더 자주 가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상당한 규모입니다. 물론 60세 이하 인구도 마티네 공연 참석자가 많겠지요.

이들 중 이미 저녁 공연을 자주 찾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밤 10시경 공연이 끝난 후 귀가가 불편한 사람들도 꽤 될 거라 생각됩니다. 시간으로 보면 마티네 공연은 끝난 후 저녁 식사하기에 딱 안성맞춤입니다. 찾는 번거로움을 덜고, 아울러 인근 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공연장이 너무 넓은 지역에 분산되기보다 가까이 있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서울시는 이런 공연이 잦은 지역 지하철에 에스컬레이터 설치 등 장년 인구의 접근을 용이하게 해야 하겠지요. 중앙정부도 마티네 공연자들의 비용 및 입장료 지원을 제공하여 문화산업뿐 아니라 장년의 건강과 생활의 질 향상이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마티네 공연이 자리 잡아 일상화되면 해외 방문객들에게도 좋은 볼거리가 될 것입니다. 그동안 한류에 노출되어 긍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을 현재 25세~54세의 중국 인구가 약 6억 7,000만 명이나 됩니다. 이들 중 앞으로 쇼핑뿐만 아니라 공연에 관심이 있어 한국을 찾는 사람이 0.5%만 되어도 관람객 규모가 연간 3백만 명이 넘습니다.

마티네 공연 활성화, 해볼 만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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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허찬국

1989년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 연지준과 국내 민간경제연구소에서 각각 십년 넘게 근무했고, 2010년부터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 중. 개방 경제의 통화, 금융, 거시경제 현상이 주요 연구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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