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베드타운된 송도..."텅텅 빈 사무실"

  

결국 베드타운된 송도..."텅텅 빈 사무실"


   지난 18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 내 인천지하철 국제업무지구역. 2번 출구로 나오자 푸른색 통유리된 33층 높이 오피스 빌딩 ‘송도 센트로드’ A동이 나타났다. 센트로드 빌딩은 2011년 준공해 오피스텔 1개동과 오피스 A·B 동 등 3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송도국제도시 센트로드 빌딩. /김리영 인턴기자


사실상 아파트처럼 사용되는 오피스텔동은 입주한 상태다. 하지만 기업들이 입주해야 할 오피스 빌딩 두 개 동 중 한 개동 출입문은 철제 방범창으로 굳게 닫혀 있었다. 이 빌딩이 빈 채로 방치된 것은 지난해 초부터다. 2014년 입주했던 포스코엔지니어링이 지난해 초 포스코 송도 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입주할 기업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송도 국제업무지구 사업 개요.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센트로드 빌딩만 비어 있는게 아니다. 이 건물에서 600m 정도 떨어진 호수공원 중앙의 ‘아트센터 인천’ 건물은 2016년 5월 내·외부 공사를 모두 마친 상태다. 하지만 건물 주변에는 여전히 펜스가 둘러쳐진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사업시행자인 NSIC의 주주사 간 갈등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시행사로부터 사용 동의를 얻지 못해 방치돼 있다.


송도의 핵심 ‘국제업무지구’ 3년째 개발 중단 상태

인천 송도는 외국기업은 물론 국내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목표로 개발된 ‘경제자유구역’이자 ‘국제도시’다. 하지만 기업 투자가 지지부진하고, 핵심 지역인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사실상 중단돼 송도 전체가 ‘대규모 아파트촌’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센트로드 오피스 A동은 출입문이 방범창으로 굳게 닫혀 있다. /김리영 인턴기자


국제업무지구는 송도 6·8공구로 전체 면적의 10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 인천시는 송도국제업무지구에 외국 기업을 대규모로 유치하면, 국내 대기업과 중소·중견 기업도 함께 들어와 송도가 두바이와 싱가포르 같은 국제도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송도의 핵심인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마비되면서 모든 계획이 중단된 상태다.


게다가 국제업무지구 시업시행사인 NSIC(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는 당초 게일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이 공동 출자한 회사다. 그런데 2015년부터 두 회사간 분쟁이 벌어져 현재 송도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 자체가 중단됐다. 건물을 지어 올리는 것을 기준으로 국제업무지구의 공사 진행률은 3년째 80%에서 멈춰있다.


게일사와 포스코건설 갈등, 사업 재개 시기 불투명

송도 국제업무지구 블록별 개발 계획.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제공


송도국제업무지구(IBD)는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첫 추진된 민간도시개발 사업이다. 2003년부터 서울 여의도 면적 두 배에 달하는 송도 1·3공구(570만㎡) 부지에 약 24조 원이 투입됐다. 사업시행자는 NSIC로 미국 부동산 개발 업체인 게일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이다. 지분 비율은 각각 7대3이다.


송도 패키지4 위치. /땅집고


송도 국제업무지구에는 오피스 빌딩 5개 동과 송도 센트럴국제공원을 비롯해 체드윅 송도국제학교, 송도 컨벤시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등을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사가 80% 정도 진행된 2015년 게일 인터내셔널의 스탠리 게일(Stanley c. Gale) 회장의 개인 자산에 대한 세금 약 1000억원이 미국 국세청에 추징당할 상황에 빠지면서 주주사간 갈등이 시작됐다.


일반인 출입이 불가능하도록 펜스를 둘러친 인천 아트센터. /김리영 인턴기자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게일 측이 포스코건설에 게일 회장 개인의 세금을 일부 부담해야 한다며 황당한 주장을 했다”며 “상대방 회사의 회장 개인 세금을 포스코건설이 대신 낼 이유 없고, 낸다면 배임에 해당하는 불법적인 행위여서 게일 측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게일 측 관계자는 “회장 개인의 세금을 투자 파트너 회사에 내라고 요구하느냐”고 질문했지만, “답변할 수 없다”며 설명을 거부했다.


사업이 중단되자 NSIC의 자금난도 심각해졌다. 포스코건설은 NSIC의 부채 일부를 대신 갚아 주고 토지 매각권 등을 확보해 겨우 사업을 유지하고 있지만, 토지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급 오피스 공실 가장 많아…외국 기업 77개에 불과

국제업무지구 개발이 중단되면서 도시 전체의 기능에도 문제가 생겼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올 3월까지 외국인 유치기업 수는 77개다. 올해는 단 한 건도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송도보다 늦게 조성된 중국 톈진(天津) 빈하이(賓海)신구가 착수한지 5년도 되지 않아 4000여 개가 넘는 외국 기업을 유치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송도의 고급 오피스는 42.1%가 비어있다. 센트로드 A동이 통째로 비어있는 것을 비롯해 국제업무지구의 상징 빌딩인 IBS건물(35층)은 18층 이상층부터 70%가 공실이다. 국제업무지구 인근의 '푸르지오시티공인중개사사무소' 이만복 대표는 “한달에 한 두 건 정도 오피스 문의 전화를 받지만 계약이 성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문의도 외국 회사가 아닌 한국의 소규모 기업”이라고 했다. 


국제도시 특색 사라져…아파트만 들어서는 송도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은 중단돼 있지만, 송도 아파트 시장은 수도권 주택경기의 영향으로 아직 온기가 돈다. 미분양 주택 수가 줄고, 기존 주택시장도 지난 2년간 강세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송도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1402만원이고, 전세금은 1006만원을 유지하고 있다. 인천 구도심의 주거지가 노후화 돼 주택수요자들이 여전히 송도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송도 제1공구에 들어선 아파트. /김리영 인턴기자




하지만 주민들의 기대수준은 낮아졌다. 송도의 한 주민은 “송도가 두바이 같은 국제도시가 될 것이라고 믿는 인천 시민들은 거의 없다”며 “개발되면 좋은 것이고, 아니면 그저 새 아파트가 많은 깨끗한 아파트 촌이면 된다는 주민도 많다”고 말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송도는 서울 출퇴근이 불가능한 지역이어서 기업 유치가 더 이뤄지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에도 한계가 있고, 수도권에 그저 그런 대규모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남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리영 인턴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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