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이후 최대 곤경에 빠진 일본 총리 [황경춘]


집권 이후 최대 곤경에 빠진 일본 총리 [황경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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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이후 최대 곤경에 빠진 일본 총리

2018.04.25

정치적 오만과 독단으로 야당의 오랜 공격을 받아 오던 일본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잇따른 정계 악재로 지지율이 급락하여 집권 이후 최악의 궁지에 몰렸습니다. 금년 9월 여당 총재직 선거를 무난히 넘겨, 앞으로 3년 더 총리직을 맡을 것이라는 말이 쑥 들어갔습니다.

3월 중순에 발표된 NNN(일본 텔레비전)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이 처음으로 26.7%, 지지하지 않는다가 응답자의 53.4%로 나타나, 아베 총리를 긴장시켰습니다. 주말 국회의사당 앞 항의 집회에 정당과 노조 데모대원 외에 민간단체 회원들이 참가하고, 지방 도시에서도 ‘반 아베’ 집회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정계에서는 내각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면 정권유지가 어렵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4월 초에 내각 지지율이 약간 호전되었다는 교도(共同) 통신의 보도가 있었지만, 언론 매체의 대부분 여론조사가 20%대와 30%대 초반을 오르내렸습니다.

작년 10월 야당의 허를 찌른 기습 총선에서 대승을 한 아베 총리에 청천벽력 같은 이 돌변 현상은, 아베의 천적인 아사히(朝日)신문의 3월 2일의 특종기사 때문이었습니다.

이 기사는 놀랍게도 국유 토지 부정 불하사건에 관한 재무성 공문서 10여 건이 아베 총리와 그의 부인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게 삭제 또는 변조된 사실을 폭로한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이 사실을 부인하던 정부는, 공문서 개필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재무성 지방 관리가 자살하고, 담당부서 상관이었던이재국장에서 국세청 장관으로 승진했던 사람이 돌연 사임함으로써 문제가 확대되었습니다. 이 사임한 국세청 장관은 국회 청문회 답변 도중 50여 차례나 증언을 거부하여 더욱 의혹을 키웠습니다.

이 토지 불하사건의 수혜자(受恵者)인 사립 교육재단 모리토모(森友)학원이 설립하려던 초등학교의 명예교장이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昭恵) 여사였습니다. 이 학원은 과거 2년 동안 여러 부정 의혹으로 아베 내각을 괴롭혀 왔으며, 이 초등학교 건축 부지의 부정 불하도 아사히신문의 특종 보도로 세간에 알려졌습니다.

선거에서는 대패했으나 이 사건을 계기로 똘똘 뭉친 야당 여섯 정당은 부총리 겸 재무대신인 아소 다로(麻生太郎)의 사퇴를 요구하여 거절당하자 국회 심의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 소동 속에 미국을 방문하여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아베 총리는 별 성과 없이 귀국하였습니다.

미국의 철강관계 관세 인상 조치에서 한국, 캐나다, 멕시코 등은 제외되었으나, 트럼프와 가장 친한 외국 수반이라고 자랑하던 아베 총리의 일본이 포함되어 일본 국민의 원성이 컸습니다. 일본이 추진해 온 TPP(환태평양 파트너십)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탈퇴시켰습니다.

정상회담에서 이 두 가지를 바로잡게 되면 아베 총리 체면은 서고 국민지지도 올랐겠지만, 아쉽게도 트럼프와 골프까지 같이 치면서도, 트럼프는 아베에게 미·일 2자 무역협정을 강요하며 아베의 요구는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북핵 해결을 위한 각종 협상에서 ‘저팬 패싱’이란 말이 나올정도로 소외되었던 아베는 다가오는 트럼프·김정은 회담에서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문제를 거론해 달라는 아베 부탁에 승낙하는 정도의 성과만을 가지고 귀국했습니다.

하네다 공항으로 도착한 아베 총리는 그 길로 도쿄 시내의 호텔에서 자민당 지방 당원 750명이 모인 당원 연수회로 직행해, “방금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여 바로 왔습니다“라고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그가 비공개로 열린 이 모임에 참석한 것은 9월의  당 총재 선거를 위한 운동으로 정계에 비쳤습니다.

마이니치(毎日)신문의 4월 중순 여론조사에서 지난번 총재 선거에서 결선투표까지 가서 아깝게 떨어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의원이 28%로 아베 총리의 23%를 앞섰습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는 기자들에게 이번당 대회에서 아베 총리의 당 총재 3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아베는 지난해에 총재 임기를 두 번으로 제한한 당 규정을 바꿔 2020년 도쿄 올림픽 다음 해까지 총리직을 계속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꿈이 깨어질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돌 정도로 지금 아베를 둘러싼 정계 기류는 긴박합니다. 일본 최다 독자를 자랑하는 종합월간지 분게이슌주(文芸春秋)는 최신호에서 아베 총리가 9월 이전에 총리직을 사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추측 기사까지 실었습니다.

아베 총리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회담이나 트럼프·김정은 회담보다 더 급해진 자신의 정치 거취문제에 신경을 써야 할 정도의 딱한 처지에 봉착했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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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황경춘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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