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癌 보면 한국이 보인다"

"일본癌 보면 한국이 보인다"

10년내 유방·전립선癌 최다

  일본 도쿄 북쪽, 도심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의 주택 밀집 지역 고마고메. 이곳에는 130년 역사의 800병상 규모 도쿄도립 고마고메병원이 있다. 감염병 병원으로 시작했지만, 고령화가 시작된 1990년대부터 암환자가 급증하면서 병원 이름이 암·감염병 센터로 바뀌었다. 환자 명단이 적힌 간호사실 상황판에는 80~ 90대 초고령 환자가 수두룩하다.

우리나라에서 대장암 환자가 가장 많은 60대는 젊은 축에 속한다. 일본은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8%에 이르면서 한 해 암 환자가 100만명(2017년 101만명) 넘게 쏟아지고 있다. 인구는 한국보다 2.4배 많은데, 암 발생은 4.6배 많다. 암은 나이 들수록 많이 생기는데, 고령화 비율이 한국(15%)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탓이다. 일본은 현재 평생 남자는 62%가 암을 경험하고, 여자는 48%가 암을 겪는다. 그만큼 암 생존자도 많다. 다가올 초고령 사회에서는 암이 숙명이라는 메시지를 일본이 보여주고 있다.


일본 암은 한국 암의 미래
일본은 우리와 유전적으로 99% 같고, 음식과 생활 문화가 유사하다. 최근 50년간 서구화 경험을 공유했다. 고령화 비율만 다를 뿐이다. 고령화 속도를 감안할 때 일본의 현재 암 발생은 10년 후 안팎 한국 상황이다. 고령 비율이 20%가 넘던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일본의 암 발생 변화는 곧 우리에게 벌어질 현상이다.

일본 국립암센터 유방외과 외래에는 40대 여성과 60대 중반 여성이 섞여 있다. 현재 일본 여성에게 유방암은 압도적으로 1위다. 여성 10명 중 한 명이 유방암에 걸린다. 한국은 18~20명 중 한 명꼴이다. 유방암 발생 나이는 40대 후반에 급증하기 시작해 60대 중반에 최정점을 이룬다. 이런 패턴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일어나기 시작했다. 서구 문화와 저출산 세대인 40대 후반에서 급증하다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60대 중반으로도 옮겨 간 것이다. 한국은 현재 약 50세에서만 정점을 이루고 있고, 최근 60대에서도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국립암센터 기노시타 다카유키 유방외과 과장은 "한국은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 그런 현상이 더 일찍 나타날 수 있다"며 "이제 곧 일본처럼 60대 유방암 환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해 처음으로 대장암 발생 수가 전통 암 1위였던 위암보다 많았다. 지난 30년간 위암 발생은 지속적으로 줄었고, 대장암은 1990년대 후반부터 크게 늘었다. 고령화 비율과 대장암 증가세를 감안하면, 지금 한국이 바로 90년대 후반 일본이다. 대장암은 위암보다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생기기 때문에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더욱 늘어난다. 한국도 고령자 비율이 20%를 넘는 2025년쯤에는 일본처럼 대표적인 소화기 암이 위암에서 대장암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초고령자 전립선암·위암 증가
위암이 전체적으로 줄고 있지만, 75세 이상에서는 위암 발생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 세대는 암 발생 위험이 큰 고령인 데다, 위암 발생 주요 요인인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70대 감염률은 약 70%에 이른다. 일본은 현재 위암 환자의 절반이 75세 이상이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 적기 때문이다. 일본 국립암센터 이노우에 마나미 암역학과장은 "한국도 고령일수록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높기 때문에 고령자에서 위암 발생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2005년쯤부터 남성에서 전립선암이 폭증했다. 현재 남성암 1위다. 일본 발생 추이를 그대로 따라간다면 한국은 10년내 전립선암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고령자 비율 25%가 될 2020년대 후반에는 한국도 전립선암이 남성에서 가장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는 남성 암 5위다.

하지만 일본 암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전립선암을 과잉 진단하는 경향이 있다"며 "갑상샘암처럼 천천히 자라는 전립선암을 너무 많이 찾아내 의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80세 이상 초고령에서는 상대적으로 췌장암이 많이 생긴다. 일본은 지난해 4만명이 생겼다. 한국의 약 6배다. 고령화가 될수록 일본 여성에게 자궁암이 늘어난 것도 한국이 주목해야 할 현상이다.
도쿄=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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