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로 버티던 한국 경제에 '트리플 악재'..."원高까지"


수출로 버티던 한국 경제에 '트리플 악재'..."원高까지"


환율 3년5개월 만에 최저 

'제2 플라자 합의' 공포에 원·달러 환율 추락


美·中 무역전쟁 '확전'…금리 올라 내수도 위태

일자리·투자·소비 동시다발 위축 위기감 고조


   수출 호조 덕에 1년 넘게 순항하던 경제가 무역전쟁, 환율 급락, 금리 인상 등 ‘트리플 악재’를 만나 주춤거릴 조짐이다. 수출이 17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고, 올 1분기 상장회사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로 추정되지만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으로 인한 직간접적 타격과 미국의 원화가치 절상 압박, 빠르게 오르고 있는 시중금리 등을 감안하면 한순간에 경기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6원90전 내린 1056원60전으로 장을 마쳤다. 서울 을지로 KEB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앞에서 직원이 들여다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한국 경제를 견인해온 핵심 성장동력인 수출이 위태로워진 상황에서 또 다른 축인 내수는 여전히 지지부진해 지난해 가까스로 3%대 경제성장률을 회복하자마자 또다시 고꾸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고래 싸움에 유탄 맞는 한국 

수출은 2016년 10월 증가세로 돌아선 뒤 올 들어 지난달까지 1년5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갔다. 반도체 석유화학 등이 이끄는 수출 호조에 힘입어 기업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이를 바탕으로 투자와 생산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비상이 걸렸다. 당장 반도체 등 중간재 수출 감소가 불가피해져서다. 무역전쟁이 확대돼 세계 교역마저 위축되면 산업 피해는 광범위하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한국의 대중 수출은 매년 30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의 연간 대중 수출액의 19.9%, 한국 전체 수출액의 4.9%에 달하는 규모다. 미국의 직접적인 통상 압박도 부담 요인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229억달러 정도다.


추락하는 환율에 떨고 있는 기업들 

여기에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이 요구한 ‘외환시장 개입 억제’에 합의를 해줬다는 설(說)이 나돌면서 자동차, 철강, 조선 등 환율에 민감한 국내 주요 기업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간 환율 합의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달 들어선 그간 공고했던 달러당 1060원대마저 뚫렸다.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은 채산성을 악화시켜 수출기업엔 악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손익분기점 평균 환율은 달러당 1045원이다. 중소기업이 1046원, 대기업은 1040원으로 조사됐다. 적정 환율은 평균 1073원으로 나타났다. 이미 현재 환율 수준이 적정 환율을 밑돌고 있다는 얘기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공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신(新)환율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환율개입 금지 협의가 이뤄졌다면 자칫 한국이 ‘잃어버린 20년’ 시절의 일본을 답습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원화가치 절상으로 한국 수출에 초대형 악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에 내수마저 ‘흔들’ 

주요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거둬들이면서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은 올해만 3~4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6년5개월 만에 금리를 올린 한국은행도 추가 금리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덩달아 시중 금리도 빠른 오름세다. 


금리가 오르면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 빚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민간소비로 흘러들어가야 할 돈이 금융회사 빚을 갚는 데 사용돼 내수가 위축될 우려가 크다. 수출과 내수가 한꺼번에 위축되면 일자리와 소비, 투자가 동시에 움츠러드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중소·중견 기업을 중심으로 자금난이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상승할 때 중소기업 폐업 위험도는 7.0~10.6%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혜윤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소득 재분배를 위해 재정정책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고용 확대와 소비진작 효과를 단언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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