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내다보는 도로를 건설해야 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도로를 건설해야 한다

김운영 시흥시청 공무원


   오래 전에 고등학교에 다닐 때 고향인 용인 양지에서 오천으로 가는 국도가 2차선으로 되어 있었는데 양옆에는 가로수로 플라타너스가 심어져 있었다. 나뭇가지가 도로 중앙에서 만나 지나갈 때는 마치 나무터널을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말 아름다운 거리였다. 그런데 도로확장공사를 하면서 나무는 모두 사라졌다. 지금도 그 길을 지날 때는 그 때 생각이 난다.

섬진강변 도로

출처 http://blog.daum.net/baekseokhandle/800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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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우리나라 해안가를 한 바퀴 도는 도보여행을 하면서 아름다운도로로 지정된 곳을 걸을 때가 있었다. 해안가 경치도 아름다웠지만 도로변에 심어진 가로수도 한몫했다. 섬진강변을 따라 하동에서 화개장터까지 가는 도로에는 벚나무가 우거져 마치 터널을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나는 삼복더위에 인도로 걸어가면서 그늘이 지고 산들바람이 불어와 좋았다. 봄이면 벚꽃이 참으로 아름다울 것 같다며 봄에 다시 와야지 하며 걸었던 적이 있다. 아마 차를 타고 지나나더라도 나무터널을 지나가면서 “좋다”는 이야기가 입에서 저절로 나올 것이다. 




지난해 담양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대나무 밭도 좋았지만 메타세콰이어길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지금의 메타세콰이어나무 길은 차도가 아니라 사람들이 산책하는 관광지로 변했다. 지금은 차량이 다지지 않는 산책로이지만 처음 도로를 개설할 때는 대로였다. 도로를 확장하지 않고 가로수를 그냥 놔둠으로써 지금은 명물이 된 것이다. 


이 도로를 걷고 싶어서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도로를 걸으려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외국여행을 하다가 가이드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사용하던 도로가 좁아 확장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가로수를 베어내지 않고 도로 옆으로 지형을 살려가며 새롭게 도로를 개설하여 한 개의 도로는 가는 도로, 다른 한 개의 도로는 오는 도로로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가로수를 베어내지 않고 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방법을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안양에서 도로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도로를 개설하면서 넓게 도로를 개설했더니 불필요하게 넓게 개설하여 예산을 낭비했다고 중징계를 당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넓다며 예산을 낭비했다는 그 도로가 좁아 확장해야 되는 일이 생겼었다고 한다. 그 직원이 먼 미래는 아니지만 조금이나마 미래를 내다본 것인데 감사를 하는 사람이 잘못했다며 징계를 준 것이다. 


도로를 개설할 때는 100년을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한 번 개설한 도로를 확장하면서, 선형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수십 년 동안 잘 가꾸어 왔던 가로수를 베어 내버려서는 안 된다. 나무를 심을 때 예산이 들어가고, 나무를 베어낼 때 예산이 들어간다. 그리고 다시 나무를 심을 때 또 예산이 들어간다. 나무가 성장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도로를 개설할 때는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가로수의 수종은 어떤 것으로 할 것인지 신중하게 해야 한다. 설사 도로를 확장할 필요가 있을 때도 가로수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래에는 도로에 심겨진 가로수가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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