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문화와 기부 DNA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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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문화와 기부 DNA

2018.01.05

연말연시 기부 계절의 연례행사로 구세군 자선냄비, TV 방송의 이웃돕기 성금 프로그램, 자선단체들의 이웃돕기 성금 마련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나눔 문화’가 제대로 자리하지 못해 불우이웃 돕기 활동을 하고 있는 중소규모 모금단체들이 기부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이렇게 기부 분위기가 낮게 나타나고 있는 원인으로 불우아동을 위한 기부금 128억 원을 유용한 '새희망씨앗' 사건이나 희소병 딸을 위한 기부금 12억 원을 챙긴 이영학 사건 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20일 광화문 광장에 설치되어 목표 모금액의 1%가 채워지면 1도가 오르는 '사랑의 온도탑'이 '기부 한파'를 맞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범국민 모금운동으로 전개되고 있는 '희망나눔 캠페인'에서 37일이 지난 12월 26일까지의 모금액이 2천 85억 원으로 목표액 3천 994억 원의 52.2% 정도로 ‘사랑의 온도’가 52.2도였다고 합니다. 

이 수치는 2014년과 2015년 캠페인의 같은 기간 사랑 온도였던 69.4도와 66.1도보다 많이 낮으며,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기부 분위기 조성이 어려웠던 지난해의 38일째 수준인 58.0도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이렇게 진행이 될 경우 캠페인이 마감되는 1월 31일까지 목표액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도 비치고 있습니다. 

기부 문화 실천에는 소득, 행복지수, 기부에 대한 의식 등과 함께 기부 DNA(유전자)가 주요 요인으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기부 DNA’는 다른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부 유전자가 없다고 해서 전혀 기부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소득이 높아져 행복해지면 그 행복감이 기부로 이어져 기부 유전자를 변형시켜주면 다음 세대로 전달되어 기부 문화가 확산될 수 있습니다. 

통계청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부 경험과 기부 형태를 조사해 보고한 ‘2017년 사회조사 결과’에서 지난 1년 동안 기부 경험을 한 사람(13세 이상 대상)은 26.7%로 2015년의 29.9%에 비해 3.2% 감소했으며, 기부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의 기부 형태는 물품(6.2%)보다 현금 기부(24.3%)가 4배 정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부 경험이 없는 응답자들의 ‘기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조사에서는 ‘경제적 여유가 없음’이 57.3%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기부에 대한 무관심’이 23.2%로 2위였습니다. 그다음으로 ‘기부단체를 신뢰할 수 없음(8.9%)’, ‘직접 요청해온 적이 없음(6.3%)’ 그리고 ‘기부 방법을 모름(4.1%)'이 뒤를 이었습니다. 이를 2015년 조사와 비교해 볼 때 '경제적인 여유가 없음’의 응답은 63.5%에서 57.3%로 6.2% 줄어든 반면, ‘기부에 대한 무관심’이라는 응답은 15.2%에서 23.2%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요즘의 기부에 대한 무관심 증가가 반영되어 나타난 결과로 판단됩니다 

‘향후 기부 의향’의 조사에서는 ‘기부할 의향 있음’ 응답이 41.2%로 2015년보다 4.0% 감소했습니다. 기부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률은 40대에서 50.8%로 가장 높고, 그다음은 10대(49.4%), 30대(48.6%), 50대(42.7%), 20대(40.5%) 순이며 60세 이상이 24.3%로 가장 낮게 나타났습니다. 20대의 기부할 의향이 40.5%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게 나타난 것을 보면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40대의 기부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다른 연령대로 전파된다면 기부에 대한 인식이 좀 더 높게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됩니다.

‘기부할 의향 있음’보다 높게 나타난 ‘기부할 의향 없음’ 응답(58.8%)에서는 60세 이상이 75.7%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20대(59.5%), 50대(57.3%), 30대(51.4%), 10대(50.6%) 순이었고, 40대가 49.2%로 가장 낮게 나타났습니다. 

‘기부 문화 확산에 필요한 것’에 대한 조사에서는 ‘사회지도층․부유층의 모범적 기부 증대’가 47.9%로 가장 높았지만, 2015년의 54.5%보다는 많이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다음 순위인 ‘기부단체 투명성 강화(23.2%)’와 ‘나눔에 대한 인식 개선(16.4%)’은 2015년의 20.5%와 15.3%보다 소폭 상승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기부에 대한 인식이 사회지도층과 부유층의 의존에서 직접 참여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지표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은 마음은 간직하고 있지만, 그를 실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웃을 돕는 이타주의는 50%가 유전적이고 30%는 환경문제이며, 나머지 20%는 우연한 무작위가 원인이라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는 기부에 유전자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기부 유전자가 없는 사람은 전혀 기부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부는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며, 기부 문화가 확산되어 사회에 안정적으로 자리하면 사회의 자정(自淨) 역할도 할 것입니다. 기부는 소비가 아니라 투자이며 생산이기 때문에 기부하는 사람은 우리 사회의 명예로운 주주로 기쁨과 보람이라는 배당을 받게 됩니다. 

‘나눔 문화’ 의식을 확산시켜주는 기부 정신의 바탕에는 ‘기부 DNA’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새해부터 자신의 고유 기부 유전자가 기능을 잃지 않고 발현할 수 있도록 기부 행사에 적극 참여할 것을 권해 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이 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상업적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박대문의 야생초사랑

산사나무 (장미과) Crataegus pinnatifida

칙칙한 갈색 낙엽의 숲속에서 드러나지도 않던
산사나무 가지의 새빨간 열매가 
소복이 내려앉은 하얀 눈 속에서 보석처럼 빛납니다.
밝아오는 새해의 축복인 양 화려하게 드러납니다.
   
삭막하고 황량한 겨울 벌판에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렸습니다.
땅 위의 어둡고 칙칙한 온갖 것을 다 감추고
하얀 비단 자락을 깔고 덮은 듯 온 세상을 은빛으로 바꿨습니다.
어둡고 무거운 갈색의 낙엽에 싸인 천지가 환하게 밝아 보이고
이제껏 보지 못했던, 숨어 있던 진경(珍景)이 드러납니다.
   
온 천지에 소복이 내린 하얀 눈이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은 지난해의 모든 것들을 덮고
황금 개띠, 무술년의 새 아침을 환하게 밝히려나 봅니다. 
  
산사나무는 영명(英名)이 Chinese Hawthorn입니다.
열매가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개량된 품종이 많은데
겨울 열매가 특히 아름다운 품종으로 winter king이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미 일정은 
버지니아주 해병대 박물관에 있는 장진호 전투 기념비 방문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곳에 산사나무를 심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산사나무를 심으면서 
“산사나무는 별칭이 윈터 킹(Winter King)”이라며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 영웅적인 투혼을 발휘한 
장진호 전투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나무처럼 한미 동맹은 더욱 풍성한 나무로 성장하고
통일된 한반도라는 크고 알찬 결실을 맺을 것”을 기원했다고 합니다.
  
산사(山査)나무는 귀신으로부터 집을 지킨다는 주술적인 의미도 있다고 합니다.
산사나무의 붉은색과 귀신을 쫓는다는 동지 죽의 붉은 팥죽이 상통하나 봅니다.
그래서 로마에서는 축복의 의미를 담아 신부의 화관으로 만들기도 했다고 합니다. 
   
산사(山査)나무는 낙엽성 아교목으로 단단하고, 약간의 짧은 가시가 있습니다.
산사나무라는 명칭은 ‘산에서 나는 풀명자나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나, 
실제로 산사나무와 풀명자나무는 전혀 다른 종입니다. 
다른 이름으로는 아가위나무, 산사목, 찔광이, 찔구배나무라고도 합니다. 
전국 산지에서 자생하며 꽃과 열매가 아름다워 조경용으로 인기가 있습니다. 
그 열매 또한 예로부터 식용 및 약용으로 즐겨 사용되었으며
조선 시대에 임금의 소화를 돕기 위해 산사 열매 달인 물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전통 술로도 입지를 크게 다진 산사춘(山楂春)은 
산사나무의 열매로 만든, 배상면주가에서 제조한 술의 제품명입니다.
산사나무 열매를 보통 ‘산사자’라고 하는데 산사자는 체했을 때,
심장 건강과 혈액순환 그리고 노화 방지를 하는데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어 
한약재로 많이 사용되었기에 산사자를 발효시켜 술로 만든 것이라 합니다.
  
배고픈 겨울 산새의 훌륭한 겨울먹이가 되어 베풀고 
휑하니 텅 빈 겨울 하늘에 빛나는 축복의 홍보석처럼 
하얀 눈 속에서 더욱 곱게 드러나는 산사나무 열매와 같이
없는 자에게 많은 베풂이 있고 역경 속에서 더욱 빛나며
한·미동맹도 더욱 굳건하고 알찬 결실을 얻는 
축복의 새로운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2018, 1. 4 무술년 새해를 맞이하여)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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