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7…나 혼자만 알고싶은 연말 해넘이 명소


아듀! 2017…나 혼자만 알고싶은 연말 해넘이 명소


어제와 오늘…해질 무렵 그곳에 내가 있었다

파묵칼레, 사모아


   가끔, 그런 곳이 있다. 나만 알고 싶은 곳. 절대 추천하고 싶지 않은 곳. 마감 초읽기에 몰렸을 때, 정말이지 여행지 아이템이 없을 때 비로소 꺼내게 되는 히든 카드 같은 곳. 


계단식 논처럼 생긴 터키의 명물 온천 파묵칼레. 코끝은 시리지만 맨발을 온천수에 담그고 태양을 맞이할 수 있다.(왼쪽), 해가 가장 늦게 진다는 사모아의 일몰.



그러니까 지금처럼 연말에 딱인, 절묘하면서도 은밀한 스폿. 마침 또 연말. 초읽기에 몰렸다. 히든 카드를 공개한다.

그러니 당부 한 가지. 제발, 가지 마시길. 눈으로만 보시길. 


독특한 해넘이를 원하는 여행 고수들이라면 0순위에 올리는 곳이 사모아다. 날짜 변경선 덕에 세계에서 가장 해가 늦게 진다는 사모아. 이쯤 되면 여행 좀 아시는 분들, 따뜻한 남쪽나라 사모아·피지는 찍고 왔지 하실 게다. 그렇다면 이곳은 어떤가. 333개 섬으로 이뤄진 군도 피지. 여기서 세 번째로 큰 섬 타베우니란 곳. 여행 고수들 사이엔 연말·연초 버킷리스트 0순위로 꼽히는 핫스폿이다. 연말 이곳 비행편이 동나는 건 딱 하나 낡은 표지판 때문이다. 




그야말로 날것 그대로인 곳. 모든 게 제멋대로다. 그저 불쑥불쑥 솟아난 야자수 나무들. 멋대로 울퉁불퉁 휘어져 있는 천연의 해안선. 태초의 자연을 그대로 쏙 빼닮은 해변에 낡은 표지판 두 개가 보인다. 대략 30㎝ 간격. 뭐가 써 있는 걸까. 가만이 뜯어보면 단순한 단어다. '오늘(Today East)'과 '어제(Yesterday West)'? 아, 맞다. 그러니까 이곳이 날짜변경선이다. 이 두 표지판은 오늘과 어제를 표시해 놓은 '날짜변경선' 표시. 날짜변경선은 가상의 선이다. 경도 0도인 영국 그리니치천문대의 180도 반대쪽인 태평양 한가운데(경도 180도)로, 북극과 남극 사이 태평양 바다 위에 세로로 그어진다. 그 선을 기준으로 서에서 동으로 넘으면 날짜를 하루 늦추고, 동에서 서로 넘을 땐 하루를 더한다. 타베우니 해변가, 해넘이·해맞이는 이렇게 한다. '오늘' 자리에 선다. 해맞이를 한다. 그리곤 '어제' 자리로 점프. 0.1초 만에 백 투 더 퓨처, 어제로 돌아간다. 그리곤 또 한 번 해넘이·해맞이. 그야말로 '시간을 달리는 자'가 되는 거다. 


0.1초 더블 해넘이·해맞이쯤은 약과다. 터키에는 더 놀라운 해넘이·해맞이 명소가 있다. 누구나 아는 버섯마을 카파도키아 열기구 해넘이·해돋이 아니냐고? 천만에. 사실 열기구 투어는 연말·연초 비추다. 날씨 때문에 기류가 불안정해질 수 있어 성공 확률은 반반이다. 터키 현지인들은 사실 파묵칼레로 몰린다. 


이집트 클레오파트라 여왕도 이곳에서 온천을 즐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오래전부터 효능으로 유명한 곳. 목화솜을 뭉쳐놓은 것 같은 하얀 석회암과 하늘색 온천수로 인해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내는 파묵칼레는 계단식 논 형태다. 해가 지거나 떠오를 땐 논 형태로 나뉜 각 온천수에 햇볕이 고스란히 비쳐 거울처럼 빛난다. 수십 개로 나뉘어 빛나는 해넘이·해돋이의 몽환적인 풍경. 코끝은 차갑게 시리지만 맨발을 온천수에 담그고 수십 개로 빛나는 태양을 바라보는 건 최고의 경험일 터. 아, 잊을 뻔했다. 터키엔 해넘이·해돋이를 하면서 그 태양을 밟을 수 있는 곳도 있다. 터키 수도 앙카라 근교에 있는 투즈 호수. 요즘 떠오른 핫플레이스다. 투즈는 터키어로 '소금'이란 뜻.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소금호수다. 여름에는 물이 말라 하얀 소금이 깔린 사막 같은 느낌을 주지만 겨울에는 찰박하게 물이 차오른다. 해돋이가 시작되면 태양이 호수 바닥에 반사돼 빛나며 마치 태양이 두 개인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소금호수에 비친 그 해. 제대로 콱콱 밟아주며 사진 한 장 박으면 그게 인생샷이다. 

※ 사진 제공·취재 협조 = 터키관광청·사모아관광청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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