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고 거룩한 밤 VIDEO: Silent night, holy night


고요하고 거룩한 밤 

Silent night, holy night 


작고 소담한 성당  성 니콜라우스(Saint Nicholas)


  모차르트의 고향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북쪽으로 20km 정도 떨어진 인구 삼천 명 남짓의 작은 마을 오베른도르프에는 성 니콜라우스이라는 이름의 작고 소담한 성당이 있었습니다. 



이곳의 요제프 모어 신부께서 가사를 짓고, 성당 오르간 주자이자 음악교사였던 프란츠 그루버가 작곡한 곡이 바로 유명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입니다. 1818년 12월 24일 날 밤, 하필이면 오르간이 고장 나 모어 신부의 기타 반주로 초연되었다는 로맨틱한 일화도 전해집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빈 소년합창단)


한동안 티롤 지방의 민속 캐롤로만 알려져 있었는데요(사실 푸근하고 소박한 노랫가락이 딱 ‘티롤풍’입니다), 이후 전 유럽으로 전파되고 미국에서까지 히트하면서 엉뚱하게도 요제프 하이든이 작곡한 곡으로 와전되기도 했습니다. 1854년에는 베를린 궁정 합창단이 연주를 위해 ’고요한 밤’ 원본 악보를 찾아달라고 잘츠부르크 성 베드로 수도원장에게 공식요청하기에 이르지요. 공교롭게도 수도원장은 당시까지도 생존해 있던 작곡자 그루버의 지인이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프란츠 그루버가 직접 쓴 원본 악보의 사본과 작품의 유래가 담긴 사연이 함께 첨부되어 세상에 공개됩니다.



이 음악이 태어난 성 니콜라우스 성당은 1899년에 일어난 잘차흐 강 대홍수로 큰 피해를 입어 없어집니다. 1937년에 성당이 있던 그 자리에 기념 교회를 건립하고는, ‘고요한 밤 예배당’(Stille Nacht Kapelle)으로 명명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X마스’라고 자주 부르는데, 그건 무슨 연유에서일까요. 알파벳의 X는 그리스어의 그리스도 표기 XPIΣTOΣ(크리스토스)의 첫 글자에서 따왔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노엘(Noel), 이탈리아에서는 나탈레(Natale), 독일에서는 바이나흐텐(Weihnachten)이라고 부르니, 어쩌면 이어진 역사에 따라 N마스, W마스가 될 수도 있었겠지요.


연말연시와 겹친 시기여서 전 세계가 이 시절을 흥겹게 즐기고 있습니다만, 화려하고 흥겹기보다는 소박하고 푸근한 정서의 고요한 크리스마스를 원하신다면 역시나 독일이 먼저 생각나게 됩니다. 중세의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있는 독일 어느 소도시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걸으며 계피를 넣어 따뜻하게 데운 글뤼바인 한 잔을 홀짝 거리다보면 몸과 마음이 한결 훈훈해져 있는 걸 발견하게 되지요. 그들이 노래하는 캐롤도 아름답기보다는 그리움을 자아내는 훈기로 가득합니다. 


(독일 민속캐롤 ‘저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Vom himmel hoch o englein kommt’)


보다 경건하고 고졸한 성탄 분위기를 원하신다면 바흐의 종교음악을 들어볼 일입니다. 특히 그의 대작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감동 그 자체이지요. 바흐가 마지막으로 정착한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 칸토르 봉직 시절에 쓴 음악으로, 개신교적 엄격함과 소박함, 여전히 엿보이는 가톨릭적인 장엄한 숭고미 그리고 바흐 음악 특유의, 한 차원 높게 승화된 정신을 향한 갈망과 동경이 실로 엄숙하고도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바흐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존 엘리어트 가디너 지휘, 잉글리쉬 바로크 솔로이스트 외)


자, 이제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음악준비(?)는 제법 갖춰진 것 같습니다. 이제 성탄절은 종교적 의미를 떠나 문화적인 그리고 축제적인 색채가 더 짙지요. 전 세계인이 특정 종교와 관련 없이 이 시절을 여유롭게 즐기기에 요즘은 이 시절의 인사말로 ‘Happy Holidays’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평소에 단 것을 잘 찾지 않은 저조차도 견과류 위에 달콤한 초콜릿을 씌워 만든 크리스마스 과자들이 생각나는 걸 보면 한 해 중에서도 가장 즐겁고 아름다운 시기인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오 전나무여 O Tannenbaum’, 빈 소년합창단)


고요하고 평화로운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내시면서 2017년 한 해를 정리하는 여유로운 사색의 시간 가지시길 빕니다. 여러분 Merry Christmas & Happy Holi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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