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미청구액 줄었지만 '원가관리 리스크' 여전


건설업계, 미청구액 줄었지만 '원가관리 리스크' 여전


해외플랜트 미청구공사금 증액… 손실만 1조2744억원

11개 대형사 미청구공사 11조원… 지난해보다 5% 감소

미청구공사 부담 감소, 추정변경에 따른 착시 '지적'

해외 미청구공사 손실, 증가세… "지속적 모니터링 필요"


  '어닝쇼크'를 반복하던 건설업계가 미청구공사금액을 줄이며 잠재리스크 해소에 나선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수치상 착시현상에 불과할 뿐 긍정적 결과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8일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3분기 별도 기준 시공능력평가 상위 11개 건설사 미청구공사금액은 모두 11조원 규모로 지난해 3분기 12조원보다 5.40% 감소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8895억원에서 4364억원으로 -50.9% 줄이면서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으며 △대우건설(1조5229억원) -23.8% △삼성물산(1조1513억원) -15.9% △GS건설(1조6357억원) -10.5% 등이 전년대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청구공사는 건설사가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원가상승이나 설계변경 등으로 시공비가 증가했지만, 발주처가 인정한 진행률과의 차이로 시공사가 청구하지 못한 금액을 말한다. 발주처가 계약서상의 애매한 기준을 앞세워 공정비율을 다르게 잡거나 납기일을 미루게 되면 공사비가 회계상 손실로 처리돼 재무적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2010년대 초반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출혈경쟁을 마다하고 저가수주를 진행할 당시 주로 발생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어닝쇼크'가 이어지기도 했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몇년간 해외플랜트 사업에서 공사를 하고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공사가 많아 건설사들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전체적인 금액규모가 줄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청구공사 감소가 착시효과라고 지적하며 토목 및 플랜트 부문 원가관리능력을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창현 NICE신평 책임연구원은 "최근의 미청구공사 감소는 대부분 추정변경에 따른 수익감소 효과에 기반하고 있어 긍정적 상황 변화로 인식하기에는 무리"라며 "국내 건설사들의 비건축부문 원가관리능력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누적 공사수익 규모가 축소되면서 미청구공사가 감소하는 현상에 불과한 것이고, 회계상 인식된 수익과 자산이 부실화된 것을 의미해 긍정적 결과로 인식하기에는 무리라는 것이다.


NICE신평 분석을 보면 2016년 1분기부터 2017년 3분기까지 주요 종합건설사들이 비건축부문에서 추정변경효과로 인식한 공사손실은 모두 4조9946억원에 달한다. 이는 건축부문에서 추정의 변경으로 인식한 공사이익 규모인 3조4825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김창현 책임연구원은 "비건축부문 내 예정원가율 상승 등에 따른 미청구공사 부실화 기조를 감안하면, 토목 플랜트부문 대규모 손실위험은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해외플랜트 부문 미청구공사에 따른 손실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안타증권 집계 결과 대림산업·대우건설·SK건설·GS건설·한화건설·현대건설 주요 6개사의 지난 3분기 기준 플랜트부문 미청구공사로 인한 손실 규모는 1조274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 1856억원이었던 대림산업 미청구공사 손실액은 3분기에 1515억원 증가한 3371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K건설과 한화건설은 각각 355억원, 349억원 증가한 4857억원과 4236억원을 나타냈다.


현대건설은 올해 해외부문에서 미청구공사 영향을 부진한 성적을 냈다. UAE의 사브해상원유 및 가스처리시설의 경우 미청구공사가 1607억원에 달한다. 87%가량 공사가 진행된 UAE 원전 건설공사 미청구공사 규모도 2155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베네수엘라 법인 손실(600억원)도 있다.




GS건설도 3분기 누적 해외 손실 규모가 3500억원에 육박한다. 사우디아라비아 PP-12 프로젝트와 라빅2, 쿠웨이트 와라, 베트남 NSRP 등의 사업에서 손실이 누적됐다.


지난해 빅배스를 단행한 대우건설은 사업손실을 많이 털어냈지만, 여전히 해외사업부문 적자가 크다. 대우건설 3분기 누적 해외손실 규모는 1830억원에 달한다. 카타르 뉴오비탈 고속도로와 모로코 사피발전소 프로젝트에서만 1125억원의 대규모 손실이 반영됐다.


김 책임연구원은 "일부 건설사의 경우 최근까지도 비건축 부문의 손실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원가관리능력 개선 여부와 함께 추가손실 발생 여부 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유태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누적 매출액과 비교해 미청구공사 비율이 감소하지 않을 경우 잠재적인 리스크로 확산된다"며 "특히 준공이 임박한 현장의 원가 상승과 공기 연장 여부를 예의주시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재용 기자  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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