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책에 셔터 내린 강남 부동산

 


강남 4구 집값 상승세 둔화

강동구도 영향

숨고르기 진입

전문가, 상승 큰 지역 국지적 선별적 대책 필요


  19일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에 맞춰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서울 ‘강남 3구’ 아파트값 상승세가 한풀 꺾였고 거래는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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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3구’ 옆 강동구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달 초보다 호가(부르는 값)가 4500만원 떨어진 아파트도 나왔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아파트 분양 보증을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부동산시장, 어디로 갈 것인가. 


"‘지금 아파트를 사도 되나, 팔아도 되나’ 문의만 많고 거래는 확 줄었어요. 집값이 어떻게 될지 몰라 아무래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 김모(53)씨는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 발표를 앞둔 지난 17일 숨고르기에 들어간 시장의 풍경을 이렇게 전했다.


일단 시장은 정부가 안정화 시책 ‘깜빡이’를 켜겠다고 하자 움찔하는 모양새다. 최근 집값 상승세를 주도한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꺾인 모습이다.


18일 중앙일보가 서울 주요 재건축 아파트 단지 호가(부르는 값)를 집계한 결과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전용 42㎡)는 이달 초 10억3000만원에서 지난주 10억900만원으로 약 2000만원 내렸다. 서초구 신동아1차(전용 144㎡)도 15억1000만원에서 15억원으로 소폭 내렸다. 




강남 3구 옆에 있는 강동구도 영향을 받고 있다. 재건축을 앞두고 대규모 이주가 예정된 강동구 둔촌주공1단지(전용 51㎡)는 같은 기간 8억9500만원에서 8억5000만원으로 4500만원 떨어졌다. 거래도 일단 자취를 감췄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부가 집값 과열을 잡겠다고 했는데 영향이 없을 수 있겠느냐. 대책이 코앞이라 집을 사겠다고 찾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주 정부가 부동산 시장 현장 단속을 시작하면서 강남권 재건축 단지 일대 공인중개업소는 아예 문을 닫았다. 대치동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단속하겠다는데 버틸 재간이 없다. 불가피한 잔금 처리만 겨우 하고 신규 거래는 엄두도 못 낸다"고 털어놨다. 


숨죽인 시장 상황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5월 둘째 주부터 가파르게 뛰던 아파트값 상승률이 6월 둘째 주 들어 처음 꺾였다.


"과열 우려 지역 선별 처방을"

특히 강남 4구는 모두 상승세가 둔화했다. 강남구는 이달 첫째 주 0.48%였던 상승률(전월 대비)이 둘째 주 0.23%로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서초구(0.44%→0.35%), 송파구(0.52%→0.32%)도 비슷했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정부 규제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 3구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분양도 멈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 보증을 전면 중단하면서다. 분양 보증은 건설회사가 부도·미분양 등으로 분양 계약을 이행할 수 없을 때 보증기관이 분양대금 환급 등을 책임지는 일종의 보험 제도다. 건설사가 분양 보증을 받지 못하면 지방자치단체의 분양 승인을 받을 수 없어 아파트 분양이 불가능하다.


김성오 HUG 심사평가처 팀장은 "부동산 대책을 앞둔 상황에서 분양 보증을 내주면 규제를 피한 아파트 단지에 청약이 비정상적으로 몰릴 수 있다. 보증 중단 기간이 짧게는 2주, 길게는 두 달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달 중순부터 다음달까지 분양 예정이던 전국 30여 개 아파트 단지 분양이 미뤄질 전망이다. 분양 보증 중단 조치는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이 나왔을 때도 단행됐다. 당시 HUG는 보증을 중단했다가 대책 2주 뒤인 11월 15일부터 분양 보증을 재개했다.

 

수요자들은 시장 흐름이 분명하게 자리 잡을 때까지 관망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서울의 아파트 단지에 청약하는 걸 검토 중이던 직장인 박주현(35)씨는 "정부 규제가 강화되는 데다 금리도 오름세라 집 구하기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렇다고 지금 어찌할 수도 없어 일단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강도 높은 규제는 시장을 경착륙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 대책 외에도 앞으로 주택시장을 위축시킬 악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앞으로 국내 금리도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올 하반기부터 완공되는 주택도 크게 늘어난다. 올해부터 2019년까지 아파트만 예년보다 30~40% 급증한 120만 가구가량 들어설 예정이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정책실장은 "시장 안정을 위한 별다른 대책이 없더라도 금리 인상과 공급 과잉이 맞물려 내년 이후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당장의 시장 열기를 식히는 데만 집착해 너무 강력한 대책을 쓰면 시장이 고꾸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이 강남권 재건축 시장과 일부 인기 지역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국지적으로 달아올라 있는 만큼 선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과열 양상을 보였던 노무현 정부 때와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과열 우려가 높은 지역에 대해 선별적으로 핀셋 처방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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