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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강국의 조건] UAE바라카 원전 통해 본 '운영'과 '관리'

Engi- 2025. 1. 12. 11:05

"100년동안 벌어들일 운영비·수리비·인건비만해도 수백조원"

[편집자주] 무탄소 시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원자력발전이 다시 주목받는다. 에너지 안보와 국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도 원전의 중요도가 높아진다. 우리나라는 '수주·건설-운영·관리-사용후핵연료-해체' 등 원전 전(全)주기의 경쟁력을 보유해 전세계로부터 러브콜을 받는다. 이 전주기는 통상 100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린다. 오랜시간 철저히 준비하고 실행에 옮겨야한다. 원전강국의 조건은 바로 이 축적의 시간이다. 머니투데이가 원전 전 주기를 통해 원전강국으로 가는 로드맵을 살펴본다.

 

UAE 바라카 원전.ENEC edited by kcontents

탄생부터 죽음까지 100년 동안 얼마의 돈이 필요할까. 생명 연장에 따른 보편적 인류의 얘기가 아니다.

가동부터 영구 폐쇄까지 원전 '활동기'에 해당하는 기간에 해외에 지은 'K-원전'이 벌어들일 수 있는 액수에 대한 궁금함이다. 운영비, 관리비, 유지·보수비뿐 아니라 리모델링비까지 고려하면 최소 수백조원에 육박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전력업계에 따르면 원전 2기 기준 60년간 예상되는 운영 매출은 66조원에 달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전력 판매단가가 저렴한 국내 기준으로만 해도 이정도다.

통상 해외 원전 수주·건설에는 수십조원의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는데 원전 운영·관리와 유지·보수는 최소 80년동안 수백조원을 기대할 수 있다. 긴 호흡으로 ,오랫동안, 시시때때로 돈이 된다는 의미다.

최근 원전의 설계수명은 60년이다. 여기에 10년에서 20년의 추가 운영을 허가 받으면 최대 80년까지 원전을 가동할 수 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지난해 Turkey Ponint 3, 4호기의 계속운전을 각각 2052년 2053년으로 허가했다. 미국서 80년동안 원전을 사용할 수 있는 첫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한국이 자체개발한 수출형 원전인 APR1400 4기(5600㎿)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경우 한국전력공사가 주계약자로 한국전력기술, 두산에너지빌리티, 현대건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연료, 한전KPS 등이 사업 전반에 걸쳐 참여하고 있다.

'Team Korea'로 묶인 이들은 △지분투자 △장기 설계 및 유지 △원전연료 등 원전 운영·관리 영역에서 발을 넓히고 있다. 실제 한전은 2016년 에미리트원자력공사(ENEC)와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UAE 원전을 운영하는 현지법인 지분의 일부를 확보했다. 계약기간 60년동안 안정적인 전력판매 매출이 기대된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캐나다 캔두 에너지(Candu Energy), 이탈리아 안살도 뉴클레어(Ansaldo Nucleare) 컨소시엄이 19일(현지시각)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1호기 설비개선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아랫줄 왼쪽부터) 다니엘라 젠틸레(Daniela Gentile) 안살도 뉴클레어 사장,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코스민 기짜(Cosmin Ghita) SNN 사장, 개리 로즈(Gary Rose) 캔두 에너지 사장, 바비 권(Bobby Kwon) 캐나다상업공사 사장.

또다른 매출은 △유지·보수 △인력 공급 △긴급 복구 △설비개선 등 다방면에서 일어난다.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변압기, 원자로 냉각재 펌프, 밸브 등 원전 건설에 참여한 업체가 보유한 기술력을 원전 폐쇄시까지 계속 활용할 수밖에 없다. 조그마한 부품도 '억원' 단위니 관련 업체의 인건비까지 포함하면 경제적 가치는 더욱 증가한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10년 주기로 교체해야 하는 원자로 냉각재 펌프는 100억원에서 150억원, 15~20년 주기로 교체해야 하는 변압기도 100억원이 넘는다"며 "안정적 원전 관리를 위해서도, 갑작스런 고장이 발생했을 때도 결국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요청할 수밖에 없고 비용은 주기적으로, 시시때때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원전 수출국인 대한민국이지만 1970년대 우리나라가 도입한 중수로, 경수로 원전의 경우 캐나다 캔두 에너지(Candu Energy), 웨스팅하우스 등 당시 원전 건설에 참여한 해외 기관·기업의 도움을 지금도 받고 있다. 사안마다 개별 계약이 이뤄지며 3-4년의 계약기간이 설정되기도 한다.

아울러 한수원은 국내 원전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원자로를 공급한 각 노형 설계자와 해외 원전 운영자들로 구성된 '소유자그룹'(Owners Group)에 가입돼 있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는 3개의 소유자그룹에서 활동 중인데 고리, 월성, 한울 원전 등에 이들의 기술력을 활용하고 있어서다.

 

국가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전세계 원전시장서 상황에서 이같은 소유자그룹의 활동은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자신들의 이익을 공고히 하는 구조로도 작용한다. 한수원이 이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면서도 우리 기술력을 강화하고 더욱 발전시키려는 이유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고장난 자동차 수리와 기본적인 부품 교체도 제조사를 비롯해 협력업체가 전담하면서 폐차할때까지 매출이 발생한다"며 "해외서 원전 수주-건설-운영·관리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도 부품 공급, 인력 교육, 긴급 수리·복구, 설비개선 등의 영역에서 한 세기에 걸쳐 경제적 이익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조규희 기자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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