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사람보다 많아진다는 휴머노이드 로봇
몸은 인간, 머리는 생성형 AI
“올해 핼러윈에서 가장 무서운 영상은 ‘아틀라스’였다.”
최근 현대차그룹의 로봇 개발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공개한 영상을 보고 한 외신이 올린 기사 제목이에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예전 ‘공중제비 돌기’로 잘 알려졌던 로봇이랍니다.
영상 속 아틀라스는 핼러윈 의상을 입은 채 공장 안에서 혼자 일을 하고 있습니다. 보관함에서 물건을 하나 꺼낸 뒤에 스스로 반대편 보관함으로 걸어간 뒤 물건을 정확하게 내려놓습니다.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두 팔과 두 다리를 움직였죠.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신체를 닮은 로봇을 말해요. 사람처럼 두 팔과 두 다리가 있고, 얼굴을 통해 시각과 청각 등 여러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도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휴머노이드를 먼 미래나 영화 속 이야기라고만 여겼지만, 불과 몇 년 사이 관련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며 사람과 비슷한 기능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오늘은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040년엔 휴머노이드가 사람보다 많다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의 비약적인 발전 배경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이자 ‘괴짜 사업가’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가 있어요. 테슬라는 2021년 자체 제작한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깜짝 공개했습니다. 옵티머스는 손가락과 팔, 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였고, 요가 동작을 비롯한 다양한 움직임을 선보였습니다. 테슬라는 옵티머스를 자동차 제조 공장에 배치해 사람 대신 자동차를 만들게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머스크는 최근 “2040년에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100억 대를 넘어 사람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적인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생기는 빈자리를 휴머노이드가 채울 것이라는 이야기죠.
휴머노이드 개발에는 한국 기업과 과학자들도 뛰어든 상태입니다. 한국에선 2011년 가까운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을 계기로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로봇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됐답니다. 여러 잔해들이 널브러져 있는 재해 현장에선 바퀴로 움직이는 로봇들이 별 소용없는 모습을 본 거예요. 2015년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휴머노이드 기술 대회를 열었는데, 여기에서 카이스트가 만든 ‘휴보’가 24개 팀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했죠.
최근엔 국내 로봇 기업 ‘에이로봇’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앨리스’가 화제가 됐었습니다. 앨리스는 지난 7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로보컵 2024′에서 중국 칭화대 팀을 누르고 3위를 차지했습니다. 로보컵은 실제 축구 대회처럼 휴머노이드가 공을 차서 골을 넣는 대회입니다. 이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휴머노이드 ‘아르테미스’는 한국계 미국인 데니스 홍 UCLA 교수가 만들었답니다.
사람처럼 움직이는 근육, 손가락 만드는 게 숙제
휴머노이드가 공장에서 근무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크기나 근육 움직임을 사람과 비슷하게 만드는 거예요. 공장의 생산 라인은 인간 체형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휴머노이드가 공장에서 사람과 함께 근무하려면 크기도 사람과 비슷해야 합니다. 또 사람처럼 근육을 자유자재로 움직여야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한국 초창기 휴머노이드였던 휴보는 키가 120㎝에 불과했어요. 하지만 지금 나오는 휴머노이드는 모두 사람(성인)과 비슷해졌어요. 에이로봇의 최신형 앨리스(4세대)는 키 165㎝에 무게 40㎏이고, 테슬라의 옵티머스도 키 170㎝에 무게 63㎏입니다.
앞으로 휴머노이드가 사람 역할을 하기 위해선 사람처럼 정교하게 힘을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의 근육 역할을 하는 장비인 ‘액추에이터’ 기술이 발전되어야 하죠. 액추에이터는 공기압이나 유압(油壓), 전기 같은 다양한 에너지를 사용해서 물체를 움직이거나 제어하는 장비예요. 사람도 근육이 많고 강할수록 힘이 세듯이, 휴머노이드도 이 액추에이터가 강하고 정교해야 힘을 제대로 쓸 수 있습니다. 과거엔 유압 기기를 이용한 방식이 많았는데, 이 방식은 로봇 무게가 무거워지고 움직임이 느려지는 문제가 있어 최근엔 대부분 전기를 사용한답니다. 최신형 앨리스의 경우 이 액추에이터가 10개 들어가면서 훨씬 강해졌어요. 휴머노이드 기술력은 사실상 이 액추에이터에서 갈립니다.
휴머노이드는 사람과 비슷하게 만들기 때문에 손가락도 5~6개 있어요. 하지만 가끔 손가락 없이 팔만 덩그러니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들을 볼 수 있습니다. 각각의 손가락을 정교하게 제어하는 기술이 아직까지 완벽하지 않은 데다 제작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랍니다.
국경 넘은 협력도 활발
휴머노이드 로봇에 들어가는 두뇌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휴머노이드의 몸이 사람처럼 커지고 있다면 두뇌는 인공지능(AI)을 탑재해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 기술이 휴머노이드에 접목되면서 휴머노이드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죠.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이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도 영상이나 물체의 움직임(모션) 등까지 확장되고 있답니다.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제작사들은 인공지능 탑재에 힘을 쏟고 있어요. 미국 휴머노이드 개발사인 ‘피겨AI’는 챗GPT를 만든 ‘오픈AI’와 협력하고 있고, 현대차그룹은 경쟁사인 일본의 도요타와 손을 잡았습니다. 도요타의 AI 기술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에 접목해 실제 공장에서 쓸 수 있는 수준의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휴머노이드의 빠른 발전이 국경을 넘어서 경쟁사끼리도 손을 잡게 한 거예요. 아직까진 제대로 상용화된 휴머노이드가 없지만, 기술 발달에 가속도가 붙으며 휴머노이드가 공장에서 사람을 대신할 날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휴머노이드 로봇은 모습이 사람과 비슷한 로봇을 말해요. 사람처럼 머리, 몸통, 팔다리가 있답니다. 사람 대신 공장 등에 투입될 산업용 로봇 등이 개발되고 있어요. 테슬라의 옵티머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등이 대표적 휴머노이드 로봇이에요.
이종현 조선비즈 기자
기획·구성=윤상진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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