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앞둔 화력발전소에 1조원대 혈세 쏟어부은 문 정부: 감사원 감사 대상
고작 5년 쓸 시설에 1조 ‘펑펑’…文정부 ‘이 사업’ 감사받는다
시공사, 감사원에 남부발전 공익감사 청구
논란일던 화력발전소 저탄장 옥내화 사업
폐지수순 발전소에 1조원대稅 투입 “부당”
화력발전소 석탄 야적장에 덮개를 씌우는 ‘저탄장 옥내화’ 사업이 결국 감사원으로 넘어갔다. 문재인 정부 시절 무리하게 추진되면서 혈세 낭비는 물론 시공업체들의 연쇄 경영악화로 이어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2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시공업체인 세아STX엔테크는 지난달 31일 감사원에 한국남부발전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공익감사는 공익을 목적으로 공공기관의 특정 사안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는 제도다. 감사원은 사전 조사를 한 뒤 ‘공익감사청구 자문위원회’를 열어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고작 5~6년 쓸텐데 …"석탄저장소 지붕 씌우다 도산할판"
이번에 감사원으로 넘어간 사건은 2019년부터 논란이 된 화력발전소 저탄장 옥내화 사업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석탄 가루가 날리는 것을 막기 위해 화력발전소 석탄 야석장에 덮개를 씌우도록 했다. 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발전공기업 5곳이 시공업체와 계약을 맺고 2020년부터 사업에 착수했다. 문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시공업체들이 공사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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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시공업체들은 단계적으로 폐지를 앞둔 화력발전소에 1조원대 혈세를 투입하는 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하동화력발전소만 해도 2026년 1호기를 시작으로 2031년까지 1~6호기를 모두 석탄에서 액화천연가스(LNG)로 전환할 예정이다. 예정 대로라면 저탄장 시설이 내년 12월 완공인데, 불과 5~6년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셈이다.
처음부터 계약 방식이 잘못됐다는 주장도 감사청구서에 포함됐다. 시공업체와 발전공기업은 건축물을 지을 때 적용하는 ‘건설공사’가 아닌 물품을 구매할 때 적용하는 ‘구매계약’을 맺었다. 공사계약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공사대금에 반영할 수 있지만, 구매계약 형태는 상승분을 반영하기 어려워 업체가 고스란히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실제 완공을 한참 앞둔 상황이지만 시공업체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태안·하동·영흥·당진·보령 등 5개 화력발전소의 저탄장 옥내화 사업을 진행 중인 포스코이앤씨·현대삼호중공업·HJ중공업·세아STX엔테크 등 4개 시공업체의 누적 손실액이 약 3658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시공업체 중 가장 규모가 작은 세아STX엔테크는 이미 지난해부터 자본잠식에 빠졌다.
시공업체는 저탄장 옥내화 시설을 담당하는 환경부와 공기업 계약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 등 여러 부처 문을 두드렸지만,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을 대리하는 조재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시공사와 하도급업체 등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철저한 감사로 한국남부발전의 위법·부당한 조치를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새하 기자 ha12@mk.co.kr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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