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대신 이것?


이제 설탕대신 메이플시럽, 아가베시럽?


올해 우리나이로 45세인 배우 김혜수 씨는 세월이 비껴가는지 여전히 건강미를 자랑하고 있다. 최근 신설되는 한 프로의 녹화현장에서 김 씨는 자신의 ‘웰빙 라이프’를 소개하면서 “단맛이 필요할 때는 설탕보다 매실청이나 오미자청, 메이플시럽, 아가베시럽을 쓴다”고 말했다고 한다. 매실청이나 오미자청은 알지만 메이플시럽과 아가베시럽은 낯설다는 독자도 있을 텐데, 사실 이 두 가지도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제 익숙한 감미료들이다.

팬케이크에는 메이플시럽을 얹어야 제 맛이다. ⓒ 위키피디아

사탕수수에서 얻은 천연물이라지만 자당(sucrose)이 99%가 넘는 정제설탕의 유해성이 널리 알려지면서(물론 지나치게 섭취했을 때), 이를 대신할 수 있는 감미료를 찾다가 이들 시럽을 알게 된 것이다. 메이플시럽(maple syrup)은 북미에 자생하는 설탕단풍나무(학명 Acer saccharum)에서 얻은 수액을 조려 만든 것으로, 캐나다와 미국에서만 생산되고 특히 캐나다 퀘벡 지역에서 80%가 나온다. 캐나다 국기의 나뭇잎이 바로 설탕단풍나무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수액을 채취하는 고로쇠나무(학명 Acer mono) 역시 단풍나무의 일종이다. 최근 고로쇠수액을 졸여 만든 고로쇠시럽도 소량 생산되고 있다.

한편 아가베시럽(agave syrup)은 멕시코 원산인 용설란(학명 Agave tequilana)에서 얻는다. 학명에서 짐작했겠지만 용설란 수액을 발효한 뒤 증류해 얻는 술이 바로 테킬라다. 자당이 60%인 메이플시럽과는 달리 아가베시럽은 과당(fructose)이 85% 정도 된다. 참고로 자당은 단당류인 포도당 분자와 과당 분자가 결합된 이당류 분자다.

미국화학회에서 발행하는 주간지 ‘화학&공학뉴스’ 4월 14일자에는 설탕을 대신하는 감미료 3종에 대한 최근 연구결과를 발표한 학회 소식을 전하는 기사가 실렸다. 지난 3월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미국화학회 농업&식품화학 분과가 주관한 심포지엄에서 메이플시럽과 아가베시럽, 그리고 인류가 가장 먼저 사용한 감미료인 꿀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가 소개됐다.

자당 + 60가지 성분
미국 로드아일랜드대 생의학&약학과 나빈드라 시람 교수는 메이플시럽에서 자당을 제외한 나머지 40%의 성분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시람 교수팀은 여기서 60여 가지 성분을 확인했는데, 탄수화물, 아미노산, 유기산, 비타민, 미네랄, 식물호르몬, 식물화합물(phytochemicals) 등 다양한 부류였고 처음 밝혀진 화합물도 있었다. 예를 들어 연구자들이 지명을 따 붙인 퀘베콜(quebecol)이라는 분자는 수액에는 없고 시럽에만 존재하는데, 수액을 졸여 시럽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메이플시럽 1리터를 만들려면 수액 40리터가 필요하다.

일본 도쿄대 아베 케이코 명예교수는 메이플시럽에서 추출한 폴리페놀이 포함된 먹이를 먹은 실험동물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대조군과 비교한 결과 지방축적과 염증을 억제하고 인슐린 민감성을 높이는 유전자들이 활성화됐다고 발표했다. 한편 퀘벡 라발대 의학과 앙드레 마레트 교수는 메이플시럽을 옥수수시럽 등 다른 여러 감미료와 비교한 결과 메이플시럽과 당밀, 아가베시럽이 다른 감미료를 섭취했을 때보다, 포도당을 인식해 인슐린 분비를 유도하는 호르몬인 GIP을 덜 만들게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단풍나무과 식물 가운데 수액을 내는 대표적인 종이 사탕단풍나무와 고로쇠나무다. 해마다 늦겨울에서 초봄 사이 나무에 작은 구멍을 내 수액을 채취한다. 메이플시럽은 북미 원주민들이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 강석기

올리고과당이 프리바이오틱스?
한편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아가베시럽 역시 과당 외에 페놀 화합물, 플라보노이드 등 다양한 성분이 들어있다. 특히 올리고과당, 즉 과당 분자가 여러 개 연결된 분자인 아가빈스(agavins)가 주목받고 있는데, 멕시코 국립폴리테크닉연구소의 메르세데스 로페즈 박사는 동물실험 결과 아가빈스가 프리바이오틱 효과를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는 장내 유익미생물의 먹이가 돼 증식을 도와주는 물질이다. 그 결과 아가빈스가 포함된 먹이를 먹은 쥐는 체중 증가폭이 적었고 혈당수치도 낮았다고. 한편 아가빈스는 단맛이 느껴지지만 위에서 소화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칼로리 0’인 감미료로도 주목받고 있다.

아가베시럽에 들어있는 올리고과당인 아가빈스의 분자구조. 몸에 유익한 장내미생물의 증식을 돕는 프리바이오틱스의 기능이 주목받고 있다. ⓒ ‘C&EN’

자당이 분해된 형태, 즉 과당과 포도당이 각각 구성성분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꿀의 경우 항미생물 작용이 주목받았다. 사실 꿀의 항미생물 효과는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는데, 크게 두 가지 작용으로 설명돼 왔다. 즉 꿀은 pH(수소이온지수)가 3.2~4.5인 산성 용액으로 많은 미생물이 견디기 어려운 환경이고 무엇보다도 당 함량이 높아 미생물이 세포 안의 물을 삼투작용으로 빼앗겨 쪼그라들면서 죽게 된다.

커클랜드의 아가베시럽/코스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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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살베레지나대 수전 메쉬비츠 교수는 꿀의 또 다른 항미생물 메커니즘을 소개했다. 즉 벌은 꿀에 포도당산화효소를 분비하는데, 그 결과 포도당이 산화되며 부산물로 과산화수소가 만들어진다고. 과산화수소의 항미생물 효과는 꿀 함량이 30~50%가 될 정도로 희석할 때 가장 크다고 한다. 한편 꿀에는 미생물 사이의 의사소통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즉 미생물은 적절한 환경을 만나면 서로 연합해 생물막(biofilm)이라고 불리는 미생물층을 형성하는데, 일단 생물막이 만들어지면 퇴치하기가 어렵다. 치아 표면에 있는 플라크(plaque)가 대표적인 생물막이다. 현재 메쉬비츠 교수팀은 꿀이 어떻게 생물막 형성을 막는지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입에 단 게 몸에는 독이고 입에 쓴 게 몸에는 약’이라는 말이 있지만 알고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메이플시럽과 아가베시럽, 꿀에 대한 연구결과는 입에 단 것도 몸에 약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경우도 지나치게 먹으면 효과가 반감되겠지만.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다른 기사 보기kangsukki@gmail.com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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