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와 '살바토르 문디' [추천시글]

 

 

'모나리자'와 '살바토르 문디'

2021.05.07

 

제목은 르네상스 시대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1452-1519, 이하 레오나르도)의 그림 두 점의 이름입니다. 첫 번째 그림은 미술사에서 제일 유명하고, 두 번째는 미술품 경매역사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자는 개인이 소장하고 있어 보유국에 주는 사회적·경제적 기여가 미미한 반면, 전자는 문화강국 프랑스의 경제에도 상당히 기여하고 있습니다. 두 그림의 예를 통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이건희 컬렉션’ 기부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모나리자

완벽주의자였던 레오나르도의 유작(遺作)이 많지 않습니다. 그중 잘 알려진 ‘모나리자’는 현재 파리의 루브르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모델의 정체, 의뢰인 등 여러 수수께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후 프랑스 왕가에 매우 양호한 상태로 보존되다 1797년부터 루브르에서 전시되기 시작했습니다. 1793년에 처음 문을 연 그곳에 수백 년 동안 많은 미술품들이 모이며 지금의 세계 최고 미술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

 

 

‘모나리자’를 포함 약 3만 8,000점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고, 2018년 기준 1,00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던 루브르는 프랑스의 명소 중 명소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여가 여행업이 폭망하기 전 해인 2019년 세계관광기구(UNWTO)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는 약 8,900만 명의 외국인 방문객이 찾았던 해외여행 1위 행선지였습니다. 2018년 루브르 입장료(1인당 평균 16 유로) 수입만 추산해도 1억6,000만 유로, 당시 환율(1유료당 1,274.06원)로 환산해서 2천억 원이 넘었습니다. 여기에 미술관 방문객이 미술관 부대시설, 파리나 프랑스 내에서 지출한 금액을 더하면 경제적 효과는 수조 원에 달할 것입니다.

 

파리에만 해도 오르세, 오랑주리, 퐁피두센터, 로댕 미술관 등 잘 알려진 미술관들이 많습니다. 여러 곳에 소장된 많고 다양한 미술품들이 접근이 제한된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 공공장소에 전시되고 있는 것이죠. 루브르 경우와 비슷한 직·간접적 경제적 효과가 상당할 것입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향유하는 문화적 자부심까지 감안하면 ‘모나리자’를 위시한 미술품들의 파급효과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살바토르 문디(Salvator Mundi)’

두 번째 그림은 예수의 초상으로 구세주라는 뜻의 라틴어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2017년 11월에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역대 최고 가격 4억 5,00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4,800억 원)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에게 팔렸습니다.

 

 

16세기 초 프랑스 왕가 일원의 의뢰로 태어난 이 그림은 프랑스와 영국 왕실에서 귀히 지내다 18세기에 궁핍한 영국 귀족에 의해 팔리며 고생이 시작됩니다. 한참 후 조잡한 덧칠로 만신창이가 된 그림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2005년 이 그림이 레오나르도와 관련이 있다는 소문에 주목한 전문 딜러들이 미국 뉴올리언스의 한 경매에서 1만 달러를 하회하는 가격에 공동으로 매입합니다.

 

수년 간 최첨단 기술이 동원되며 전문가의 대대적 복원작업 덕에 현재의 모습을 찾았습니다. 2011년 영국 런던의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은 이 그림이 레오나르도의 것이라 공인하고, 해당 미술관이 개최한 레오나르도 특별전에 포함하여 전시합니다. 그 후 약 1억 3,000만 달러에 매입한 러시아 거부(巨富)를 거쳐 2017년 현 주인이 기록적 가격에 매입합니다.

 

처음에는 누가 샀는지, 그 이후에는 그림이 어디에 있는지가 베일에 싸여서 관심이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언론의 집요한 취재로 매입자가 사우디의 왕세자인 것으로 밝혀졌지요. 행방에 대한 의문은 이 작품이 2018년 9월부터 루브르 아부다비에서 전시될 것이라는 예고가 어긋났기 때문입니다. 2017년 말에 문을 연 루브르 아부다비는 사우디의 우방 아랍에미리트(UAE)와 프랑스 정부가 합의한 지 10년 만에 문을 연 루브르의 첫 해외 별관입니다. 프랑스의 13개 미술관에서 300점을 임차해 전시한다고 합니다.

 

최근 뉴욕타임스 기사(‘A Clash of Wills Keeps a Leonardo Masterpiece Hidden,’ 2021.4.11.)는 루브르 미술관과 그림 소장자 사이, 더 크게는 프랑스와 사우디의 문화외교적 갈등이 그림의 잠적과 관련되었다고 합니다. 2019년 파리의 루브르가 개최한 레오나르도 사망 500주년 특별전에서 ‘살바토르 문디’를 ‘모나리자’와 나란히 전시해달라는 요청에 루브르가 난색을 표했다고 합니다. 사우디측은 그림을 특별전에 보내지 않았고, 루브르는 ‘살바토르 문디’가 레오나르도가 그런 것이라는 자체 감정 보고서의 발간을 취소했다는 것이지요.

 

현재는 기록적 가격의 이 진귀한 미술품을 소수의 사람만이 보고 있겠지요. 루브르의 ‘모나리자’가 여러 방면에서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상황과는 크게 다른 형국입니다.

 

삼성家 미술품 기증과 과제

‘이건희 컬렉션’의 사회 환원은 해당 미술품들이 ‘살바토르 문디’에서 ‘모나리자’로 탈바꿈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의 유명 미술관들은 예외 없이 돈 많은 사업가들로부터 소장품을 기증받거나 기금을 지원받아 소장품을 늘리며 명성을 키웠습니다. 필자가 과거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준에 재직하는 동안 틈틈이 뉴욕, 시카고, 보스턴 등 출장을 다녔는데 여유 시간을 활용하는 좋은 방법은 그곳의 미술관/박물관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잘 알려진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이번 삼성家의 2만 3,000점에 달하는 미술품 기증은 받는 지역의 미술관들의 내실을 키울 것이고, 이런 전통이 본격적으로 이어진다면 서울도 루브르가 있는 파리가 향유하는 혜택을 체험할 날이 올 것입니다.

 

 

끝으로 현재 활동하는 예술가, 지망생들을 지원하는 것에 더 관심이 필요합니다. 자유칼럼에서도 미술 분야의 어려운 사정과 자구 노력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안진의 자유칼럼 ‘인카네이션 문화예술재단의 희망,’ 2018.11.23). 해외 미술관들이 열심히 한국 작가의 작품을 찾는 결실을 보려면 먼저 그 토양을 비옥하게 해야 합니다. 예술을 지원하려면 ‘살아있는 작가의 작품을 사라, 죽은 작가는 작품이 팔려도 쓸데가 없다’라는 뼈있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허찬국

1989년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 연지준과 국내 민간경제연구소에서 각각 십년 넘게 근무했고, 2010년부터 2019년 초까지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 다양한 국내외 경제 현상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