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심하자 4대강 물 끌어쓴다구?


가뭄 심하자 4대강 물 끌어쓴다구? 


충남 폭염 현장 가보니

금강 공주보 인근 물 끌어와 농업용수 긴급 공급


   "지금 가물면 한 해 농사 다 망치는 거여. 그런데 금강물 끌어다 준다니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지."


13일 오전 충남 예산군 신양면 차동리. 마을을 지나는 개울물이 넘칠 정도로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개울을 따라 산길을 500m 정도 올라가자 물을 세차게 뿜어내는 토수구(吐水口)가 나타났다.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22㎞ 정도 떨어진 금강 공주보 주변에서 끌어온 물이다. 차동리 주민 김병헌(55)씨는 "폭염에 비까지 내리지 않는 요즘에 금강물이 공급돼 그나마 시름을 덜었다"고 말했다.



13일 충남 예산군 신양면 차동리에 설치된 도수로를 따라 흐르는 물을 마을 주민들이 내려다

보고 있다./공주보~예당 저수지 도수로




보 개방에 ‘강이 사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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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모아둬도 모자랄 판에… 댐문 열라는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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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애 타는 충남도, 보 수위 환원하는 데 말도 못하고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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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에서 예당저수지까지 물을 공급하는 도수로는 지난 9일 오후 6시 가동을 시작했다. 긴 폭염과 짧은 장마로 농업용수가 크게 부족해지자 금강 4대강 사업 지역의 용수를 긴급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금강 공주보~예당저수지 도수로는 1022억원을 들여 2016년 착공해 올해 2월 완성됐다. 공주보 바깥쪽 백제양수장에서 차동리까지 27.4㎞ 구간 땅속에 지름 1100~1350㎜ 관을 묻어 물을 이동시킨 후 하천을 따라 예당저수지까지 14㎞를 흘려 보낸다. 충남 중부 내륙의 중요 수원(水源)인 예당저수지는 예산과 홍성, 당진 지역 농경지 6917㏊(69.17㎢)에 용수를 공급한다. 저수율은 13일 현재 29.8%로, 전년(65.7%)과 평년(56.4%)의 절반 수준이다. 일부 구역은 바닥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형 예산농업인단체협의회 의장은 "7~8월은 벼 이삭이 여무는 시기라 논에 물을 충분히 대줘야 하는데 가뭄으로 걱정이 많았다"면서 "이번 도수로 가동은 농민 처지에서 참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금강 공주보~예당저수지 도수로 공사는 2015년 충남 지역에 100년 만의 가뭄으로 피해가 나자 당시 안희정 충남지사가 나서서 "사업 예비 타당성 검토를 면제하고 연내에 착공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정부는 가뭄 극복을 위해 충남도 요청을 받아들여 복잡한 행정 절차를 생략하고 도수로 공사를 승인했다.


그러나 사업은 순조롭지 않았다. 환경 단체가 4대강 사업 지역 물을 끌어다 쓰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충남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 등 대전·충남 지역 환경 단체 7곳은 "도수로 사업은 4대강 사업 합리화"라며 "심각한 수질 오염 문제를 겪고 있는 공주보의 물을 예당저수지로 보내면 수질 악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지난 5년간 환경부 수질 측정 결과, 공주보 수질은 3등급으로 예당저수지 4~5등급보다 깨끗하다"며 사업을 진행했다.


지난 12일 폭염이 이어지며 바닥을 드러낸 충남 예산군 예당저수지.




이번 공주보~예당저수지 도수로 긴급 가동으로 가뭄 피해는 줄일 수 있게 됐지만 앞으로 가동 여부는 미지수다. 정부가 4대강 보를 개방함에 따라 금강 수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부 산하 금강호수통제소는 공주보 하류 지역인 부여 농가 물 공급을 위해 도수로를 이용한 금강물 사용을 오는 31일까지 총 300만t으로 제한했다. 특히 부여 지역 농민들이 물 부족에 따른 민원을 제기하면 도수로 가동을 중단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금강 보 셋 중 가장 하류에 있는 백제보 인근도 가뭄으로 고민인 가운데 농민들은 상류인 공주보 물을 예당저수지로 공급하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백제보가 열리게 되면 지하수위가 낮아져 가뭄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30일 부여군청 앞에 모인 농민 70명은 호소문을 내고 "최소한의 용수 공급 대책을 세우고 백제보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4대강 보 개방 방침이 농심(農心)을 타게 하는 것이다. 금강 보 3개 중 가장 상류에 있으면서 현재 보가 완전히 개방된 세종보 하류는 가뭄으로 강바닥이 갈라지고 얕은 물에 발생한 녹조가 폭염에 썩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예산=김석모 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14/20180814001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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