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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불러 주고 싶은 꽃, 익소라

2020.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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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소라 (꼭두서니과) 학명 ixora

우리 주변에는 참으로 많은 식물이 있습니다. 그 수많은 식물의 이름을 다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자주 만나거나 눈에 유별나게 띄는 식물이 있으면 이에 대한 관심은 자연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때면 가급적 그 이름을 알고, 불러 주고만 싶습니다. 김춘수 시인의 ‘꽃’ 시 한 구절에서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를 실감하는 때가 많았던 경험도 그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저는 자주 보거나, 곱거나 귀한 것 등 저의 관심을 끄는 식물 곁을 지나면 그 이름을 한 번씩 불러 주곤 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아! ㅇㅇ꽃. 너 거기 있었구나. 그냥 지나칠 뻔했네.” 이름 모르는 식물을 만나면 “네 이름이 뭐지?” 그러면 그 꽃도 저를 아는 체 하는 것만 같고 더욱더 관심이 갑니다. 이렇게 하고 지나친 꽃을 다시 만나면 그때부터는 서로 지기지우(知己之友)나 된 것처럼 반갑기도 합니다. 해외에 나가서도 아는 꽃을 만나면 반가운 친구가 있는 것 같고 객지라는 생각을 잊기도 합니다. 이름을 안다는 것은 관심이고 관심이 있으면 서로 간에 관계가 형성됩니다. 이러한 관계는 사람 사이나 동식물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새해가 시작되는 신년 초에 싱가포르에서 만난 익소라(ixora)입니다. 이 꽃은 초록색으로 빛나는 두툼한 가죽질의 반짝이는 싱싱한 이파리와 다양한 색상의 화려한 꽃을 가지고 있고 야생에 강합니다. 더구나 연중 내내 꽃을 피워 원예용, 관상용으로 인기가 많은 종입니다.

이 꽃이 웬일인지 동남아 어디를 가든 저의 눈길을 끕니다. 홍콩,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심지어 남미 페루에서조차 저의 눈길을 끌더니만 이번 싱가포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주거지 생울타리에서, 도로변 가로수 길에서, 정원이나 가게의 경계선이나 공터에서 한결같이 밝고 화사하고 탐스러운 꽃봉오리로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원예종으로 많이 보급되어 식물원이 아닌 가정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가 있습니다. 이러할 정도라면 저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분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그래서 설사 꽃에 관심이 적은 분이라 할지라도 자주 만날 수밖에 없는 꽃이기에 이 꽃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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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울타리용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는 익소라(ixora)

익소라(ixora)는 인도, 중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이 원산지이며 전 세계적으로 약 400종이 분포합니다. 꽃이 피어 있는 시간이 길고, 줄기 꼭대기에서 우산형 꽃차례로 다발처럼 꽃이 피며 빛깔은 흰색이나 분홍색에서 오렌지색까지 다양합니다. 무엇보다 생명력이 강해 꽃이 계속 피고지고를 반복합니다. 특히 심한 가지치기를 해도 잘 견뎌내고 키 낮은 관목에 꽃송이가 탐스럽고 화사해서 생울타리용이나 실내 장식용으로 인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름에 직사광선만 피해 주고 겨울에 실내에 들여와 5°C 이상만 유지해 주면 꽃을 피울 수 있다고 합니다.

바쁜 현대인의 생활에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 어디 한두 가지이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식물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항시 있습니다. 물론 바쁜 시간에 쫓겨 가며 사는 현대인이라서 야생초와 가까이할 시간적 여유가 옛사람보다 터무니없이 부족하겠지요. 수렵 채취 시대와 농경 목축시대의 예전 사람들은 식물이 식생활과 일상적 삶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찌하는 수 없이 먹고 살기 위해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요. 아무튼 예전 사람들은 현대인보다 식물에 대하여 훨씬 더 많은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한 흔적이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언어나 속담에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갈등(葛藤)’, ‘부평초 인생’, ‘사시나무 떨 듯하다’, ‘소태맛’, ‘우후죽순’, ‘쑥대밭’ 등 많은 일상용어는 그 식물의 특성이나 형태를 알지 못하면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것들입니다.

지구생태계에서 생물권의 근본적 에너지원인 태양을 이용하여 무기물에서 유기물을 만드는 생산자는 오직 식물뿐입니다. 식물 이외의 모든 생물은 식물이 만든 광합성 영양물질에 의존해서 먹이사슬을 이어가며 살아가는 소비자일 뿐입니다. 아무리 인간의 지혜가 뛰어나다고 해도 하찮은 잡초마저 할 수 있는 광합성 영양분을 인간은 생산할 수가 없습니다. 먹이 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소비자로서 식물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라도 지금보다는 좀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식물은 우리와 더불어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시대의 동반자입니다. 장자(莊子)는 제물론편(劑物論偏)에서 “천지는 나와 더불어 함께 살고 만물은 나와 더불어 한 몸(天地與我竝生, 萬物與我爲一)”이라 했습니다. 우리 인간이 천지와 더불어 살아가고 풀 한 포기, 곤충 한 마리까지 나와 더불어 하나라고 생각할 때 이 땅에 평화가 깃들 수 있고 상생, 상존(相生, 相存)할 수 있다고 봅니다. 먹고 살기에 바쁘다고 식물에 무관심하고 자연과 멀리하는 것이 오늘의 사회생활입니다. 이 마당에 피아(彼我)로 양분된 사회적 갈등을 더불어 병존하는 한 몸이라 여기는 관심과 애정으로 어찌 아우를 수가 있겠습니까? 내 주변의 식물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주고, 자연에 관심을 두고 아끼며, 더불어 산다는 생각으로 사는 삶이 더욱더 절실해지는 작금의 세상입니다.

(2020. 1월 상하(常夏)의 나라 싱가포르에서)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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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꽃사랑, 혼이 흔들리는 만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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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피아노 애증사(愛憎史)

2020.01.22

인구 14억에 달하는 중국이 지난 수십 년 간 계속 빠르게 성장하면서 세계경제의 모습이 크게 바꾸었습니다. 그 인구의 반이 하루에 코카콜라 한 캔을 마신다고 상상해 보면 왜 소비재를 파는 기업들에게 중국이 엄청난 시장인지 이해됩니다. 경제 발전에 따른 중국인들의 소득 증대는 고가 명품 소비재 시장에도 획기적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경제학의 분류법에 따르면 소비자가 소득이 늘었을 때 어떤 것을 더 사는지에 따라 소비재를 사치재와 필수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소득이 는 것에 비해 필수재는 구매가 상대적으로 덜 늘고, 사치재는 더 많이 느는 품목들입니다. 소득이 늘면 신선 채소 소비도 늘지만 소득이 두 배로 늘었다고 채소 구매가 두 배로 늘지 않습니다. 이에 비해 소득이 두 배로 늘자 이전에 쓰던 가방이나 장식품에 비해 몇 배로 비싼 명품을, 즉 사치재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꽤 있습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방문객, 유커(遊客)들이 면세점 주요 고객인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듯이 명품 회사들에게 중국은 엄청난 새 시장입니다.

연주회에 자주 등장하는 그랜드 피아노의 대표적 제조업체 스타인웨이앤드선스(Steinway & Sons)의 피아노가 중국에서 상당히 잘 팔리고 있습니다. 비싼 모형은 가격이 몇억 원대에 이른다고 합니다. 중국 일간지 차이나데일리 기사에 인용된 스타인웨이 회사 임원에 따르면 2018년 전체 매출의 약 5분의 1이 중국에서 이루어졌는데, 숫자로 비교하면 미국에서 약 3만 대가 팔린 것에 비해 중국에서는 약 40만 대가 팔렸다고 합니다.

어떤 기사는 중국 내 스타인웨이 피아노에 대한 높은 수요를 신흥부자들의 과시적 소비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궁궐 같은 저택에 살려면 주인의 품격을 높여 줄 명품 그랜드 피아노 한 대쯤 있어야한다는 것이겠죠. 새로운 부자들이 많으니 장식용 수요도 많을 겁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순자산 규모가 약 160만 달러(18억 원)가 넘는 사람이 100만 명 정도이고 훨씬 더 소득이 높은 고소득층 인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피아노를 배우는 학생들의 규모가 엄청납니다. 앞서 인용한 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피아노 교습을 받고 있는 학생 수가 약 5천만 명인데 그중 약 60~80%에 달하는 3천만 명이 중국인인 것이죠. 스타인웨이 임원은 10년 후에는 중국이 세계 전체 판매량의 약 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피아노를 배우는 학생들이 이렇게 많으니 부모들의 관심, 관련 교육시설, 각종 경연대회 등도 많아 명품 악기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은 것이 자연스러운 듯합니다.

중국에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피아노와 서양음악이 소개되었습니다. 19세기 서방 열강들이 아편전쟁 이후 쇠락한 청나라를 침략하여 여러 지역에 개항장과 조계(租界)를 만들어 많은 수의 관리, 상인, 선교사들과 가족이 살았습니다. 이렇게 들어온 서양인들과 현지인들의 접촉을 통해 서양음악과 피아노가 중국 내로 보급되었습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흥미로운 긴 기사로 구성된 크리스마스 특집호를 발간하는데 지난달 특집호에 중국의 ‘피아노 섬’이라는 별명의 구량위(鼓浪嶼)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 작은 섬은 제1차 아편전쟁 이후 개항장이었던, 대만과 마주한 항구도시 샤먼(廈門)시 지척에 있습니다. 개항 이후 구량위에 서양인들이 많이 모여 살아 교회 예배, 소규모 음악회 등을 통해 중국 현지인들이 피아노와 유럽의 음악에 친숙해지며 이곳이 규모가 훨씬 더 큰 상하이와 더불어 중국 내 서양음악의 본거지가 되었습니다. 그런 전통에 힘입어 이 섬 출신을 포함한 중국 피아니스트들이 1950, 60년대 쇼팽,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었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 중반 문화혁명이 시작돼 십년 넘게 지속되며 중국에서 서양음악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습니다. 당시 기세등등하던 마우쩌둥(毛澤東)의 처 장칭(江靑)이 피아노를 “부르조아지의 뼈다귀들이 달가닥거리는 것처럼 소리가 시끄러운 검은 상자”라고 했다 하니 적폐를 말살하려는 홍위병들이 가만두지 않았겠지요. 보이는 대로 피아노를 부수고, 연주자와 음악가들을 악귀처럼 괴롭혀 여럿을 자살로 내몰았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가택수색을 통해 피아노와 베토벤의 흉상을 찾아서 파괴했다고 합니다.

상하이 교향악단의 지휘자였던 뤼홍옌(陸洪恩)은 <마오 어록>을 찢은 죄로 총살당하기 전에 동료 수감자에게 두 가지를 부탁했다고 합니다. 나가면 자신의 아들을 찾을 것, 또 음악의 고향 오스트리아에 가서 베토벤의 묘에 헌화를 하고 “당신의 중국 제자가 장엄미사를 읊조리며 처형장으로 갔다”라고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기사에 따르면 동료는 30년 후에 이 부탁받은 일을 행했다고 합니다. 당시 음악가들은 각종 위문 공연과 중국적 색채와 혁명 정신이 넘치는 작곡을 통해 음악이 혁명의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 겨우 서양음악의 명맥이 유지되었습니다.

그 이후 강산이 여러 번 변하며 세상도 바뀌었고, 중국은 이제 스타인웨이의 세계 최대 시장이 되었습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량위에 1990년에 청소년을 위한 음악학교가 설립되었고 장쩌민(江澤民), 시진핑 등 지도자들이 방문하는 등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배출되는 졸업생 3분의 1이 세계 주요 음악학교(Conservatory)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뉴욕에 소재한 줄리아드 음악원이 작년 가을 중국 텐진(天津)시에 첫 해외 캠퍼스를 열었습니다.

이제 중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와 여러 분야 연주자들을 배출하고 있고, 작곡 분야에서도 미국, 유럽에서 괄목하게 영역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2년 전 기사를 통해 다양한 중국 작곡가들을 소개하였습니다. 유튜브에서 랑랑(Lang Lang), 리윤디(Li Yundi), 유자왕(Yuja Wang)을 검색해보면 이들의 세계 주요 무대 활약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배타적인 국수주의적 세계관으로 물질적 풍요에만 집착하기보다 음악, 미술 등 예술을 통해 정신적 풍요에도 관심을 갖는 균형감 있는 중국이 우리에게도 더 좋은 이웃이 될 것입니다. 상업성이 높은 아이돌 연예인과 TV 드라마가 주축을 이루는 한류를 넘어 양국 간 폭넓은 분야의 교류에 관심을 가질 때입니다. 활동 무대를 공유하고 시장을 넓히는 것은 양국의 예술인들 모두에게 좋은 일일 것이고, 이를 통해 이웃에 대한 이해도 깊어질 것입니다.


차이나데일리 기사 (“Steinway & Sons upbeat on hitting the right notes” China Daily Global Edition, 2019년 3월 19일),
이코노미스트 기사 (“How China made the piano its own” Economist, 2019년 12월 18일).
뉴욕타임스 기사 (“Chinese Composers with an Ear to the World”, New York Times, 2018년 1월 12일).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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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허찬국

1989년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후 미국 연지준과 국내 민간경제연구소에서 각각 십년 넘게 근무했고, 2010년부터 2019년 초까지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로 재직. 다양한 국내외 경제 현상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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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인간도 무섭고 자연도 무섭다

2020.01.21

2020년이 시작된 지 벌써 스무 날이 지났습니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희망을 얘기하지만, 2020년은 희망보다는 불확실과 불안이 지구촌을 덮어가는 것 같습니다.

1월 3일 꼭두새벽에 미군이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 군 사령관인 가셈 술레이마니 소장을 바그다드 공항에서 암살했습니다. 놀랍게도 미군은 술레이마니가 비행기로 바그다드 공항에 도착하는 동선을 사전에 파악하고, 그가 자동차에 탑승해 이동하는 순간 무인기로 폭격하여 그와 그의 일행을 제거해버린 것입니다.
파장은 일파만파로 퍼졌습니다. 핵심 군부실세를 잃은 이란 정부는 미국을 향해 보복을 선언했고, 이란 국민은 대규모 반미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란은 실제로 이라크 내 미군 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듯했습니다.

그런데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8일 아침 테헤란 국제공항을 이륙해 우크라이나 키예프로 향하던 우크라이나항공 보잉737 여객기가 추락해서 승무원을 포함한 탑승자 176명이 사망했습니다. 미사일에 맞은 것입니다. 이란 군부는 사고원인을 놓고 모른다고 발뺌을 하다가 미국 신문에 비행기가 미사일에 맞는 장면이 보도되면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실수로 발사한 미사일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미 시위를 벌이던 이란 국민은 시위의 표적을 이란군부로 겨냥했습니다. 이란의 보복 선언으로 잔뜩 긴장상태에 들어갔던 트럼프 정부는 역설적이게도 궁지에서 빠져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176명의 억울한 희생으로 이란 문제가 쉽게 해결되리라고 보지 않습니다.
중동에서도 이란은 화약고입니다. 1979년 이란 인질구출사건에서 비롯된 미국과 이란의 앙숙관계는 반세기 동안 이어져 왔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충돌할 때 석유 값은 춤추고 세계 경제는 출렁거렸습니다. 당연히 한국 경제는 이란 사태에 묶이어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호주 산불입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섭씨 44도까지 오르는 고온과 가뭄에 산불이 마치 용광로처럼 타오르는 광경이 TV화면을 타고 엄습합니다. 6만㎢, 즉 남한 면적의 60%에 해당하는 땅이 잿더미로 변했다고 합니다.
하늘을 덮은 갈색 연기 속에 마스크를 낀 탈출자들이 해변으로 몰려가고 서식지를 잃은 코알라와 캥거루가 방황합니다. 과학자들은 산불로 죽은 동물을 5억 마리로 추산하고 있을 정도로 호주 산불은 재앙입니다. 불길을 피해 도망치는 호주 국민들은 아마 “지옥이 따로 없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2년 전에 석탄산업으로부터 막대한 정치자금을 받아 선거를 치렀던 스카트 모리슨 총리는 호주 국민들로부터 기후변화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남반구의 여름이 가면, 북반구에 여름이 찾아옵니다. 우리가 사는 북반구에 여름이 오면 어떤 기후변화의 징후가 사람들을 놀라게 할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11일 대만에서는 총선거가 실시되어, 현 총통 차이잉원(蔡英文)이 압도적으로 재선되었습니다. 홍콩 사태로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 정책에 대한 대만 국민들의 불안감이 낳은 결과라고 합니다. 현직 총통이 재선된 선거가 이상할 것도 놀라울 일도 아니지만, 홍콩의 민주화 데모로 중국의 신경이 날카로워질 대로 날카로워진 상태에서 독립 국가를 표방하는 대만 총통이 재선됐으니 중국이 무슨 변고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듭니다.

12일 필리핀 마닐라 인근 타알(Taal) 화산이 폭발했습니다. 하늘로 치솟는 화산구름 광경, 그리고 비행기 운항이 지장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TV를 통해 보면서 우선 들었던 생각은 한국인 여행객들이 별 탈 없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사고나 사건에서 한국인들이 안전하고 자유롭지 않은 현실입니다.
한국이 그만큼 부강해져서 한국인들이 세계 곳곳에 진출하고 여행을 많이 하는 현실을 말해줍니다. 또한 21세기 들어 세계가 국경을 넘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도 말해줍니다. 50년 전 캐나다 학자 마셜 맥루언이 예언했던 ‘지구촌’ 개념이 한국인에게 너무나 실감납니다.
일본에서 화산이 폭발해도 중국에서 지진이 일어나도 나와 무관한 먼 나라 얘기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날이 엊그제 같습니다. 인간도 무섭고 자연도 무섭지만, 시간이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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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수종

‘뉴스1’고문과 ‘내일신문’ 칼럼니스트로 기고하고 있다. 한국일보에서 32년간 기자생활을 했으며 주필을 역임했다. ‘0.6도’ 등 4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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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이 형

2020.01.20

요즘은 결혼 적령기가 남자가 36세, 여자가 33.4세라고 합니다. 1990년대에만 해도 남자가 28.3세 여자가 25.9세였습니다. 결혼 적령기가 1990년대보다 남자 기준으로 7.7세 늘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1960년대에는 남자 결혼 적령기가 26.4세였습니다. 그 시절에는 나이 30세가 넘도록 결혼을 안 하면 ‘노총각’, ‘노처녀’라 불렀습니다. 노총각, 노처녀는 신체적으로 하자가 있거나, 집안에 문제가 있는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짙었습니다.

장터 귀퉁이에 송판으로 얼기설기 지어 놓은 작은 창고 같은 건물이 있었습니다. 창고 안에는 기름을 짜는 기름틀이며, 참깨며 들깨를 볶는 가마솥, 장작이나, 기름을 짜서 담아가는 됫병짜리 빈 소주병, 깻묵이 들어 있는 포대들이 쌓여 있습니다.

장날이면 다른 동네에 사는 부부가 와서 아침부터 깨 볶는 냄새를 풍기며 기름을 짰습니다. 창고 안에는 어른이 누우면 딱 맞을 크기의 방이 있었습니다. 아주머니나 노인들이 기름을 짜는 동안 낮잠을 자거나, 쉬는 곳입니다.

그 창고에 어느 날부터 서른 살이 넘는 노총각이 살기 시작했습니다. 노총각은 기름 창고 근처에 사는 자전거포 주인의 먼 친척으로 알려졌을 뿐 부모나 형제들이 없습니다. 자전거포에는 초등학교 3학년짜리 남자가 있었는데 노총각을 시동이 형이라고 불렀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짜리가 시동이 형이라고 부르니까 5학년인 우리 또래는 물론이고, 이제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도 시동이 형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시동이 형은 애 어른 할 것 없이 '시동아!' 가 아니면 '시동이 형'이라고 불러도 화를 내지 않고 바보스러울 정도로 웃었습니다. 어눌한 말투는 좀 모자란 사람처럼 보이지만, 행동거지는 멀쩡해 보였습니다.
“시동이 형, 깻묵 좀 줘.”
“참깻묵 줄까? 들깻묵 줄까?”
시동이 형은 깻묵이 마치 자기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어린 조카를 대하듯 반갑게 웃으며 깻묵자루를 벌렸습니다. 아저씨뻘 되는 분을 형이라고 부르면 나이가 갑자기 들어 버린 것처럼 괜히 어깨가 치켜 올라가고, 기분이 뿌듯했습니다.

시동이 형은 손재주가 좋아서 아이들에게 새총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대나무를 구해서 물총을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봄날 나무를 해 오는 날은 진달래를 한아름 꺾어 와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며 즐거워하기도 했습니다.

여름에는 양동이와 삽을 들고 냇가에 고기를 잡으러 갈 때 데리고 가기도 합니다. 우리들에게 웅덩이의 물을 푸게 하거나, 풀숲에 양손을 집어넣어서 맨손으로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했습니다. 운이 좋아서 미꾸라지나 메기며 뱀장어를 많이 잡는 날은 가게를 열고 장사하는 집에 가서 그것을 팔았습니다. 물고기를 판 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사서 나누어 주거나, 과자를 사 주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시골에 살아도 저만 부지런하면 일거리가 많습니다. 그 시절에는 일을 하고 싶어도 일거리가 없었습니다. 농사일의 품삯도 새마을 담배 한 갑에 그때 돈 이천 원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시동이 형이 남의 집 일을 해 주는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가끔 외지에 며칠씩 나갔다 들어오고는 했는데 그때마다 아이들에게 과자를 사주거나 껌이며 풍선 같은 걸 사주기도 했습니다. 훗날 생각해 보니까 외지에 며칠 씩 나가 있을 때는 노동판 같은 곳에서 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시동이 형이 사는 창고에 가끔 놀러가기도 했습니다. 3학년이 되고 고등학교 입학시험에 매달리고부터는 시동이 형하고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습니다. 가끔 장터에서 만나면 시동이 형이 먼저 알은 척을 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시동이 형 근처에는 아이들이 붙어 다닐 때가 많았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시동이 형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머니한테 물어 보니까 동네에서 먼 산골짜기에 있는 외딴집에 혼자 살고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방학입니다. 친구가 갑자기 시동이 형을 보러가자고 했습니다. 시동이 형이 사는 곳은 깊은 산골이었습니다. 국도에서 계곡을 따라 시오리 길을 걸어 들어가니까 시동이 형이 사는 집이 보였습니다. 그 시절 무장공비 출현으로 외딴집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동네로 이주를 시켰습니다. 시동이 형은 집주인이 이주해 간 집에서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마당 앞으로 가니까 개들이 요란하게 짖기 시작했습니다. 시동이 형이 부스스한 얼굴로 방에서 나왔습니다. 요즘 모 텔레비전 프로에 나오는 자연인처럼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외딴집에 사는 시동이 형은 무척 건강해 보였습니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나이가 먹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줄 뿐이었습니다.

시동이 형은 우리를 예전처럼 반겨주었습니다. 저는 불과 3년 못 본 사이에 시동이 형이 부쩍 나이가 들어 보여서 거리감이 생기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색하게 웃으며 시동이 형이 권하는 대로 방에 들어갔습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방은 움막처럼 어두웠습니다.

시동이 형은 먼 길을 걸어온 우리들이 너무 고마웠던지 닭을 잡아주겠다고 나섰습니다. 우리는 얼굴 봤으니까 됐다고 만류를 했지만 결국 닭을 잡아서 닭볶음탕을 만들고 직접 담근 동동주까지 내 왔습니다.

“옛날에는 니덜 나이에 장가도 갔구먼. 고등학교 안 다녔으면 어른들하고 술 마실 나잉께 한잔씩 햐.”
그 즈음 숨어서 소주잔을 기울였던 우리들은 못 이기는 체 술잔을 받았고, 그렇게 술판이 시작됐습니다. 서산의 해는 50대 어른과 대작을 하는 소년들을 보고 빙긋빙긋 웃다 지쳐 산 너머로 가 버렸습니다. 마당에 모깃불이 켜지고 방을 등잔불이 밝힐 무렵 친구가 조금은 취한 목소리로 “시동이 형은 왜 혼자 사느냐”고 물었습니다.

“내 팔자가 그렇지, 뭐.”
시동이 형은 소리 없이 웃으며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술잔을 내려놓는 얼굴에 등잔불이 어른거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외로워 보였습니다. 앞으로 시간을 내서 자주 놀러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밤 시동이 형이 경운기로 국도까지 우리를 태워다줬습니다. 가로등도 없는 어둠속에서 시동이 형하고 헤어졌습니다. 그 이후로 거짓말처럼 시동이 형을 잊고 살았습니다. 제 나이가 그날 밤 시동이 형 나이쯤 됐을 때입니다. 중학교 동창이 시동이 형이 살던 곳으로 귀촌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야 시동이 형의 얼굴이 생각났습니다. 시동이 형은 제 어린 시절의 키다리아저씨 같은 존재였지만, 저는 까맣게 잊고 살았다는 생각에 갑자기 쓸쓸한 바람이 부는 것 같았습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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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한만수

1990년부터 전업으로 소설을 쓰고 있음. 고려대학교 문학석사. 실천문학 장편소설 “하루” 등단. 대하장편소설 “금강” 전 15권 외 150여권 출간. 시집 “백수블루스”외 5권 출간. 이무영문학상 수상. 장편소설 “활” 문화예술진흥위원회 우수도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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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진정 ‘에코섬’이 되려면  [민경보]

2020.01.18

제주도를 생각하면 괜스레 속상합니다. 속상하다 못해 왠지 가슴이 아픕니다. 고향도 아니고 첫사랑 흔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지, 신혼 여행지여서 그런가?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고향보다 더 많이 다녀온 곳입니다. 제주도는 다릅니다. 흉내 낼 수 없는 말부터 여러 가지로 참 많이도 다른 곳입니다. 무엇보다도 다른 것은 어느 곳과도 비견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어쩌랴, 그 아름다운 곳이 죄송하지만 이제 더 이상 환경과 생태가 잘 보전되는 에코섬(eco-island)은 아닌 것을. 우리가 손님이 오신다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보기 싫은 것은 어디다가 쑤셔 넣지 않습니까? 지금 우리나라가 그런 형국입니다. 처박아 놓았던 보기 싫은 것들이 이제 도서지방에서부터 보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주만큼은 아니길 바랐는데. 제주특별자치도 아닙니까. 얼마든지 특별한 자치를 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바람이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몇 년 전부터 녹색제품 강의를 위해 공공기관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녹색제품은 ‘녹색제품 구매 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 2에 의해 환경마크와 GR마크를 받은 재활용 물품으로, 이 법 제6조에 의해 공공기관은 녹색제품을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합니다. 공공기관 구매교육을 실시하는 환경부의 계획에 따라 제주에도 몇 번 다녀왔지만 제주에 대한 안타까움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제주도가 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첫째는 환경세법 제정입니다. 제주도라는 특별한 곳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환경세를 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소비자인 동시에 폐기물 생산자, 배출자이므로 제주에 들어가려면 환경세를 내는 게 너무나 당연합니다.

두 번째는 도내의 모든 차를 무공해 차량으로 전면 교체하는 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순차적이 아니라 언제까지라고 시한을 정해놓고 신속히 이루어 내야 합니다. 아마도 세계 유수의 자동차회사들이 제주에서 시험받기를 갈망하고 있을 것입니다. 제주만 한 입지조건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습니까?

세 번째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별도로 제정해야 합니다. 기존 국가법은 제주의 특성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이 법에서 모든 자원을 아끼고 재사용하고 재활용할 것을 명문화함은 물론 폐기물과 관련된 아주 강한 벌칙 부과 규정을 마련해야 합니다.

네 번째는 제주도의 모든 폐기물을 자원화하자고 선포해야 합니다. 제주도에는 거의 모든 자원이 육지로부터 수입(?)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매립장과 소각장 규모로는 제주의 쓰레기 처리가 어려운 게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특히 문제는 버려지는 플라스틱(비닐류 포함)입니다. 이제 수출길이 막힌 폐플라스틱의 처리는 재활용밖에 없게 됐습니다. 플라스틱의 단점이 썩지 않는 것이라면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는 제품을 공모해보십시오. 플라스틱으로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다섯 번째는 지금 추진하고 있는 서귀포비행장 건설을 당장 그만두어야 합니다. 제주 사람들한테 욕먹을 일인지 모르겠지만 제주는 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여행객(폐기물 다량 생산자)의 숫자를 제한해야 합니다. 환경 범죄자들은 입도(入道)를 불허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제주 대신 외국으로 갈까봐 걱정하지 마십시오. 얼마 지나지 않아 제주에 줄을 설 것입니다. 그래야 제주의 제주다움을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모든 폐기물의 자원화는 도백(道伯)이 마음만 먹으면 시의회 의원들과 의원입법으로 법제화해서 바로 시행할 수 있습니다. 제주는 정부의 환경정책과는 다른 제주만의 환경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제주의 아름다움을 우리의 후손들과 세계인들도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나라 정책 입안자들은 참 이상합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 꼭 붙이는 말이 있습니다. 외국의 사례를 가져오라고 합니다. 장담하건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지금의 제주를 있는 그대로 보고, 진정한 에코섬으로 만들기 위한 제주만의 사례를 만들어 나가면 세계에서 배우러 오게 할 수 있습니다.

“신은 항상 용서하시고, 인간은 가끔 용서하고, 자연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하지 않습니까? 호주의 산불 재앙이 얼마나 무섭습니까? 해수면의 상승으로 인도네시아가 수도를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제주의 수위(水位)도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제주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으로서 쉽게 꺼내지 못하는 얘기를 주제넘게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주제넘는 이야기가 많이 개진되고, 활발하게 의견이 교환돼야 합니다. 제주도를 생각하면 너무도 속이 상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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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보

(사)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 상근 부회장. 1955년 경북 영주 출생. 단국대 영문과 졸. 1996년 덕흥전자부품(주) CEO를 거쳐 (주)토프라텍 창업. 2001년 IMF 파고를 넘지 못하고 이 지구를 떠나려다 1999년 창립 발기인으로 참여한 자원순환산업진흥협회에서 계속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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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땅에 덮친 대재앙

2020.01.17

지난해 9월 시작된 호주 산불이 꺼질 줄 모릅니다. 여름철(호주는 남반부라 현재 여름) 기온이 50도에 육박하자 불이 더 활활 타오른다고 합니다. 어제도 비가 내렸으나 불길을 잡기에는 턱없이 모자랐고,  2월이 되어야 불길을 잡을 수 있는 흡족한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합니다.

피해가 너무 커서 안타깝습니다. 벌써 우리나라 넓이와 비슷한 숲이 불탔습니다. 불탄 집이 2,000채를 넘었고, 사망한 사람도 30명에 가깝습니다. 호주 정부는 국가 비상상태를 선포했고, 긴급재난 구호 자금을 책정했습니다만 피해 복구가 만만찮습니다. 광대한 국토에 적은 소방관들이 불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원인은 기상이변이랍니다. 기후변화 대응책 마련에 소극적이던 호주 정부가 곤혹스러워 합니다.

불길이 지나가는 산림 위로는 마치 화산이 폭발한 것처럼 검은 연기가 하늘 높이 치솟습니다. 그 맑고 푸르던 하늘은 온데간데없고 온통 검은색뿐입니다. 내뿜는 화염과 열기, 미세먼지로 하늘은 저녁노을처럼 붉게 물들었습니다. 비가 많이 와야 합니다만 오더라도 문제입니다. 스며들 공간이 없어 사막의 와디(비올 때만 잠깐 흐르는 강)처럼 금방 큰물이 집니다. 검은 물이 강에 넘칩니다. 또 맹렬하게 흘러내리는 빗물은 토양을 쓸어 갑니다. 강 속의 생물과 토양미생물조차도 죽음을 면치 못했습니다. 숲이 살아날 때까지 이런 악순환이 반복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같은 완벽한 생태계 복원은 불가능하거나, 한 세기는 족히 걸릴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서구 언론들은 호주 시민들의 호흡기 이상 가능성을 염려합니다. 호주 정부가 피해지역 주민에게 마스크를 나눠주었습니다만 임시방편입니다. 일반 마스크(P2, P3)는 30분 정도만 폐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한 소방관은 공기를 잘 걸러내고, 호흡할 때 저항을 줄여주는 호기밸브가 달린 마스크를 사용하라고 권합니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오염물질로 폐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마스크(SCBA)뿐입니다. 의사들은 만약 조금이라도 연기를 들이마신 사람들은 반드시 검진을 받아 이상 여부를 확인하라고 조언합니다. 오랜 기간 연기에 노출된 사람들은 폐는 물론 심장, 신장의 이상이나 뇌졸중 당뇨병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산불로 발생한 연기와 미세먼지, 뜨거워진 공기가 시간이 흐를수록 호주는 물론 지구의 생태계마저 위협합니다. 호주 대륙의 동물들이 대재앙 앞에 속수무책입니다. 소 10만 마리 이상이 화마를 피하지 못 했습니다. 야생동물 피해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외신들은 벌써 10억 마리 이상이 불에 타 죽었을 것이라고 보도합니다. 호주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코알라는 어쩌면 멸종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덩치 작은 동물들은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땅에서 견디기가 더욱 모질고 혹독합니다. 작은 동물들이 피해지역에서 먹잇감을 구하고, 몸을 숨기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불 속에서 겨우겨우 목숨만 건졌는데 큰 동물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입니다. 적의 공격에 우거진 숲에 몸을 숨기거나, 나무 위로 뛰어올라 목숨을 부지하던 이들이 천적의 공격에 이제는 완전히 노출된 상태입니다. 아무리 날뛰어봤자 작은 몸을 은폐·엄폐할 곳이 없습니다. 큰 육식동물의 좋은 먹잇감입니다.

호주에서 2,500㎞가량 떨어진 뉴질랜드 남 섬의 빙하는 호주 산불로 증가한 미세먼지 때문에 눈 색깔이 붉게 변했습니다. 뉴질랜드 기상 관계자들이 빙하를 관찰하는 사진 속 얼음은 갈색에 가깝습니다. 남극의 물이라며 광고하던 생수도 어쩌면 판매가 중단될지도 모릅니다.

연기와 미세먼지 때문에 일조량이 줄어들어 기온 변화도 심각합니다.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친구가 전한 상황은 그야말로 놀라울 뿐입니다. 지난주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 한여름인데도 오리털이 들어간 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추위를 느꼈답니다. 미세먼지가 날아와 며칠간은 하늘이 온통 붉은 노을처럼 물들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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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에서 날아온 연기와 미세먼지가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하늘을 붉은색으로 물들였습니다.(오클랜드 거주 친구가 보내왔음)

국제사회가 나섰습니다. 미국과 영국 뉴질랜드 등은 소방관과 소화 장비를 보냈습니다. 각국에 나가 있는 호주대사관에는 구호 모금 사이트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며칠 전 한 단체에 작은 성금을 보냈습니다. 기상이변이 끝나고, 불길도 잡히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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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덕

서울대학교, 서독 Georg-August-Universitaet,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몽골 국립아카데미에서 수업. 몽골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 방어. 국민일보 국제문제대기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경인방송 사장 역임. 현재는 국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독은 독일보다 더 크다, 아내를 빌려 주는 나라, 몽골 풍속기, 몽골, 가장 간편한 글쓰기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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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바쁘니 과정은 빼고 결론만...

2020.01.16

새 달력으로 바꾼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 달이 지나고 민족의 명절 설도 곧 다가옵니다. 굳이 몇 살까지 살고 싶다고 생각해 본 기억은 없으나, 요즘 ‘100세 인간’이라는 말이 유행해 ‘이왕이면 100세까지는 살아야지’ 하는 생각 속에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마음속으로 멘토로 존경하고 있는, 올해 100세가 넘는 김형석 교수님이 신년에 관한 글에서 “새해가 온다는 것은 인생의 석양이 다가온다는 신호”라고 좀 서운한 감을 나타내고 이어 “과거가 길어질수록 미래가 짧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해, 저는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초 병고에 시달리다가 입원치료까지 받게 되고 가까스로 설 명절 직전에 퇴원했던 비참한 경험에 비하면, 김 교수 표현대로 ‘인생의 석양’은 다가올지라도, 새해에는 더욱 건강을 회복하여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고 소원하며 해를 넘겼습니다.

비록 ‘인생의 석양’ 길에는 한 걸음 더 다가섰지만, 제 띠 해인 경자(庚子)년 새해엔 기력과 체력이 더욱 회복되어 아이들 걱정을 덜어주고 옛날처럼 친구들과의 모임에도 가끔 나갈 수 있는 희망의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옛날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100세라는 수명도, 몸이 건강해야 기쁘게 맞이할 수 있지 병석에 자주 눕거나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인공 연명장치 신세를 지는 100세 수명을 저는 바라지 않습니다.

국내외의 정세가 그야말로 복잡다단(複雜多端)하고, 최근에는 중동사태가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언론매체를 통해 알고는 있지만 이런 것에 신경을 쓸 마음의 여유는 별로 없습니다. 이웃 나라에서는 올해 여름에 열리는 그들의 두 번째 올림픽/패럴림픽 준비에 온 국민이 흥분하고 있는 모양이나, 여기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자기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어떻게 뜻있게 보낼 수 있는가에만 부심(腐心)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많은 정치학자들이 예언하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3개월 뒤에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정치와 정치기사에 관한 관심을 잃었습니다. 소위 각종 여론조사에도 흥미를 잃었습니다. 수십 년 전부터 구독하는 일간신문 하나는 그저 관성적(慣性的)으로 받고 있으나, 기사 제목만 훑어보는 게 고작입니다. 간혹 흥미를 느끼는 기사나 글을 돋보기를 사용하여 읽습니다.

한자를 혼용했던 글에 아직도 익숙한 노안(老眼)에는 신문이나 단행본의 한글전용의 작은 글씨를 판독하는 데에 시간과 정력이 무척 소비됩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비웃고 있지만 독서는 외국어로 된 서적을 많이 이용합니다. 잠 안 올 때에 대비해 침대 이불 속에는 항상 서너 권의 책을 넣어두고 있습니다. 그중 한 권은 언제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일본 문고판 소책자입니다.

실용주의를 추구하던 미국 사회에서 ‘Stupid, it's the outcome(result) that counts!'(바보야, 중요한 건 결과야!)라는 표현을 많이 쓰던 때 한 미국 통신사에서 일했습니다. 과정(過程)에 충실하려던 제가 불만을 느낄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바로 지금 저는 그 결과만을 쫓고 살고 있습니다. 과정이나 도중의 디테일(detail)에까지 관심을 가질 물리적 여유가 없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미국의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받았다는 결과에만 관심을 가질 뿐 그 영화를 볼 흥미나 관심은 없습니다. 영화관에 마지막으로 간 것이 10여 년 전입니다.

옛날엔 미국 LPGA에서 한국 여자 골퍼가 선두를 달리는 마지막 라운드의 경기는 컴퓨터나 TV를 통해 머리가 아플 정도로 자세히 관전했습니다. 선수들의 기록도 잘 외우고 있었습니다. 박세리나 박인비 선수의 전성시대에는 한국 선수들의 개인기록이나 신상에 관한 뉴스에 현역기자 때처럼 민감했습니다. 지금은 결과에는 관심을 가지지만 경기 과정에까지 매달리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야구나 축구 TV 중계도 보지 않습니다. 이상하게 예전처럼 흥미가 없고 지루함을 느낍니다. 승부가 간단히 끝나는 씨름은 가끔 봅니다. 그럼 하루 24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 외출도 마음대로 못 하는 몸 상태로 지루하지 않은지 궁금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 24시간은 결코 지루하지 않습니다. 오랜 습관이 된 규칙적 생활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수면시간은 7시간으로 정하고, 낮잠은 자지 않습니다. 가끔 침대에서 쉴 때 잠깐 잠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러 낮잠을 자지는 않습니다. 외출하지 못하는 시간을 실내운동이나 클래식음악 감상 등으로 때웁니다. 원래 프랑스에서 시작된 ‘Number Place'란 숫자놀이를 한 일본 기업이 확대 개발한 ‘Sudoku'(數獨)를 컴퓨터 Pad로 즐기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 지금처럼 널리 보급되기 전 우연히 알게 된 이 숫자놀이는 중독성이 없이 뇌할동을 돕는 게임으로 20년 가까이 즐기고 있습니다.

실내 사이클링 운동기구와 보행보조기 등을 아이들이 구입해 주어 애용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두세 번 컴퓨터 작업도 합니다. 한 번에 1시간 이내로 제한하여, 글쓰기, 메일, 외국신문 읽기 등을 즐깁니다. 컴퓨터와 구식 휴대폰이 외부와의 유일한 매개체입니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없습니다. 다만 큰 고통 없이 생을 마감했으면 하는 희망은 늘 갖고 있습니다. 이 나이까지 잘 살아왔으니 몹쓸 치매만은 피해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뇌운동 등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새해에 많은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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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춘

일본 주오(中央)대 법과 중퇴
AP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지국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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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나라 고치기

2020.01.15

출판기념회나 북 콘서트를 연다는 지인들의 메시지를 받으며 총선의 내도(來到)를 피부로 느낍니다. 총선이 뭘까요? 그날만 나라의 주인이 되는 착각의 날일까요? 일선 기자 때 총선 취재로 전국을 쏘다녔을 때 권위적인 정권하에서도 유세장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청중은 야당 지도자들의 연설에  환호했습니다. 그 환호가 다시 울려 퍼지려 하고 있습니다.

선거철이 되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공명선거를 강조하는 담화를 발표했고 투표가 임박하면 섬 지역에 투표함을 먼저 보냈습니다. 사광욱 위원장 이름이 기억납니다. 이제 사전 투표용지는 전국 어디서나 현장 출력하죠. 지난번 선거 때 사전 투표용지를 받으며 잘 통제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죠. 한국산 전자 개표기가 이라크, 콩고 등 외국에서 잇단 제동이 걸렸답니다. 투표용지 보관도 며칠밖에 안 한다는데 재검표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선거의 역사는 갈수록 공정해져야 하는데 대통령은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으로 친문 인사를 앉혔습니다.  

나라 꼴을 보니 총선은 인물이 아니라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청와대 출신 70~80명이 출마하겠다니 정권 심판 공방이 한층 달구어지겠죠. 내각에 이어 국회도 청와대 기지가 되려나 봅니다. 헌정을 파행시킨 촛불 탄핵 판결 후 두 달 만에 ‘벚꽃 대선’이라고 치른 졸속  검증이 문재인 정권의 총체적인 무능과 실정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 탄핵이 체제 탄핵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9·19 군사합의의 일방적 이행, 한미일 동맹을 저버리고 북·중·러로 다가가며 '중국 핵우산'운운하는 외교·안보, 인헌고 학생들이 항거한 전교조 세뇌 교육, 아직 재판 중인 드루킹 댓글 조작 1억 건, 30년 친구를 당선시키려고 경찰력을 동원한 울산시장 관권 부정선거 의혹, 유재수 감찰 무마, 권력의 심부를 겨냥한 검찰 수사를 공중 분해시키려는 ‘검찰 인사 학살’, 공수처 등 악법 양산, 너무 많은 목록입니다. 청와대 압수 수색에 대해 2016년 야당인 문재인은 “대통령이라고 예우할 게 아니라 그냥 피의자로 다루어야 한다”고 트윗했습니다. 그 말이 부메랑입니다. 검찰 수사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대표였던 당원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누구 편일까요.

이제 가장 절실한,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를 숫자의 팩트로 바라봅니다. 경로당 노인들은 연금을 월 30만 원이나 주는 대통령이니 찍어야 한다고 칭찬한답니다. 물 마실 때는 근원을 생각해야죠. 그 돈은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 등 미래 세대가 부담하죠. 젖먹이에서부터 노인까지 전체 가구의 절반이 각종 보조금을 받는다고 합니다. 투자해야 할 씨앗을 까먹는 게 아니겠습니까?

원전을 바꾼다는 태양광 발전은 2018년 한 해 동안 축구장 3,300개 넓이의 국토를 발가벗기는 거대한 삽질로 휴전선 인근에서조차 발전소가 섰습니다. 중국산 관련 자재 수입이 폭증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운동권 태양광 대부 허 모 씨는 임금 체불로 곤욕입니다. 7,000억 원 들여 보수했다는 월성 1호기 폐쇄는 에너지 자립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일등 공신을 쓰러트린 경제 실패의 모습입니다. 석유 없는 나라가 불야성이 된 것은 이승만 시절부터 계획한 원자력 덕택입니다. 이산화탄소 발생이 없고 수백조 원의 미래 먹거리인 국익을 걷어차고 있죠. 그러면서 편서풍이 부는 중국이 우리와 수백 킬로미터 거리의 자국 동해안에 100기의 원전을 계획하고 이미 여러 기를 가동해도 찍소리 못합니다. 사대주의 ‘중국몽’에 납작 엎드렸으니 홍콩 시위 인권에도, 원자력발전의 안전에도 입 다무는 거죠. 그것도 야당이 반대해서 못했나요.

인공지능(AI)과 G5 통신을 읊고 있지만, 과도한 ‘노동 존중’이 52시간 근무로 연구실의 불을 끄게 합니다. 2018년 매출액 세계 12위(2,119억 달러)의 삼성전자가 승마 선수에게 말 몇 마리 빌려줬다고 수년간 총수를 감옥에 처박았죠. 이 회사 작년 영업이익은 27.7조 원, 전년 대비 53퍼센트 줄었습니다. 중국 반도체가 무섭게 치고 올라옵니다. 음풍농월할 때가 아닙니다.

발전의 원동력은 정부의 규제와 명령이 아니라 창의와 혁신, 자유와 경쟁입니다. 공정(公正)이나 변화라는 추상적 어휘는 무한 경쟁의 세계시장과 거리가 멀죠. 한국의 공장이 놀면 베트남과 헝가리의 다른 나라 공장이 돌아갑니다. 작업장 안에서 와이파이를 고집하던 현대자동차의 귀족노조는 생산성이 월등한 외국 공장이 먹여 살린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각국은 미래로 경쟁합니다. 일본은 노인을 원격진료하고, 자율주행버스가 도로 운행 허가를 받았죠. 미국은 드론이 적군을 공격하고 피자를 택배합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전자 쇼(CES 2020)에서는 식당에서 손님을 안내하고 주문받아 간단한 요리를 하여 손님에게 갖다주고 그릇을 거둬 설거지까지 하는 로봇이 등장했습니다.

신기술 적용을 거부하고, 소비자는 물론 기업마다 다른 사정을 무시하여 일하고 싶어도 놀아야 하고, 사고 싶어도 못 사며, 소득주도 성장이라고 능력이 없어도 저임금을 주면 감옥행인 사회주의적 통제 경제에서 세계와 경쟁하는 성장은 불가능합니다. 대형 마트 규제는 골목 상권도 살리기 어렵지만, 세계 최대의 유통기업 월마트도 이길 수 없습니다. 온갖 규제의 감옥 속에 작년 우리나라 명목성장률은 1.4퍼센트로 OECD 36개국 중에 34위로 추락했습니다.

신년사에서 대통령은 평화경제라는 수사로 돌파구를 찾지만, 이는 북한 비핵화나 북한 민주화만큼 요원하죠. 핵무기로 제재받는 북한이 언제 철도, 항만, 공항, 도로, 전력 인프라를 갖추어 오지를 산업화한다는 겁니까? 북한은 경제를 몰라 70년간 이러고 있을까요. 어렵기 때문이죠. 남북 평화를 외치지만 지방에서 패트리엇 미사일을 빼다가 청와대 뒷산에 배치한 것도 한반도에 평화가 오지 않았음을 웅변합니다. 비핵화의 진전은 없고 미사일 체계를 고도화한 것이 북한의 실상이죠. 북한이 로켓사단을 만든다고 발표했을 때 경악했어야 했습니다.

대통령은 북한을 바라보고 곳곳에서는 생활고로 집단자살이 일어납니다. 작년 예산 470조 원은 어디다 뿌렸기에 관악구의 탈북 모자는 아사했는지, 자유 대한민국의 수치입니다. 문정권 3년간 예산이 400조 원에서 513조 원으로 폭증한 것은 세금을 최대한 짜내 중산층을 붕괴시켜 하층민으로 만들고 표 되는 곳에 현금을 뿌려 중독시키겠다는 장기집권 계획인지 모릅니다. 남미 독재국가들이 언론, 사법, 국회를 차례로 장악해 그렇게 했답니다. 소급적인 부동산 대책은 중산층 주거이전의 계획과 자유를 꽁꽁 묶고 있죠. 정부가 왜 은행 대출을 금지합니까. 집을 사기도, 팔기도, 갖고 있기도, 세주기도 어렵게 하죠. 집값 급등은 과도한 저금리 정책의 실패가 만든 실물 자산 선호의 증거입니다. 어디 정부가 시장을 이겨 경제학 교과서를 다시 쓸지 봅시다.

작년 우리나라 수출은 전년 대비 10.3퍼센트 줄었습니다. 실업자 중 20대 후반의 비중이 21퍼센트로 7년째 OECD 1위입니다. 정부가 자랑하는 고용은 세금 쓰는 노인 고용 위주죠.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 경제가 아시아의 용에서 ‘개집’으로 변했다며 사회주의를 고쳐야 하는 카드만 남았다고 경고했습니다. 70년 가꿔온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무지막지한 훼손입니다.

짧은 기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쁜 일이 너무 많죠. 나는 지난 대선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는 마지막 체제전쟁이라는 주장을 썼습니다. ‘너를 배부르게 만든 이 나라의 성취가 부끄럽다면 이 나라를 떠나면 돼. 다른 사람까지 부끄럽게 만들지 말고….’ 마음속으로 생각해봅니다. 대통령은 국가 최고 심부름꾼, 자신을 국가 주인으로 착각하고 마구 나대는 시한부 종복(從僕)은 고용주이며 주권자인 국민이 꾸짖지 않으면 잘못을 고치지 않을 겁니다. 국가를 사당화하려는 세력에게 주권재민의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4·15총선은 자유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를 지킬 기회입니다.

작년 말 한·중·일 정상회담 뒤 산케이는 이런 사설을 썼습니다. “가치를 공유할 수 없는 나라와 진정으로 연대하기는 어렵다.” 그건 일본 신문이 아니라 자유 시민이 국민보다 북한이 먼저인 것 같은 문재인 정권에 해야 할 말이라고 느꼈습니다. 총선에서 국민이 먼저임을 정권이 절감하게 해야 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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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영환

한국일보, 서울경제 근무. 동유럽 민주화 혁명기에 파리특파원. 과학부, 뉴미디어부, 인터넷부 부장등 역임. 우리사회의 개량이 글쓰기의 큰 목표. 편역서 '순교자의 꽃들.현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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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행진-자유칼럼 새해 성악콘서트

2020.01.14

매년 1월 1일이면 빈 필하모닉의 연주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신년음악회가 열려 세계인의 ‘귀’를 모읍니다. 자유칼럼에서도 작은 음악회를 마련했어요. 이름하여 ‘별들의 행진’. 요즘 뜨는 테너들로 호세 쿠라, 롤란도 비야손, 로베르토 알라냐, 살바토레 리치트라, 유시프 에이바조프 등이 있지만, 보통 ‘3테너’라고 하면 고인이 된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이상 3인을 일컫지요.

사실은 그들에 앞서는 원조 3테너가 있었습니다. 마리오 델 모나코, 프랑코 코렐리, 주세페 디 스테파노입니다. 그런데 또 그들 앞에 놓이는 왕고참 시조 3테너가 있었다니까요. 엔리코 카루소, 베니아미노 질리, 유시 비외를링이에요. 하지만 오늘 칼럼에서는 기량은 떨어지지 않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다른 유명 테너에 비해 덜 알려진 가수들을 소개합니다.

#페루치오 탈리아비니(Ferruccio Tagliavini, 1913~1955)

페루치오 탈리아비니는 질리의 뒤를 잇는 미성의 리릭 테너입니다. 리리코 중에서도 흐느끼는 듯한 창법인 레지에로 계열이에요. 듣는 이의 마음을 다독이는 부드러운 음색, 섬세한 고음 구사로 교묘한 감정 표현에 능했지요. 하지만 동시대에 활약한 강렬한 음색의 스핀토 테너 유시 비외를링의 위세에 눌린 데다, 음색이 비슷한 후배 스테파노의 등장으로 퇴조의 길을 걷게 된 불운의 테너이기도 했습니다.

탈리아비니는 최정상의 테너로 평가 받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나름 대중성을 갖추었고 영화에도 출연(勿忘草, Non Ti Scordar Di Me)해 많은 팬을 확보했습니다. 가성이 섞인 듯한 독특한 고음처리는 아련한 향수를 자아냅니다.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나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중 '페데리코의 탄식', 쿠르티스의 '물망초'는 꼭 탈리아비니의 노래로 들어야 합니다.

#마리오 란자(Mario Lanza, 1921~1959)

마리오 란자는(그 역시 이탈리아계 이민 세대이긴 했지만) 이탈리아 테너(코렐리, 스테파노)들에 대한 대항마로 미국이 내세운 간판스타였습니다. 트럭 운전사 출신의 입지전적인 인물이기도 한 마리오 란자는 대중친화적인 스타 플레이어였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테너이기도 했죠. 영화 '가극왕 카루소(The Great Caruso)' 출연을 계기로 일약 유명해졌으며, '황태자의 첫사랑(The Student Prince)'은 란자의 인기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란자는 두 편의 오페라에만 달랑 출연했을뿐더러, 과장되고 양철을 두드리는 듯한 목소리의 결이 곱지 않아 비평가들의 평가가 후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정열의 과잉이 느껴지는 신파조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그립기도 합니다. 오페라 <라 보엠> 중 '그대의 찬 손'은 정평 있는 레퍼토리입니다. <황태자의 첫사랑> 중 '축배의 노래‘나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에 나오는 '그러니까 우리 함께 기뻐하자(Gaudeamus Igitur)'는  마리오 란자의 노래로 들어야 제맛이 나지요.

#프리츠 분덜리히(Fritz Wunderlich, 1930~1966)

20세기 독일을 대표하는 성악가 3인방은? 소프라노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와 바리톤 피셔 디스카우 그리고 테너 프리츠 분덜리히입니다. 마리아 칼라스, 레나타 테발디와 1, 2위를 다투는 슈바르츠코프, 역대 최고의 바리톤으로 추앙받는 디스카우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루도록 하죠. 분덜리히는 서정이 넘치면서도 자유분방한 목소리와 섬세한 표현으로 짧은 기간에 당대 제1의 리릭 테너라는 명성을 획득하였습니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魔笛]>에서 타미노 역을 맡아 오페라 가수로도 활약한 분덜리히지만, 소프라노 슈바르츠코프가 그러했듯, 독일 가곡(Lied)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베토벤(‘아델라이데’), 슈만(‘시인의 사랑’), 슈베르트(‘세레나데')…. 불의의 계단 추락사고로 36세라는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해 많은 팬들이 ’20세기 성악계의 가장 비극적인 손실‘이라며 안타까워했죠. 분덜리히가 활동을 오래했더라면 ’하늘에서 내린 빛나는 음성‘으로 또 다른 소리의 진경을 펼쳐보였을 텐데.

음반 질이 좋지 않아 떨림이 심했는데 감안하고 들으셨는지요? 우리를 견인하던 그 소리의 영웅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원전의 감동이 없는 샘플링의 시대, 시뮬라크르와 하이퍼 리얼리티, 감각과 형상이 판치는 사회, 먹거리도 감자 칩보다 성형 감자 칩이 뜨는 요즈음입니다. 레코드판이나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정통 성악곡을 들으며 느꼈던 전율과 몰입, 순수의 시대가 새삼 그립기만 합니다.

*다른 테너들을 다룬 적이 있어 참고로 올립니다.

https://blog.naver.com/nixland/60099205116

https://blog.naver.com/nixland/60100934629

https://blog.naver.com/nixland/6010365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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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창식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수필가, 문화평론가.
<한국산문> <시에> <시에티카> <문학청춘> 심사위원.
흑구문학상, 조경희 수필문학상, 한국수필작가회 문학상 수상.
수필집 <안경점의 그레트헨> <문영음文映音을 사랑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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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 10계명

2020.01.13

카톡은 국민의 생필품적 통신수단이 된 지 오래입니다. 얼마 전까지도 연말연시엔 수첩과 명함을 정리하곤 했는데, 지금은 카톡을 정리하는 게 큰일입니다. 불필요한 동영상이나 그림, 지겨운 교훈, 의미가 없어진 사람의 이름을 삭제하고 중요한 걸 따로 갈무리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런 작업을 하는 동안, 모든 사람이 느꼈을 법한 불편과 불쾌함을 덜기 위해 일정한 지침이 필요하다 싶어 카톡 10계명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주로 단톡(단체카톡)방에 관한 것들입니다.

1. 시도 때도 없는 “카톡!“=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카톡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카톡, 카톡!“ 소리가 싫어 묵음으로 해놓거나 아예 문자메시지만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무 때나 카톡을 보내는 건 실례입니다. 특히 시차가 있는 외국에서 제 흥에 겨워 시도 때도 없이 카톡을 보내면 역효과만 나게 됩니다. 낮에는 전혀 카톡을 읽거나 답하지 않다가 남들 자는 밤 12시, 1시 넘어 답장을 보내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2. 정치· 종교 이야기 금지=가입자가 140명쯤 되는 모 사회단체의 단톡방에, 20여 일 전 어떤 사람이 인민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민주당 헌법 개정 초안이 나왔다는 글을 띄웠다가 뭇매를 맞았습니다. “정치 이야기하는 곳 아니다, 거짓 뉴스 띄우지 마라, 대체 누구냐, 나가라”는 비난이 쏟아졌는데, 그 사람은 지금 나가지는 않은 채 숨만 쉬고 있습니다. 친목과 사교, 공지사항 전달이 주목적인 단톡방에서 정치나 종교 이야기를 하면 안 됩니다. 서로 불편해지고 편이 갈려 싸움이 납니다. 고교 동창 단톡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3. 삼가야 할 중복·반복=용량이 큰 동영상 또는 사진을 다량 전송하거나 동일 내용을 반복 홍보하는 일도 삼가야 합니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계속 실황 중계를 하는 경우를 더러 보았는데, 대부분 그 사진이 그 사진이어서 받자마자 삭제하기 바쁩니다. 잘 선별해 의미 있는 것만 최소한으로 보내든지 ‘사진 묶어 보내기’ 기능을 이용하면 남들이 편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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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말은 하나도 없는 기성품 인사장들. 맞춤법 표기법도 틀렸다.

4. 기성품 안부·격려 지양=월초나 주초, 또는 명절이나 연말연시가 되면 “힘 내세요”, “웃고 사세요.” “오늘도 으라차차!” 따위의 응원 인사가 폭주합니다. 내용이 빤한데 본인이 쓰거나 만든 것도 아닙니다. 같은 걸 하루에 다섯 번 받은 날도 있습니다. 이런 거 어떻게 만드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배우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알고 “어디 가져오는 데가 있어.” 그러면서 안 알려주고 뻐기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5. 좋은 글·미담 공해=1960년대에 코미디언 살살이 서영춘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찌개백반~!” 이런 말을 유행시킨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좋은 글과 사진을 마구마구 보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이도 자기보다 한참 적은 사람이 인생철학을 거론하며 착하게, 바르게 살라는 글을 보내오면 누가 좋아할까요? 이런 글 중 감동적인 미담에는 출처와 근거가 없는 가짜나 사실이 잘못 알려진 게 부지기수입니다.

6. 억지 초대 자제를=서로 생면부지인 사람들을 잔뜩 모아 단톡방을 개설하는 것도 꼭 필요하지 않으면 삼가야 합니다. 초대된 사람들은 서로 모르는 이야기만 하거나 자칫 말이 엉켜 불쾌해지게 됩니다. 100명 넘는 인맥을 초대해 운영하다가 “잠시 잠적한다”며 없어지더니 몇 달 후 다시 나타나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이게 뭐야, 장난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 OB 내지 않기= 골프에서는 공이 규정된 지역 외로 나가면 OB(Out of Bounds)라고 합니다. 단톡방에도 OB꾼들이 많습니다. 아내에게 보내는 카톡을 엉뚱한 모임에 날리거나 임대료 빨리 보내라는 카톡을 대학 동창 단톡방에 올려 웃음거리가 되는 식입니다. 정신 차리세요. 간판도 못 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단톡방 간판을 잘 보세요. 뒤늦게 삭제해도 '때는 늦으리’입니다.

8. 댓글 달기 신중하게= 수신자가 지켜야 할 것도 많습니다. 행사나 모임에 초대하는 카톡에 눈치 없이 제일 먼저 못 간다고 댓글을 다는 건 한마디로 흥행을 방해해 김이 새게 만드는 짓입니다. 카톡을 빨리 읽는 건 좋지만 불참 통보는 최대한 늦춰야 합니다. 또 어떤 일에 대해 회원들의 반응이나 논의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다른 걸 올리는 건 실례입니다. 이런 중간 낙서는 글 올린 사람을 불쾌하게 할 뿐 아니라 본인의 글도 호응을 얻지 못합니다. 하루 정도 지나 그 일이 정리된 뒤 새 글을 올리는 게 바람직합니다. 안내나 설명이 끝나기 전에 댓글을 다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9. 딴전·딴청 부리지 말기=여럿이 의견을 주고받는 단톡방에서 그 주제 내의 특정 사항에 대해 둘이서 설왕설래, 지지고 볶는 것은 우스운 일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관심이 없거나 알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떠들다 보면 본인들은 신날지 몰라도 꼴불견이 되기 십상입니다. 개인 카톡으로 1대 1 대화를 이어가는 게 좋습니다.

10. 반응·답장 잘 하기=카톡을 받으면 반응을 보이고 답을 하는 게 소통의 기본입니다. 그런데 묵묵부답인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내용이 지겨워 오는 족족 카톡을 지우고 일절 답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자 보낸 사람이 삐쳐서 전화도 안 받더랍니다. 겨우겨우 기분을 풀어주었는데, 영영 안 볼 사람이 아니면 적절히 알은 척을 해주십시오. 데이터가 꽉 찬 경우 카톡방에서 나가버려 기분 상하게 하지 말고, 휴대폰 우측 상단의 석 삼자를 누르고 그 아래 기능 버튼에서 ‘대화내용 모두 삭제’를 눌러 몸을 가볍게 하십시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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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임철순(任喆淳)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 이투데이 이사 겸 주필 역임. 현재 자유칼럼그룹 공동 대표,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시니어희망공동체 이사장. 한국기자상, 위암 장지연상, 삼성언론상 등 수상. 저서‘노래도 늙는구나’, '효자손으로도 때리지 말라’,’손들지 않는 기자들‘,‘1개월 인턴기자와 40년 저널리스트가 만나다(전자책)’,‘내가 지키는 글쓰기 원칙(공저)’'마르지 않는 붓'(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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