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민국 엔지니어 위상, 엔지니어링 수준

이석종 구조기술사


    노후  시설물이 늘어나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기존시설물을 보강할 때 필요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노후시설물의 안전 관한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노후시설물현황에 따르면 전국의 도로 교량 중 30년 이상 된 노후시설물의 1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0년대 이후에 완공된 기반시설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노후 시설물 비율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노후시설물을 보강하는 과정에서 보강 설계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을 격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감사를 통해 서울교통공사가 과다하게 내진보강을 했다면서 교통공사 담당자들을 징계하고 설계자들에게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라는 감사의견을 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의견은 '보강할 필요가 없는 데 보강했다'는 것이고, 설계자의 주장은 '설계기준에 철근 상세를 지키도록 되있다'는 것이다.




감사와 설계자가 충돌한 대목은 '연성보강'에 대한 판단이다. 설계자들은 설계기준에 나와있는 기준이므로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고 감사는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양쪽이 충돌한 이유는 이 규정이 힘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지진력에 의해서 철근의 배근 여부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최소기준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다. 콘크리트기준에는 단부구역에는 부재력과 관계없이 철근상세를 지키도록 되있다. 일종의 최소기준 같은 개념이다.


문제는 이 최소기준을 기존 구조물을 보강할 때도 지켜야 하느냐의 문제다. 서울시 감사 의견은 설계기준은 신설구조물에 적용하는 것이므로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고 설계자는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고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 문제는 설계기준을 기존 구조물에도 적용해야 하는 것이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설계기준이 구조물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봤을 때 지켜야 된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에 이미 만들어진 구조물에 적용이 힘들다면 일부 규정들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의 기준은 법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 국토부장관이 고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엔지니어들은 기준을 지키지 않았을 때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현재 보강에 대한 기준은 따로 없다. 즉 기존 구조물의 상태에 따라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보강을 할 것인지? 보강을 통해 앞으로 몇년을 더 쓰려고 하는 것인지 등 보강의 방법과 보강의 목적 등이 명확하게 제시된 기준이 없다.




그래서 성능개선 또는 보강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설계기준을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엔지니어들의 의견이다.


한편 기술적으로 보강에 대해서 '기준' 수준으로 규정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설계기준은 새로운 구조물을 만드는 것이라서 설계기준이 가정한 그대로 시공을 하면 설계기준이 추구하는 안전률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구조물을 보강하는 것은 기존구조물의 결함, 노화 등 변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판단'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시설물의 보강 관련한 규정들은 매뉴얼, 요령, 가이드라인 등으로 나와 있다. 예를 들어 교육부는 '학교시설 내진성능평가 및 보강 매뉴얼'을  운용하고 있다. 행안부도 내진보강사업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운용중이다. 시설안전공단도 '내진성능평가 및 향상요령'을 운용중이다.  


문제는 내진과 관련된 각종 법률 및  가이드라인, 요령 등에는 대부분 설계기준들을 참조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계기준의 어느 조항을 참조하고 어느 조항은 참조하지 않다도 된다는 식으로 기술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보강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설계기준 전체를 만족해야 하는지 아니면 일부는 만족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는 설계자와 발주자가 판단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 설계자와 발주자는 이런 기술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발주자는 감사의 대상이고 설계자는 벌점이나 행정처분의 대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설계자는 엔지니어링 판단의 권한이 없다보니 발주자가 각종 심의기구와 자문기구를 두도록 하고 있다. 


이번 서울시 지하철 내진보강의 논란을 보고 '명확한 보강설계기준을 만들면 되겠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주장은 엔지니어링을 '흑과 백' 또는 'OK와 NG'의 논리로 보는 시각에서 나온다.


엔지니어링은 OK와 NG사이에서 무수히 많은 판단을 하는 과정 그 자체다. 모든 것을 명확하게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엔지니어링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고 결국 엔지니어가 사회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지 기준이나 위원회가 사회의 안전을 책임 질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엔지니어들은 '엔지니어링 판단'의 주체가 아니었고 전문가보다 훨씬 높은 법적 지위를 가진 '기준'을 따르도록 강요받아왔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번 서울지하철 내진보강 감사는 설계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엔지니어링 판단'을 했다. 


이번 건은 2020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엔지니어의 위상과 엔지니어링의 수준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이석종 

구조기술사

본지 발행인

구조기술사회 이사

기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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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직접 답했다…건축 성공 포인트 5가지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땅집고가 이번에 소개해드리는 책은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이 펴낸 '프리콘(Precon): 시작부터 완벽에 다가서는 일(엠아이디)'입니다.

[땅집고 북스] 프로젝트 성패의 갈림길 – 성공 프로젝트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몇 년 전 회사 내에서 건설업 관련 경험이 풍부한 사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핵심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문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현장 일선에서 실무 책임자들이 몸소 느끼는 건설의 핵심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화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설문 조사를 통해 총 45가지 핵심 성공 요인들이 도출되었는데, 이를 종합하고 경험과 관점을 반영하여 다음의 다섯 가지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땅집고] 건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5가지 요소가 뒷받침돼야 한다. /픽사베이


핵심 성공 요인 1:
발주자 (발주자의 명확한 프로젝트 범위 설정, 우수한 업체 선정과 협력 체계 구축, 발주자의 사업 관리 역량 등)

핵심 성공 요인 2:
프리콘 (프로젝트 기획 단계에서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전략 수립, 설계 단계의 체계적 원가 관리 및 VE, 시공성과 공기 검토, 프로젝트 초기 단계의 협업 등)

핵심 성공 요인 3:
좋은 설계 (탁월한 디자인 능력의 설계자 참여, 원가와 시공성을 고려한 설계 능력 등)

핵심 성공 요인 4:
팀워크와 사람 (설계자, 시공자의 역량, 참여자 간 신뢰 기반의 원활한 의사소통 및 협력,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역할과 의무에 대한 이해 등)

핵심 성공 요인 5 :
프로젝트 관리 (프로젝트 전반의 리더십, 전략 수립, 공사비, 시간, 품질 관리, 계약 및 리스크 관리, 효율적인 소통능력 등)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핵심 성공 요인에 관해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언급했던 것은 바로 ‘발주자’와 관련한 사항이었다. 발주자를 통해 사업 기간, 규모 및 예산이 정해지고 여기에 따라 기획 및 설계 단계 업무의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에 발주자의 프로젝트에 대한 지식 및 이해 수준,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사업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발주자 조직 내에 사업 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의 유무에 따라 의사 결정의 절차 및 소요 시간 등이 영향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발주자 조직 구성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발주자의 의사 결정 지체가 프로젝트 지연의 대표적 이유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발주자의 신속한 의사 결정은 모든 참여 주체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기본 전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꼽은 핵심 성공 요인은 ‘프리콘’ 활동이다. 기획 단계에 프로젝트 수행 원칙과 철학을 수립하고 좋은 설계를 위해서 발주자 요구 사항과 스페이스 프로그램을 만든다. 시공 이전 단계에서 설계의 시공성, 적정성 등을 검토함으로써 시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으로 하나의 팀을 구성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설계에 맞춰 공사비가 결정되기 때문에 예산을 초과하지 않는 설계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조기부터 투입돼 프리콘 활동을 수행한다면 프로젝트의 예측 가능성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땅집고] '좋은 설계'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밑거름이 된다. /픽사베이


세 번째 핵심 성공 요인은 ‘좋은 설계’이다. 탁월한 능력을 가진 설계자가 참여하여 좋은 설계를 하고 설계 관리가 적절히 이루어지면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올라간다. 두 번째 핵심 성공 요인인 프리콘 활동의 핵심도 설계 단계에서의 디자인 매니지먼트이다. 완성도가 높고 경쟁력 있는 도면을 생산하여 시공 과정에서 설계 변경을 최소화시킴으로써 공기 지연, 공사비 증가를 방지할 수 있다.

네 번째 핵심 성공 요인으로는 ‘팀워크와 사람’이 선택되었다. 건설 프로젝트는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분야별 전문가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못할 경우 프로젝트 신뢰성이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프로젝트 수행 실적과 경험을 토대로 전문가를 투입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다양한 사업 참여자 조직들이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팀워크와 사람이 중요한 핵심 성공 요인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 핵심 성공 요인으로는 ‘프로젝트 관리’가 중요하다. 공사 기간, 공사비, 품질 등 프로젝트 성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계획 미달 시 보완 대책을 마련하여 실행하는 프로젝트 관리는, 자칫 일상적인 업무로 치부될 수 있지만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반드시 수행되고 반영되어야 할 요소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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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수주 활성화와 리스크 관리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또다시 '해외수주 활성화 방안(6ㆍ15)'이 발표됐다. 총사업비 1000억달러 규모의 해외 핵심 프로젝트 30개를 선정해서 정부가 적극 관리하겠다는 내용 말고는 작년 2월에 발표한 '해외수주 활력 제고방안'과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정부의 해외건설 정책이 늘 '올해 수주 300억달러 달성'과 같은 양적 목표만 강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질적인 면에서 수익성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활성화 방안에도 리스크 관리에 관한 언급이 없다. 정부와 달리, 기업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원래 한국 기업의 강점은 적극적인 리스크 떠안기였고 약점은 리스크 관리였다. 만약 적극적인 리스크 떠안기가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한국 경제와 건설기업의 성장은 불가능했다. 1970년대 후반의 중동 건설 붐은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떠안은 결과였다. 초창기 사업추진 과정에서 현실화되는 리스크는 기업과 정부가 상황적응적으로 기민하게 잘 대응했다. 하지만 중동시장이 변곡점을 넘어서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리스크 떠안기가 한동안 계속됐고 그 결과가 중동 건설 부실화와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의 동남아 건설 붐도 마찬가지였다. 동남아 건설시장의 성장기에는 리스크 떠안기가 필요했지만 외환위기로 인해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차입구조를 갖고 있던 건설기업들은 리스크 관리 실패로 무너졌다. 2010년대 초반의 해외건설 어닝 쇼크도 마찬가지다.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한 유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적극적으로 해외 플랜트 수주에 나섰다. 미국과 유럽의 건설기업들은 리스크를 줄이고 회피하기 위한 차원에서 사업초기 단계의 기본설계 및 연결설계(FEED)에 주력했다.




한국의 플랜트 기업들은 상세설계(E)-구매ㆍ조달(P)-시공(C) 전반의 리스크를 다 떠안았다. 이처럼 과감하게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는 선진 기업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 플랜트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문제는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점차 과잉 수주와 저가 수주로 원가율이 상승하는데도 리스크 관리보다 여전히 리스크 떠안기에 치중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2013년에 어닝 쇼크를 발표하고서도 2014년의 해외 플랜트 수주는 더 늘었다. 그러다 보니 아직도 해외 플랜트 부실이 말끔하게 정리되지 못한 것 같다. 일부 기업은 해외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한 채 해외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듯한 모양새도 보이고 있다. 급성장하는 시장에서는 리스크 관리보다 리스크 떠안기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급성장 국면에서 리스크 관리를 지나치게 강화하면 성장의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하지만 지금의 해외건설 시장 상황이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떠안아야 할 시기인지는 의문이다.


해외건설 수주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수주실적이 작년보다 조금만 떨어져도 활성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수주한 해외공사가 얼마나 수익을 창출했는지는 해당 기업을 제외한 외부에서 알기 어렵고, 잘 따지지도 않는다. 특히 대규모 해외건설공사는 공사 기간이 몇년씩 소요된다. 수주 시점에서는 손실이나 수익 여부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호황기의 해외건설이 수주 신화에 매몰됐다면, 불황기의 해외건설은 어김없이 수주 급감과 함께 어닝 쇼크가 찾아왔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해외수주 급증에 가려졌던 대규모 손실이 드러난 어닝 쇼크는 세 차례나 반복됐다.




수주는 양적 지표다. 수익은 질적 지표다. 양도 중요하지만 질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 해외수주가 아무리 많아도 수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 기업은 이 같은 사실을 뼈아픈 체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2010년에 716억달러라는 사상 최고 수주실적을 달성한 이래 계속 수주가 줄어들고 있지만 기업들은 계속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를 하겠다고 한다. 여전히 리스크 관리 모드인 셈이다. 정부도 해외수주 활성화를 위해 리스크 떠안기만 강조할 수는 없다. 최근 2~3년간에 걸친 정책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왜 수주실적이 저조한지, 구조적인 원인부터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는다면 이번에 발표한 해외수주 활성화 방안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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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물유지관리업, 건설업종에서 제외해야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건설업종 가운데 시설물유지관리업이 있다. 그런데 최근 각종 시설물의 노후화로 안전점검이나 보수·보강 공사가 늘어나면서 시설물유지관리업과 여타 건설업종, 나아가 안전진단업체와의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설물유지관리업의 역할이나 업무 범위에 대하여 명확한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설물유지관리업은 1995년 성수대교 붕괴 이후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전문건설업의 일종으로 등장한 바 있다. 유지관리(maintenance)를 행하는 업종을 신설하면서, 개·보수와 관련된 건설공사를 직접 시공할 수 있는 자격까지 부여했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따른 업역 분쟁을 피하기 위해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시설물유지관리업의 업무 내용을 '시설물 완공 후 그 기능을 보전하고 이용자의 편의와 안전을 위하여 일상적으로 점검·정비하고 개량·보수·보강하는 공사'로 규정하고 있다. 즉, ‘일상적(日常的)’인 점검・정비를 요건으로 하고 있다.




또한 단서 규정을 두어 증설이나 확장, 또는 주요 구조부를 해체한 후 보수·보강하는 공사는 시설물유지관리업의 업무 범위에서 명확히 제외하고 있다. 방수나 도장(塗裝) 등 단일 전문업종에 해당하는 보수·보강공사도 시설물유지관리업의 업무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발주기관에서는 이러한 규정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이 때문에 개·보수공사 발주 시 입찰자격을 시설물유지관리업종으로 제한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많은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단순한 개·보수공사를 넘어서 증설이나 해체, 성능 개선이 포함된 공사까지 시설물유지관리업종으로 입찰자격을 제한하는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심각한 분쟁이 야기되고 있다.


공학적으로 보면, 공사의 내용과 상관없이 모든 종류의 건축물이나 시설물에 대해 개·보수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시공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이는 곧 전문성 부족으로 이어져 부실시공이나 불법 하도급의 우려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즉, 유지보수나 개·보수공사도 신축 공사와 마찬가지로 교량이나 터널, 댐, 상하수도, 건축물 등 다종다양하다. 따라서 해당 구조물별로 설계나 시공 분야의 전문적인 기술력과 공사경험이 있는 자가 유지관리나 개·보수공사의 시공주체로서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시설물의 개·보수공사와 관련된 면허를 따로 독립시킨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발주되는 공사의 내용이나 특성을 고려해 해당 분야의 면허를 갖춘 자가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균열이나 누수가 있는 경우, 방수(防水)나 콘크리트 업종 면허를 갖춘 자가 개·보수공사를 수행한다. 증설이나 해체 등이 포함되는 개·보수공사는 건축이나 토목업체가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통계를 보면, 시설물유지관리업체 가운데 건축이나 토목 또는 전문건설업종을 겸업하는 사례가 60% 이상이다. 개·보수공사가 시설물유지관리 업종으로 발주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여타 건설업종에서 시설물유지관리업 면허를 중복 취득했기 때문이다. 즉, 불필요하게 매몰비용이 증가된 것이다.


결국, 개·보수공사에서 업역 분쟁이 발생하는 이유는 '건설산업기본법'에서 모든 시설물의 개·보수공사가 가능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만능면허를 신설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설물유지관리업을 법적 건설업종에서 제외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이 경우, 기존 시설물유지관리업체 가운데 직접시공능력을 갖춘 경우에는 분야별 실적이나 기술력을 평가하여 종합이나 전문건설업종으로 편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시설물유지관리업의 원래 도입 목적대로 관리주체와 연간 계약을 맺고 일상적인 유지관리를 수행하거나, 혹은 시설관리(facility management)를 전문으로 하는 주체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 경우, 시설물유지관리업은 건설업종이 아니라 용역업종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 실무적으로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 업종을 신설하거나 혹은 건설기술용역업의 등록 범위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안선영안선영 asy728@ajunews.com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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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건축설계 공모전의 '보이지 않는 손'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


    건축사사무소 중에 안정적인 건설회사의 협력업체인 경우는 프로젝트 수주 걱정을 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사무소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건축사사무소는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고군분투한다. 건축설계도 의사처럼 분야별 전문가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특화되지 못하는 이유도 수주의 어려움 때문이다. 



과거에는 빈 땅도 많았고 빈 땅을 그냥 두면 세금을 내야 하는 공한지세가 있었다. 강제로 건물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 시절엔 건축설계 일이 넘쳐났다. 이제 대규모 개발 광풍 시대가 지나고 건설 분야도 침체기에 들어갔다. 아파트도 한계에 이르렀다. 아파트 신규프로젝트가 있다 해도 몇몇 대형 건축사사무소에서 다 가져간다. 도시형생활주택이나 다세대주택 등의 수요는 거의 사라졌다. 업무시설도 공실이 많은 현실이다. 근린생활시설은 경기침체와 더불어 수요가 더 줄었다.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고는 하나 복지시설의 수요도 적고 요양시설도 다들 운영이 어렵다고 한다. 종교시설도 확장에 한계가 있다. 이제 새로 지을 땅도 없지만 특별히 요구되는 시설도 없다. 이러한 현실이니 특히 사무소를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건축사들은 업무 수주가 어려운 현실이다. 그래서 많은 건축사들은 현상설계 공모에 참여한다. 



 

현상설계공모는 경쟁을 통해 더 좋은 작품을 선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 현상공모가 발주처로서는 큰 비용 지출 없이 최상의 작품을 얻을 수 있는 방식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건축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상징조형물도 대부분 현상공모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현상설계공모는 지명 현상공모가 있고 일반 현상공모가 있다. 지명공모는 실적도 있고 명성도 있는 건축사사무소를 발주자가 지명해서 설계공모에 초청하는 것이다. 대체로 적게는 3~4개, 많아야 5~6개 사무소를 지명한다. 설계공모에 소요되는 비용을 발주처에서 어느 정도 보전해 주므로 낙선해도 크게 손해 볼 일도 없다. 

 

그에 비해 일반 현상공모는 말 그대로 일정한 자격을 갖춘 건축사사무소라면 누구나 자의로 참여할 수 있다. 보통 수십 개 사무소가 참여한다. 자의로 참여하는 만큼 그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현상설계공모의 제출물이 과거보다 많이 간소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제출물을 제작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조감도나 각종 그래픽 등 협력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이 많이 들고 제안서의 편집이나 제출물의 인쇄비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준비하는 동안 직원들의 기회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 비용을 따져보면 한번 현상공모에 참여하는데 최소 수천만 원이 지출된다. 현상공모의 경우 당선작을 낸 건축사사무소에는 설계권을 주고 낙선작 중 우수작, 가작 몇 개는 일정 비용을 지불하는데 대체로 지출한 비용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비용이다. 낙선하면 그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수많은 건축사의 희생을 요구하는 현상공모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일까. 그것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그러나 대형 프로젝트일수록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것을 대부분의 건축사들은 의심하고 있다. [사진 Pixabay]



 

그러면 수많은 건축사의 희생을 요구하는 현상공모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일까. 그것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그러나 대형 프로젝트일수록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것을 대부분의 건축사들은 의심하고 있다. 최근에 발생한 세종시 신청사 설계공모전 담합논란은 건축계를 들썩이게 했다.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상징조형물의 발주 비리는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그중에는 심사위원들의 수준에 문제가 있어서 표절 작품에 대한 검증도 없이 작품을 선정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는 설계자를 내정해놓고 공정성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는 수단의 하나로 현상설계방식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목적을 위해 들러리를 세우는 것인데 도덕적으로도 비난받아야 한다. 

 

공사비의 5% 내외인 설계시장이 이런 지경이니 공사 입찰은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 공사입찰심사 명목으로 건설회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수십 명 비리 교수들의 명단은 지금도 인터넷에 남아있다. 요즘엔 심사위원들의 채점표를 공개하니 그나마 어느 정도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공정성을 극대화한다는 이유로 제안서 발표조차 블라인드 방식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얽히고설킨 건축계의 네트워크를 생각하면 어떤 방식을 택하든 객관적 평가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실력으로 당당히 수주하려는 건축사들은 오늘도 현상공모에 도전하고 있다. 발주처의 공정성과 투명성만이 이들 건축사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보상이고 예의다.

프리랜서 건축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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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탈원전 황당극'의 주연과 조연들

조선일보 박은호 논설위원


3년간 '탈원전·친태양광' 구호 난무


   영화 '화씨 9/11'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 감독이 새 다큐멘터리 '인간의 행성'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재생에너지의 어두운 이면을 고발한 98분짜리 영화다. 태양광·풍력·바이오매스 같은 발전(發電) 시설이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나중엔 처치 불가능한 폐기물이 돼 다시 대규모 환경 파괴의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세계 내로라하는 환경단체가 거대 자본과 결탁해 재생에너지를 무비판적으로 옹호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던지고, 그들의 앞뒤 다른 언행도 까발렸다. '지구의 날' 야외무대에 오른 유명한 환경운동가가 "100% 태양광 전기로 행사를 치른다"고 했지만, 무대 뒤로 돌아가 확인했더니 겨우 토스터기 한 대 돌릴 수 있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됐을 뿐 디젤 엔진이 돌아가고 있었다는 식이다.


유튜브에 무료 공개된 이 다큐멘터리를 두 달도 안 돼 800만 넘게 시청했다. 그런데 무어 감독이 미국이 아닌 한국 상황을 담았다면 어땠을까. 탈(脫)원전, 친(親)태양광 구호가 지난 3년 난무하면서 상상을 뛰어넘는 일이 여럿 벌어졌다. 좁은 국토에 태양광 놓는다고 매일 축구장 10개 안팎 숲이 베어지고, 저수지를 태양광 패널로 뒤덮으려 하고, 전국에 투기를 방불케 하는 태양광 광풍이 불었다. 부처 장차관 자리를 포함해 주요 에너지 공기업의 요직을 환경단체 인사들이 줄줄이 꿰차고,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사람은 태양광 사업자로 변신해 "태양광 하면 떼돈 번다" "(정부가) 태양광으로 돈 좀 벌게 해줘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다 비리가 발각돼 구속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인간의 행성 한국판'이 나온다면 탈원전 선봉대를 자처한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 경영진이 주연 후보에서 빠질 리 없다. 한수원의 본령은 원전의 안전한 운영에 있다. 그런데 현 정권이 임명한 사장이 취임해 한수원 이름에서 '원자력'을 떼는 것을 검토하더니, 7000억원 들여 멀쩡하게 보수한 월성원전 1호를 터무니없는 전제 조건을 달아 기어코 폐쇄를 밀어붙였다. '원전 가동률이 40%로 떨어져도 가동이 이익'이라는 외부 기관의 경제성 평가는 '54% 미만이면 가동이 손실'로 바뀌어 한수원 이사회에 보고됐다. 원전 가동이 경제성이 있다는 보고서 원문은 이사회에도 비공개로 했다. 보통 둔갑술이 아니다.


또 다른 주연급이 원자력안전위원회다. 원안위는 월성 1호를 계속 가동해도 안전하다는 사실을 한수원 보고 등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국민에게 "가동해도 안전하다"고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그런데 원안위는 정반대로 "원전을 폐쇄해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한수원의 조기 폐쇄 요청을 그대로 들어줬다. 조기 폐쇄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원안위는 안전 문제만 심의한다"고 한다. 한수원은 있지도 않은 경제성 부족을 핑계로 대고 원안위는 폐쇄해야 안전하다는 식이다. 잘 짜인 각본을 보는 것 같다.


국회 요구로 작년 9월 시작된 감사원 감사 과정도 순탄치 않다. 올 2월 국무총리가 감사원장을 불러 단독 회동한 이튿날에 감사원은 감사 기한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법정 기한(5개월)을 넘기는데도 이유를 대지 않았다. 4월 총선 직전에는 세 차례 감사위원회 회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자 원장이 전격적으로 휴가를 떠나고, 휴가 뒤 복귀해서는 감사원 직원들에게 "검은 것을 왜 검다고 말하지 못하느냐"고 개탄하고, 국민에게는 감사 지연을 공개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권 차원의 탈원전 각본이 있다면 언젠가는 드러날 수밖에 없다. 감독은 물론 주연과 조연도 낱낱이 드러날 것이다. 감사원만은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9/20200609043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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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원자력 민심’은 총선 표심과 달랐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한국갤럽에 의뢰해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가 실시한 원자력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한국갤럽이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하는 정치 관련 기본 여론조사에 원자력 관련 문항 두 개를 추가해 진행했다.

 

원전 이용 찬성 66% 반대 21%

민주당 지지율 44% 통합당 19%

에너지정책 방향 전환 모색할 때


이번 조사에서 원전 이용에 대한 찬반이 66대 21로 나왔다. 찬성이 반대의 3.2배가 될 정도로 큰 차이가 났다. 향후 원전 비중의 유지 또는 확대에 동의하는 응답자(582명)는 축소를 원하는 응답자(280명)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이 조사 표본집단의 대통령 지지도는 65%, 더불어민주당 대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은 44%대 19%였다. 여당이 압승한 4·15 총선 결과와 일맥상통했다.



 

이런 표본집단에서 원자력에 대한 지지도가 매우 높게 나온 사실은 특기할 만하다. 한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폐기를 총선 제2 공약으로 내걸었던 제1야당이 참패한 총선 결과와는 배치되기 때문이다.

 

탈원전 정책이 시행된 이후의 원자력 인식 조사는 2018년 8월부터 2019년 5월까지 3개월마다 실시됐다. 이 조사는 한국원자력학회가 매번 다른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동일한 문항으로 진행한 것이다. 한국갤럽은 네 번의 조사 중 두 번째 조사를 담당했다. 네 번의 조사 결과는 모두 일관되게 원자력 찬성 여론이 7대 3 정도의 비율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2년 전에 확인된 이런 원자력 지지 여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최근의 사회 상황에서 바뀌지 않았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가 있다. 총선 표심과 원자력 민심은 아주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기할 점은 본인이 진보적이라고 응답한 집단에서도 원자력 이용 찬반이 63대 28, 즉 찬성이 반대보다 2.2배나 많았다는 사실이다. 원자력은 이념 성향에 우선한다는 의미다.

 

현실과 실질을 고려하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같은 환경문제와 전기료 인상 압박 같은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발전 수단으로 원전에 대한 지지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원자력 발전 비중은 지난해 26%였다. 이 비중을 어떻게 할지를 묻는 말에 5개의 선택지가 있었다. “원자력 비중을 약간 줄여야 한다”는 응답자는 16%, “많이 줄여야 한다”는 12%였다. 이 16% 중 일부는 원자력 이용은 찬성하되 그 비중을 좀 줄이는 ‘감(減)원전’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 비중을 궁극적으로 제로로 가져가는 탈원전에 동의한 사람은 12%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지난 3년간의 일방적인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여러 산업적·경제적·환경적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이제 국민은 저비용 청정에너지인 원자력의 필요성에 대해 탈원전 이전보다 더 많이 공감하게 됐다. 이처럼  탈원전의 역설이 이번 조사 결과에 담긴 중요한 의미라 할 수 있다.

 

제1야당 원내대표가 청와대 회동에서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전기가 남아도니 추가 원전은 불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원전은 지금 건설해도 6~7년 이후에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지금 전기가 남는다고 7년 뒤에도 남는 것은 아니다. 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초안에는 신규 LNG 발전소를 대폭 확대하기로 돼 있다. 대통령의 판단은 이와도 배치된다.

 

청정한 대기를 유지하고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도 지속해서 이용해야 한다. 석탄화력 발전 감소로 인해 줄어들 기저 전력을 원자력이 담당하는 것이 마땅하다. LNG의 주력 발전화는 전기요금과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은 총선 이후에도 지속하는 원자력 지지 국민 여론을 헤아려 에너지 정책의 방향 전환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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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용산정비창 차라리 그냥 놔둬라


  “용의 머리가 뱀 꼬리가 되게 생겼습니다.”


국토교통부의 용산(龍山)정비창 개발 계획 발표 후 드림허브 임원을 만났다. 이 회사는 10년 전 용산정비창 개발을 주도했다. 도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용산정비창의 바람직한 개발 방향에 대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고민한 사람이란 생각에서였다.



조성근 건설부동산1부장


그의 반응은 실망 그 자체였다. 그는 “용산정비창을 잘 개발하면 서울을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 등을 뛰어넘는 국제도시, 금융중심지로 변모시킬 수 있다. 이런 땅을 임대아파트로 사용하겠다는 발상이 놀랍다”며 흥분했다.


국토부가 용산정비창에 아파트 8000가구를 짓겠다고 발표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린다. 10년 전에도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아파트를 일부(5000가구) 지을 계획은 있었지만 규모가 달라서다. 당시엔 용산정비창(약 44만㎡)과 서부이촌동(약 12만㎡)을 모두 합한 땅에 5000가구를 들일 계획이었다. 지금은 용산정비창 부지에만 8000가구를 지을 계획이다.




금싸라기 땅에 임대아파트라니

과거엔 외국인 원주민 등을 위한 최고급 주택을 지을 예정이었다. 지금은 임대주택도 대거 들일 계획이다. 111층 랜드마크 빌딩, 88층 부티크 오피스텔, 최고급 호텔 등 23개 건물을 지어 용산을 국제도시로 만든다는 과거 구상에서 완전히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용산의 잠재력은 일반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입지부터가 그렇다. 서울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고, 사통팔달 교통망도 갖추고 있다. 한강과도 연계할 수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통해 서부이촌동의 병풍 아파트를 헐어버리면 서울은 말 그대로 항구도시다. 배를 타고 인천 앞바다로 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 규모도 충분하다. 재개발을 통해 도시와 국가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 맨해튼 허드슨야드(11만㎡)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복합리조트(15만㎡) 규모를 크게 웃돈다.


서울 용산역 인근 철도정비창 부지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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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시기도 좋다. 코로나19 위기에 모범적으로 대응하면서 한국의 위상은 한 단계 높아졌다. K팝, K뷰티에 이은 쾌거다. 아시아 최대 금융허브였던 홍콩이 미·중 간 패권 갈등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곳에 영어가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도시, 국제학교 등 교육시설이 잘 갖춰진 도시, 첨단 기능을 갖춘 스마트 시티를 조성한다면 아시아 금융허브가 될 가능성이 있다. 참고할 만한 성공 사례도 이미 여럿 있다.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마리나베이와 센토사섬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2만달러대이던 1인당 국민소득을 6만달러대로 끌어올렸다.


미래 먹거리 훼손하지 말길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고집스럽게 서울 아파트 공급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10여 차례에 걸친 수요 억제 정책이 듣지 않자 마지못해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 대책을 내놨다. 신도시로는 서울 수요를 만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일자 이젠 용산정비창을 들고나왔다. 하지만 정작 도심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는 건드리지 않고 있다. 시장 수요와는 거리가 먼 뚱딴지같은 대책만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집값을 자극할까 봐 걱정하는 듯하다. 강남 사람들 좋은 일 시키기 싫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그러나 지금 같은 헛발질로는 문제만 키울 뿐이다. 제발 시장 목소리 좀 들으면서 대국적인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 그리고 후손들 먹거리인 용산정비창은 차라리 그냥 놔두시라.

한국경제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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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토목 엔지니어링, 글로벌스탠다드로 발전해야…

서석구 한국교량및구조공학회 회장



    토목의 Life Cycle 안에서 엔지니어링은 고부가가치를 지닌다. 엔지니어가 설계를 잘못해 교량, 터널, 댐 등이 무너진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기 때문이다.


토목 엔지니어링 분야는 독창적인 연구 성과를 반영한 설계기법과 그 뒷받침이 되는 설계기준의 정립이 필수적인 요소로 손꼽히고 있다.




이에 정부는 국내 건설 시장에서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업계의 디지털 엔지니어링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설계부터 시설운전・유지보수까지 단계별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인공지능 기술 등을 활용해 업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엔지니어링 환경 조성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설계-프로젝트 관리-운영’ 등 전주기 통합 빅테이터를 구축해 활용하기 위한 디지털 엔지니어링 기술개발 예타 추진, 인력양성과 엔지니어링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할 방침이다.


한국교량및구조공학회 서석구 회장(사진)은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술 확보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엔지니어링 체계부터 글로벌하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간 국내 엔지니어링 기술, 기준 등이 산업적인 면에서 발전한 것은 맞지만 글로벌스탠다드와는 조금은 상이한 방향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교량의 설계·시공 기술 수준을 정량적으로 외국과 비교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에 속한다. 설계 면에서 타당성 조사, 기본계획, 상세설계 및 시공설계 등의 여러 단계가 있으며 그 각각의 단계별로 상대적 수준이 서로 다르고 시공 면에서도 소재, 공법, 장비, 공사관리 기술 등의 상대적 수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6000여 엔지니어링 기업 중 3%만이 해외수주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서 회장은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이 내수 의존도가 큰데 비해 해외시장 경쟁력에서 부족함이 드러나는 사례라며 이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험이 많고 선진기술을 체득하고 있는 해외 시공사와 설계사가 보다 쉽게 국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국제입찰제도를 변경해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 주게 되면 국내에서도 해외시장에 대비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가제도의 변화와 국제적 인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서 회장의 생각이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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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회장은 “외국은 기관 발주 시 외부기관에게 평가를 맡긴다. 하지만 국내는 엔지니어 위주보다는 비즈니스 형태로 이뤄지고 있어 기술을 갖췄다고 해도 수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학회에서는 설계기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기술적인 부분에서 산업의 서포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업계의 시장 개척과 다변화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권역별 수주지원체계 구축과 타당성조사 지원 확대, 고부가 영역의 실적 축적을 위한 시범사업 기획, 통상협력 계기 수주확대 지원 등이 추진된다.


서 회장은 “업계도 시장 다변화, 4차 산업혁명 신기술 접목 등 새로운 도전에 나서 젊은 엔지니어가 비전을 갖도록 위상 제고에 노력해야 한다”며 “디지털시대, 혁신을 통한 엔지니어링의 새로운 미래 건설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발표가 수주로 이어지는 해외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학생들을 교육하는 교수들은 현장경험이 필수적”이라며 “실무경험을 두루 갖춘 전문가 육성을 통해 엔지니어링 산업이 가진 고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학저널 김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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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제 완화, 해외건설에도 필요하다

이건기 해외건설협회 회장 


해외 건설현장 인력수급에 필수

건설인 입국에도 외교노력 절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180여개 국가에서 한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제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직까지 해외건설 현장 근로자 중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문제는 코로나19가 단기간에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이뤄지는 국내 기업의 1600여 개 해외건설 시공현장 운용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해외건설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에 한국 정부의 외교적 지원이 더해져 효과적으로 대응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업들의 철저한 대비와 함께 정부의 강력한 지원책 마련이 요구된다.


먼저, 공기 연장과 공사비 증액 문제다. 국내 기업들도 이를 위해 관련 자료를 철저히 준비하고 발주처와 ‘불가항력’ 인정, 공사 기간 연장에 따른 추가비용 지급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대응반을 가동해 애로사항을 점검하고 있는 해외건설협회도 법적 대비책 마련을 기업들에 지속적으로 고지하는 한편, 리스크관리 전문가를 통한 컨설팅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또 다른 시급하면서도 중요한 문제는 원활한 인력 수급이다. 우리 해외건설 기업들은 자체적인 방역시스템 구축 및 휴가·출장 연기 등을 통해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하고, 단기적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해 왔다. 이 과정에서 제기된 연장근로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는 지난 3월 중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각국의 입국제한 조치로 해외건설 현장에서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사안을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에 포함했다.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지만, 1회 최대 인가 가능 기간이 4주 이내여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연속성이 중요한 해외건설 현장의 인력 수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각국 정부의 입국 금지·제한 조치로 우리 근로자의 재입국이 불가능해지는 점도 크게 우려되는 요인이다. 한정된 기간에 공사를 마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최소 6개월 이상으로 연장하는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지금과 같은 비상상황에서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간을 1회 최대 3개월로 확대해야 한다.




그동안 해외건설협회는 우수성이 입증된 국내 의료기관이 발급한 코로나19 음성 확인 증명서를 소지한 기업인들의 예외적 입국 허용을 지속적으로 피력해 왔다. 우리 해외건설 기업들이 수행하는 프로젝트는 해당 국가의 경제 발전과 고용 창출에 기여한다는 측면에서 예외적 입국의 당위성이 충분하다. 현재까지 중국, 베트남 등 약 8개 국가가 수용했는데 앞으로 해외건설 기업의 원활한 공사 진행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외교를 전개할 필요가 있다.

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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