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최고 수준 건설 현장 사고 왜 자꾸 일어나나

강제상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주인공 의사가 보여준 인간적인 면모와 더불어 일상적인 책임을 충실히 다하는 전문가다운 모습이 시청자들 마음을 움직인 경우였다. 지난 4월, 38명 생명을 앗아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를 살펴보자면 건설 현장에서 '슬기로운 안전생활'을 실천하는 전문가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지난해 한 해에만 건설 현장에서 428명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1년 365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1명 이상 사망자가 나온 셈이다. 노동자 1만명당 사고 사망자 비율인 사고사망만인율은 OECD 최고 수준이다. 산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 규모 역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자연재해보다 16배 많은 규모라고 한다.


정부도 사고 때마다 발 빠르게 대책을 내놓긴 하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번 이천 화재 사고 이후에도 관계 부처 합동으로 건설 현장 화재 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적정 공사 기간 산정 의무화, 안전 전담 감리 제도 도입, 안전 관리 불량 업체 명단 공개 등을 비롯, 산업재해 등 다수 사망자가 발생한 다중인명피해범죄에 대한 특례법 제정을 추진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에 대한 구형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대책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자리 잡으려면 몇 가지 더 필요한 요소들이 있다.




첫째, 대책은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2008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고와 달리 이번 공사 구조는 발주사가 전문 건설사업관리(CM·Construction Manager)사와 '건설관리형 공사감리계약'을 체결하고 시공사 선정에서부터 기간, 품질, 안전, 위험 요소 관리 일체를 맡기는 구조로 진행됐다. 발주사는 건설공사에 대해 무지했고 전문CM사가 공사 전반을 관장했는데 사고가 나면 대부분 비난은 발주사에 돌아간다. 이런 구조에선 전문CM사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없다. 전문 CM사가 일상 책임을 소홀히 할 경우,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이며 어떤 방책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한다.


둘째, 서류 위주로 이뤄지는 현장 안전 감독을 현장 위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규제 기관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이천 사고 현장에서는 시공사가 서류상 약속과는 달리 협력 업체를 운영하고 관리하면서 일상의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협력 업체가 불법 하도급을 주고, 하도급 업체가 안전 관리 없이 작업을 하는데 지방자치단체 등 규제 기관 현장 지도는 서류 중심으로 이뤄져 실효성이 부족했다. 이런 기초적인 공사 현장 안전 관리가 충실히 이뤄질 수 있도록 현장 중심형 안전 전문가를 육성하는 양적·질적 보완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안전은 기업은 물론 정부, 개인이 모두 함께 지켜야 할 사회적 가치다. 사실 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현장 감독자 안전 의식이 없이는 어떠한 규제도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이런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건설업체 스스로 안전하게 작업할 준비가 되지 않은 협력 업체나 작업자는 현장에 투입하지 않고, 근로자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작업 환경이라면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슬기로운 안전생활'은 이 같은 현장 안전 의식 변화가 일하는 방식 변화, 관리 방식 변화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안전 문화가 정착할 때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궁극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주춧돌이 될 것이다.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03/20200803036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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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건설기술제도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고찰

권완택 서울시 기술심사담당관 


기술직 공무원 직무역량 높이고, 현장과 제도간 간극 좁혀야


권완택 서울시 기술심사담당관.


    세계적 경제 불황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이 확산된 요즘 건설업 경기 또한 회복의 기미를 쉽게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직격탄을 맞고 있는 자영업, 소상공인과 마찬가지로 중・소규모의 용역・시공사 등 건설업체들도 이러한 장기 불황에 대한 대응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올해 서울시는 도로・철도 분야 등 주요 SOC 사업에 1조1,000억원을 투자해 기반시설 확충 및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신규 사업 발굴 또한 힘쓰고 있다. 재건축, 재개발 등 민간부분과 더불어 공공분야에서도 수많은 건설 용역과 공사가 발주돼 낙찰,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긴 하나,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환경과 진보하는 기술 속에서 우리 건설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항상 끝이 없는 것 같다.


서울시 기술심사담당관은 그런 고민의 중심에 서서 건설기술관련 각종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도로, 구조, 건축 등 분야별 전문가 228명으로 구성된 지방 건설기술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연평균 약 200건(2017~ 2019)의 건설기술심의를 운영하고 있다.




기술용역 발주 전 타당성심사와 용역발주 심의를 통해 용역수행의 필요성과 대가 및 과업내용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사업부서의 설계 과정에서 설계의 경제성(VE) 검토 및 기본설계 심의, 공기 적정성 심의 등을 운영하며 내실 있는 설계가 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설계・시공 사후평가, 터널, 고가차도 등 시설물 정밀안전진단 심의를 통해 공사 준공 이후 유지관리까지 건설사업 일련의 과정에 참여해 성과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업무를 하고 있다. 


서울시는 건설기술진흥법 및 그 하위 법령, 조례에 근거를 둔고 건설기술관련 제도를 운영하면서 상위 법에서 다 담지 못한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항상 깊은 고민과 제도 보안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서울시는 설계 경제성(VE) 검토와 설계심의 업무가 원가심사 부서(계약심사과)와 기술심사담당관으로 이원화돼 있어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 왔다. 문제 해소를 위해 2020년 조례 개정을 통해 ‘설계 경제성 검토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기술심사담당관으로 업무를 일원화시켜 설계의 일관성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2019년 4월 신설된 제도인 ‘공기 적정성 심의’는 대형공사의 불합리한 공사기간 산정을 예방하고 시설물 품질 향상 및 안전 확보, 발주자와 시공자 사이의 공정한 계약관행 정착 기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만의 자재・인력 수급 실태, 교통처리 등 실제 현장여건 및 시공방안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형식적 심의 운영의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기술심사담당관에서는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내부 방침을 수립했다. 본심의 개최 전 유사 공종의 우리시 대형공사 현장에서 근무하는 현장소장, 공사・공무팀장, 감리원이 참여하는 실무검증위원회를 2회 개최해 심의의 내실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했다. 



2020년 서울시는 대형공사 일괄입찰, 기본설계 기술제안 입찰 등 기술형 입찰 설계평가를 위해 엄격하고 공정한 선발 절차를 거쳐 내부 공무원과 외부전문가 70명으로 구성된 설계심의분과위원회를 구성했다. 임기는 올해 말까지 1년이다. 2020년 강동자원순환센터(3월), 동부간선(창동~상계간) 지하차도(7월),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토목, 12월)를 추진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건축, 2월),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4월)에 대한 설계평가가 예정돼 있다.




우리시는 과거 기술형 입찰이 지닌 부정적 인식을 완전히 불식시키기 위해 공정성과 투명성, 무관용을 3대 원칙으로 삼고 있다. 평가위원 선정시 서울시 감사실 입회, 심의위원 감찰활동 강화, 입찰업체 접촉 차단 등 공정성을 확보하고, 평가 시 감사옴부즈만 감시, 공동설명회 개최, 위원별 평가점수 공개 등 완벽하고 투명한 평가회의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부정행위 및 비리행위 업체에 대해서는 입찰참가 제한 등 단호하고 엄격하게 제재할 계획이다. 


그간 건설기술 제도들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개선의 노력을 해왔다. 건설기술자와 업체의 입장에서 최대한 고민을 함께 하려고 하며, 좋은 제안이 있으면 귀 담아 듣고 상호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공사 착공 전까지는 수없이 많은 검토와 심의, 평가가 수반된다. 엔지니어링 용역사가 그 역할의 중심에서 많은 기관과 사람을 상대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을 반영 못한 대가로 인해 업체의 수익성 악화, 기술 서비스 질 하락, 고급인력 유입 감소, 결국에는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다행히도 2019년 ‘엔지니어링사업대가의 기준’이 개정되고, 국토계획・교통 등 6개 분야에 대한 ‘엔지니어링 표준품셈’이 제정됨으로써 적정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났다.


서울로7017.


지난 6월 서울시에서도 용역비 과소로 인해 유찰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지구단위계획, 도시재생 등 도시계획 분야의 용역대가를 현실을 반영해 상향 조정하도록 산출기준을 개선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발주처에서는 대가를 과소하게 주는 사례가 있어 적정 대가가 지급될 수 있도록 인식 전환 등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공사 생애주기 중 초기 건설비용 만큼이나 보수비용, 인건비 등 많은 비용이 투입됨에도  검토 과정에서 쉽게 간과하는 부분이 유지관리일 것이다. 특히, 설계공모의 경우 수주 목적으로 경관, 미관 등 디자인에만 치중한 나머지 통상적인 시설물 점검이 불가능한 설계안이 설계심의에 상정되곤 한다. 구조적 역할이 중요한 부재들에 대한 접근성이 확보돼야 하나 외장재를 부착해 한계성을 드러낸 설계안에 대해

선 개선 방안을 검토하도록 요청한 사례도 있었다.


월드컵대교 공사현장.


건설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직 공무원의 직무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서울시는 역량 강화를 위한 직장내 교육을 활성화하고 있다. 연간 6회에 걸쳐 토목 및 건축직 직원을 대상으로 ‘공사관리실무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건설공사 계획・설계・시공・유지관리단계 업무 추진절차 및 안전・품질관리 등을 교육하고 있으며, 토목시공, 건설안전 등 기술사 수준의 전문과정 수업도 개설하고 있다. 특히, 이 수업은 자격증 취득을 원하는 직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계약금액 조정 요령, 신기술 활용방안 등 업무수행에 도움을 주는 교육을 정기적으로 시행해 수백명의 직원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VE 업무역량 강화를 위해 기술심사담당관 전 직원이 건설 VE전문가 기본과정을 수료했다.




복잡한 사회 구조와 발 빠른 변화 속에서 건설기술도 신속한 적응과 대응이 필요하다. 건설기술 제도는 개선과 보완을 거듭하고 있으나, 아직도 실제 현장여건과 보이지 않는 괴리가 있으며, 한계도 분명 있을 것이다. 건설기술 제도가 이러한 거리감과 인식차를 좁혀 나가고 통제나 제약이 아닌 건설업 발전을 위한 실용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때, 그 역할과 위상이 빛을 발할 것이다. 이 점이 필자를 포함한 우리 건설기술자들이 풀어야 할 향후 과제가 아닐까 싶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나눌 때 분명 더 나은 건설기술의 성과물이 탄생할 것이고 시민의 삶의 질이 윤택해질 것이다. 코로나 종식과 건설 경기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며 건설기술의 더 나은 발전을 기대해 본다.

한국건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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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암 칼럼] 탈현장 건축방식의 기대와 바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최근 매스컴에서 많이 언급되는 건축·주택분야 키워드의 하나가 공장생산 현장조립의 탈현장(Off-Site Construction)건축방식일 것이다. 중소규모의 업체에서 시작된 모듈러 건축과 우리나라에서 1990년경에 많은 건설업체가 참여했던 PC(Precast concrete)건축분야다. 최근 모 건설업체에서도 모듈러 생산업체를 인수했고 PC주택도 다시 관심이 증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탈현장 건축방식은 공장에서 부품이나 유닛, 유닛의 조합형태의 모듈을 공장에서 생산해 현장에서 조립·설치하는 방식의 총칭이라 볼 수 있다.


공장에서 구조체만 생산하는 경우도 있고 구조체부터 창호, 외벽, 설비, 마감까지 완성된 형태도 있어 범위가 넓다. 이 용어가 사용되기 이전에는 프리패브(Prefabrication)건축, 공업화(Industrialization) 건축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며, PC건축도 이 부류에 속한다. 모두 현장시공을 기점으로 그 이전에 공장에서 부품형태든 모듈형태로 만들어 현장에서는 조립을 통해 완성하는 것이다.


부품은 기계분야 등에서는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면 나사와 같은 것도 부품으로 보지만 건축분야에서는 어떤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를 지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로 기둥·보, 벽체, 문, 바닥, 천장, 화장실, 부엌 등 여러 자재들이 조합돼 하나의 부위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형태로 보면 기둥이나 보 같은 선 형태, 벽, 바닥, 천장 등의 면 형태, 화장실이나 부엌 등의 입체 형태로 구분한다. 모듈러는 이들의 조합으로 볼 수 있다. 건축재료 측면에서 보면 철재계통, 콘크리트계통, 목재계통 등으로 일반화돼 있고, 구조요소와 비구조요소의 구분은 없다.  




탈현장 건축방식의 초기사례는 18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1960년대에서 1970년대에 걸쳐 인구증가와 도시집중으로 인한 주택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대량주택공급 목적으로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확산된 방식이다. 획일적인 공간구성방식의 대량공급이 거주자의 요구 다양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방식이라는 점에서 이후 급격하게 사라졌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초 5개 신도시 건설과 맞물려 200만호 달성을 위한 수단의 하나로 전 세계의 PC건축방식과 개선된 방식이 총동원된 적이 있었다. 한 건설방식을 몇 개 업체가 도입해 시공한 경우도 있었고, 외벽만을 적용한 경우도 있었다. 일부업체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가 대형패널방식의 벽식구조방식을 채택하고 있었고, 고정화된 획일적인 평면방식으로 공급했다. 일부업체에서 접합부의 시공불량이 사회 문제화됐고, 현장기능공들의 값싼 임금과 맞물려 현장 타설 철근콘크리트 벽식구조방식으로 현장은 일원화돼 PC건축방식은 정착되지 못했다.        


최근 건설현장의 현장시공에 따른 노동생산성의 한계, 기능 인력의 부족과 고령화, 외국인 기능 인력의 비숙련화에 따른 한계, 고용의 질적인 문제, 현장의 안전성 강화, 근로시간 단축, 공기단축과 건설비용의 절감 필요성 등 현장의 여건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동주택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하주차장과 옹벽, 고층·고소작업 부분인 옥탑층에 적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물류센터, 반도체 공장 등 비주택에서 많은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국가연구과제로도 모듈러 주택이나 PC를 기반으로 하는 연구단의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4차 산업의 발달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생산방식의 변화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두되고 있으며, 3D프린팅, 로봇, BIM 등의 발전으로 기존 건설시스템에서 탈현장 생산방식으로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건설산업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기존현장 건설방식의 많은 문제점 개선과 더불어 생산방식의 혁신, 성능향상과 건설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최근 지향하는 탈현장건축방식은 분명 지향해야 할 방향의 하나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새롭게 발전할 탈현장방식은 이전에 있었던 방식과 달라져야 할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주택환경이 달라졌고 도달해야 할 목표가 다른 이상 새로운 기술과 결합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환하는 초기단계에서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와 가족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10년 이내에 인구감소와 연계해 후속되는 가족구조·가구원수 변화가 예측되는 것과 연계해 생산방식의 혁신만이 아닌 사용과 유지관리의 혁신을 전제로 해 발전하도록 전환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기존의 방식처럼 내력벽 방식·구조체 중심의 획일적인 공간구성은 지양해야 한다. 구조체는 건물을 지지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한 번 건설하면 변경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벽식구조이면 더욱 그렇다. 공간의 가변성이 풍부한 방향으로 고려가 필요하다.


둘째, 구조체와 비구조체의 분리를 바탕으로 다양한 요구변화에 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사용과 리모델링 및 관리가 쉬운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내장과 설비가 공장에서 미리 설치되면 현장보다 정교하게 설치가 가능하므로, 사용방식을 고려해 다양한 사용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PC방식이라면 더욱더 구조체와 내장 및 설비는 분리가 용이하다. 내장과 설비는 구조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수명이 짧다. 이를 수명차이와 사용방식 변화, 유지관리가 용이한 마감과 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하주차장의 이 회사가 개발한 지하주차장 공법이 국토교통부 신기술로 지정됐다고 최근 밝혔다. 사진은 마천지구 1단지 지하주차장 내 시범시공을 완료한 모습./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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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특히 PC를 중심으로 한 주택단지의 경우 현재도 일부 지하주차장은 PC화하고 있어서 상부구조와 연계를 가지는 기둥방식으로 할 경우 합리적인 배치에 따라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넷째, 장수명화 할 수 있도록 장수명 주택 인증제도의 연계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내구성에 대한 인증기준을 미리 준비할 필요성이 있다. 대규모 단지로 구성할 경우 1000세대 이상은 현재 장수명 인증제도의 일반등급이 의무화돼 있다. 1000세대가 넘는 단지의 일부로 시공되더라도 장수명 인증제도의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사항은 없다. 그런데 현재 내구성에 대한 기준은 현장타설 철근콘크리트만 대상이기 때문에 철골이든 PC든 목재든 간에 이에 대한 기준이 없다. 국가나 협회차원에서 선행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지만 업체의 협력도 필요하기 때문에 준비가 필요하다.


다섯째, 구조체 부분뿐만 아니라 비구조체의 설비의 부품화와 더불어 연계된 산업으로 치수체계, 성능체계를 동반해 검토해야 한다.  


모처럼 새롭게 전환을 시작하는 탈현장방식은 분명 기존공법을 벗어날 수 있는 주택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이다. 지난날처럼 의욕만 앞서서 문제점을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 탈현장방식이 장기간의 발전방향을 고려해서 정착돼 주택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를 기대한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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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동산 정책 실패는 전세의 역기능 외면한 때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어느 나라나 귀족의 부를 약탈해 궁핍한 평민들에게 재화를 나눠주었던 의적 이야기가 존재한다. 민초들은 영웅 한 명을 가슴에 담아 궁핍한 삶을 이겨낼 위안으로 삼았던 것이다. 영국 중세 시대의 로빈후드가 대표적이다. 우리 야사에는 유난히 의적이 많이 등장한다. 홍길동·임꺽정·장길산…. 그 만큼 선조들의 삶이 만만치 않았음을 엿볼 수 있다.

 

전세 낀 갭 투기에 대출·세제 혜택

다주택자에 조세피난처 제공한 셈


오늘날 더 이상 낭만적인 의적 이야기는 없다. 그저 영화처럼 도둑들이 있을 뿐이다. 현대 정부가 합법적으로 조세제도와 복지 정책을 통해 의적이 했던 부의 재분배를 적극 시행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케어를 비롯한 다수의 현 정부 정책도 부의 재분배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부동산 정책에 관한 한 서민을 보호한다는 현 정부의 선한 의지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의심이 그럴듯한 설득력을 갖는 건 구체적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우리 집에서 정부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는 사람은 지방의 원룸에 살며 대학원에 진학 중인 둘째 아들이다. 학비는 대출을 받았지만, 집세는 부모가 내준다. 수요·공급의 불균형으로 지방의 원룸 가격이 서울대 근처와 맞먹는다. 소득이 없는 아들이나 집세를 내주는 부모는 소득공제를 전혀 받지 못한다. 주거복지의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것이다.

 

석사학위를 받고 대기업에 근무하는 큰아들은 회사 근처 원룸에서 생활하는데 연간소득 7000만원 이하에 해당해 최대 9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세후 소득의 3분의 1에 가까운 액수를 집세로 내는 청년이 돌려받는 세제 혜택은 턱없이 작다. 청년들에게 이 땅에서 결혼하고 애 낳으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는 이유다.

 

시댁 식구들이 우리 집에 살게 되면서 공직자는 물론 공직을 했던 사람도 당연히 1가구 1주택이어야 한다며 10년 넘게 전셋집을 전전하는 우리 부부는 그나마 공적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린 편이다. 5억원을 신용대출하면 이율이 3.7%가 넘지만, 전세자금을 대출받으면 이율이 2.5%라서 우리 부부는 연 600만원 이상의 이율 차액을 공적 부조로 받은 셈이다.

 

그렇다면 주택 부자의 형편은 어떨까.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돼 현 정부에서 확대된 주택임대사업자 등록법(주임사법)은 어차피 전세를 끼고 갭 투기를 하는 다주택자에게 대출 특혜는 물론 엄청난 세제 혜택을 주었다. 특혜가 일부 축소됐지만 주임사법은 여전히 이들의 갭 투기를 가능하게 해 부동산 위기의 주범이 됐다고 다수의 전문가는 입을 모은다. 정부가 다주택 투기자들에게 합법적인 조세피난처를 제공한 셈이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이고 당(黨)·정(政)·청(靑)의 선한 의지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나마 다주택 공직자들의 집을 처분하라는 결정도 민심에 민감한 정부였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부는 서민의 전·월세 안정을 명목으로 서민의 고혈을 짜내 집 부자들에게 재분배하는 역(逆)로빈후드의 역할을 해온 것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임대의 공적 기능을 하고 있는 월세와 달리, 금융이 미발달한 과거에 순기능을 했던 전세가 역효과를 내고 있음에도 이를 외면한 데 있다. 과거의 고정관념으로부터 사고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선진국에 전세가 없는 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당정은 아직도 전·월세를 구분하지 않은 채, ‘임대차 3법’ 통과를 서두르고 있다. 이번 위기가 지속가능한 부동산 입법을 패키지로 통과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문재인 정부에게는 천운일 수도 있지만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등산 중 조난이나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이 많지만 대부분 대형사고는 1차가 아니라 2차 사고에서 일어난다. 이번 부동산 대책은 신중하고, 충분히 여론을 수렴해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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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용적률을 허하라

서현 건축가·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빨대 꽂힌 세대. 듣는 순간 앞이 캄캄해진 말이다. 그들은 졸업한 내 제자들이었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끔찍한 단어로 자신들을 지칭하게 만들었을까. 그 배경에 집이 놓여있다, 아파트로 통칭되는.


여전히 ‘인서울’이라는 단어로 대학입학의 성패가 평가된다. 그러나 그 대학교들의 기숙사 수용인원 사정은 대체로 형편없다. 그나마 대학교가 기숙사를 짓겠다고 했을 때 이를 막아선 집단이 대학가 원룸 주택 소유자들이다. 겨우 집 하나 가진 노년층인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하지 말라고 했다. 방을 쪼개고 갈라내 불법 증축한 비루한 공간으로 최대한의 월세를 빨아내던 이들이다. 학생들에게 사회적 약자 행세하던 이들은 조물주 위에 있다는 건물주였다.

전원도시 꿈꾸며 탄생한 강남
지금은 메트로폴리스의 중심지
밀도 규제로 세대와 계급갈등
서울의 주거지 용적률 높여야

 


꿋꿋하게 졸업한 제자들은 자신의 노력으로 좋은 직장 얻었다. 그런 직장은 대개 도심에 있다. 그러나 주거지는 노력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었다. 통근시간 3시간을 빼곡한 지하철이나 도로에서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임금을 모아서는 집을 마련할 길도 없다는 좌절이 그들의 몫이었다. 영원히 전세와 월세를 빨리며 살아야 한다는 구조에 대한 분노의 단어였다. 빨대 세대.

만발하는 대책을 비웃으며 아파트값은 여전히 올랐고 미소와 절규가 교차한다. 아파트값이 오르는 건 아파트값이 오르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지속적 공급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백약이 무효하다. 그래서 부족하다는 택지공급을 위해 신도시 개발안을 꺼내놓는다.

특정한 곳의 집값이 앞장서 오르는 이유는 살기 좋기 때문이다. 주거지 평가에서 교육경쟁력은 한국의 특이변수고 짧은 통근거리는 세계의 공통변수다. 두 변수의 교집합을 그리면 한국에서는 서울 강남이 나온다.

 

 

이 강남의 출생 근원을 찾으려면 산업혁명까지 거슬러 올라야 한다. 인클로저운동으로 토지 잃은 농민들이 결국 도시로 몰려들어 노동자가 되었다는 영국 이야기다. 도시과밀이 문제가 되자 산업혁명의 주인공인 중산층이 도시를 버리고 교외로 향했다. 햇빛 충만하고 텃밭·녹지로 둘러싸인 이 저밀도 주거지를 영국에서 전원도시라 불렀다. 새 도시의 블록 크기는 초등학교의 보행거리 단위로 계획하자는 제안은 미국에서 나왔다. 근린주구이론이라 부른다.

한국의 계획도시들은 영국과 미국의 두 이론을 강령으로 삼았다. 서울의 강남에서 출발했다. 일조량 절대확보는 전원도시의 원칙이고 도시블록 복판에 자리 잡은 학교들은 근린주구이론의 증거다. 그런데 지금 강남은 교외가 아니고 도시를 넘어 초거대도시, 즉 메트로폴리스의 한복판으로 변했다. 강남은 뉴욕이나 런던에 가깝다. 질문은 메트로폴리스 복판의 전원도시 유지가 옳으냐는 것이다. 용적률이 변수다.

용적률 제한으로 도시밀도 규제를 시작한 것은 뉴욕이다. 그런데 지금 뉴욕 중심부의 용적률은 1800%를 넘고 구도심 주거지도 500%를 넘는다. 런던은 몇 곳 예외 빼고 도시 전체의 용적률 상한이 일괄 500%다. 전면도로 면적도 기준에 포함한 것이니 우리 계산으로 치면 훨씬 높다. 300%를 넘지 못하는 서울의 주거지보다 훨씬 고밀도시들이다. 원래 도시는 이렇게 모여 사는 곳이다.



얽힌 실타래를 푸는 방법은 가끔 전복적 사고다. 용적률 상한제가 아니고 용적률 하한제. 지금보다 훨씬 고밀한 아파트단지로 더 많은 공급을 보장하지 않으면 아파트 재건축을 불허하는 것이다. 용적률 상승의 발목을 잡는 것은 일조권이다. 거실에 4시간 직접 태양빛을 받아야 한다는 금과옥조. 이건 전원도시에서는 가치지만 메트로폴리스에서는 사치다. 기성세대가 확보하려는 일조시간이 그만큼 긴 시간의 지옥철 통근을 다음 세대들에게 요구한다면 공평한 사회 아니다.

원도심과 산지 주변을 제외한 서울의 용적률은 높여야 한다. 고밀주거의 실험은 이미 상업용지의 주상복합 아파트와 주거용 오피스텔에서 충분히 시행되었다. 고밀주거가 불편하면 그 공간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고 전원도시로 이주하면 된다. 용적률 증가로 추가공급되는 아파트 물량을 일반분양 몫으로 생각하면 이것도 곤란하다. 최소 사업성 확보를 위한 분량 외에는 공공임대주택으로 당연히 환수되어야 한다. 황금분할의 구분선은 사안마다 다르겠다.

한국은 주거 상속으로 금이 그어진 계급사회에 진입했고 금 너머 계급구성원을 금수저라 표현한다. 두 계급 사이에 다리는 무너졌고 사다리는 넘어졌으니 오직 빨대만 빽빽이 가로지르더라고 분개한 것이 내 제자들이다. 건강한 전원도시가 건강하지 않은 사회불만을 키우는 텃밭이라면 우리는 전원도시를 포기해야 한다.

 


역병창궐로 세상이 어수선하다. 코로나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건 대인밀도지 주거밀도가 아니다. 위험한 건 잦은 이동인데 낮은 주거밀도는 이동거리를 증가시킨다. 신도시개발은 다음 세대에 넘겨줄 녹지에 꽂는 빨대다. 더 많은 도로와 자동차와 화석연료를 그 빨대가 빨아들인다. 그리고 소중한 시간을 빨아 길 위에 뿌린다. 우리는 좁은 땅에 더 빽빽이 모여 살아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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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한민국 엔지니어 위상, 엔지니어링 수준

이석종 구조기술사


    노후  시설물이 늘어나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기존시설물을 보강할 때 필요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노후시설물의 안전 관한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노후시설물현황에 따르면 전국의 도로 교량 중 30년 이상 된 노후시설물의 1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0년대 이후에 완공된 기반시설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노후 시설물 비율은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노후시설물을 보강하는 과정에서 보강 설계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을 격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감사를 통해 서울교통공사가 과다하게 내진보강을 했다면서 교통공사 담당자들을 징계하고 설계자들에게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라는 감사의견을 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의견은 '보강할 필요가 없는 데 보강했다'는 것이고, 설계자의 주장은 '설계기준에 철근 상세를 지키도록 되있다'는 것이다.




감사와 설계자가 충돌한 대목은 '연성보강'에 대한 판단이다. 설계자들은 설계기준에 나와있는 기준이므로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고 감사는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양쪽이 충돌한 이유는 이 규정이 힘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지진력에 의해서 철근의 배근 여부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최소기준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다. 콘크리트기준에는 단부구역에는 부재력과 관계없이 철근상세를 지키도록 되있다. 일종의 최소기준 같은 개념이다.


문제는 이 최소기준을 기존 구조물을 보강할 때도 지켜야 하느냐의 문제다. 서울시 감사 의견은 설계기준은 신설구조물에 적용하는 것이므로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고 설계자는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고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 문제는 설계기준을 기존 구조물에도 적용해야 하는 것이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설계기준이 구조물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봤을 때 지켜야 된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에 이미 만들어진 구조물에 적용이 힘들다면 일부 규정들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의 기준은 법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 국토부장관이 고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엔지니어들은 기준을 지키지 않았을 때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현재 보강에 대한 기준은 따로 없다. 즉 기존 구조물의 상태에 따라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보강을 할 것인지? 보강을 통해 앞으로 몇년을 더 쓰려고 하는 것인지 등 보강의 방법과 보강의 목적 등이 명확하게 제시된 기준이 없다.




그래서 성능개선 또는 보강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설계기준을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엔지니어들의 의견이다.


한편 기술적으로 보강에 대해서 '기준' 수준으로 규정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설계기준은 새로운 구조물을 만드는 것이라서 설계기준이 가정한 그대로 시공을 하면 설계기준이 추구하는 안전률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구조물을 보강하는 것은 기존구조물의 결함, 노화 등 변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판단'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시설물의 보강 관련한 규정들은 매뉴얼, 요령, 가이드라인 등으로 나와 있다. 예를 들어 교육부는 '학교시설 내진성능평가 및 보강 매뉴얼'을  운용하고 있다. 행안부도 내진보강사업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운용중이다. 시설안전공단도 '내진성능평가 및 향상요령'을 운용중이다.  


문제는 내진과 관련된 각종 법률 및  가이드라인, 요령 등에는 대부분 설계기준들을 참조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계기준의 어느 조항을 참조하고 어느 조항은 참조하지 않다도 된다는 식으로 기술되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보강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설계기준 전체를 만족해야 하는지 아니면 일부는 만족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는 설계자와 발주자가 판단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 설계자와 발주자는 이런 기술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발주자는 감사의 대상이고 설계자는 벌점이나 행정처분의 대상일 뿐이기 때문이다. 설계자는 엔지니어링 판단의 권한이 없다보니 발주자가 각종 심의기구와 자문기구를 두도록 하고 있다. 


이번 서울시 지하철 내진보강의 논란을 보고 '명확한 보강설계기준을 만들면 되겠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주장은 엔지니어링을 '흑과 백' 또는 'OK와 NG'의 논리로 보는 시각에서 나온다.


엔지니어링은 OK와 NG사이에서 무수히 많은 판단을 하는 과정 그 자체다. 모든 것을 명확하게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엔지니어링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고 결국 엔지니어가 사회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지 기준이나 위원회가 사회의 안전을 책임 질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엔지니어들은 '엔지니어링 판단'의 주체가 아니었고 전문가보다 훨씬 높은 법적 지위를 가진 '기준'을 따르도록 강요받아왔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번 서울지하철 내진보강 감사는 설계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엔지니어링 판단'을 했다. 


이번 건은 2020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엔지니어의 위상과 엔지니어링의 수준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이석종 

구조기술사

본지 발행인

구조기술사회 이사

기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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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직접 답했다…건축 성공 포인트 5가지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땅집고가 이번에 소개해드리는 책은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이 펴낸 '프리콘(Precon): 시작부터 완벽에 다가서는 일(엠아이디)'입니다.

[땅집고 북스] 프로젝트 성패의 갈림길 – 성공 프로젝트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몇 년 전 회사 내에서 건설업 관련 경험이 풍부한 사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핵심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문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현장 일선에서 실무 책임자들이 몸소 느끼는 건설의 핵심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구체화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설문 조사를 통해 총 45가지 핵심 성공 요인들이 도출되었는데, 이를 종합하고 경험과 관점을 반영하여 다음의 다섯 가지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땅집고] 건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5가지 요소가 뒷받침돼야 한다. /픽사베이


핵심 성공 요인 1:
발주자 (발주자의 명확한 프로젝트 범위 설정, 우수한 업체 선정과 협력 체계 구축, 발주자의 사업 관리 역량 등)

핵심 성공 요인 2:
프리콘 (프로젝트 기획 단계에서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전략 수립, 설계 단계의 체계적 원가 관리 및 VE, 시공성과 공기 검토, 프로젝트 초기 단계의 협업 등)

핵심 성공 요인 3:
좋은 설계 (탁월한 디자인 능력의 설계자 참여, 원가와 시공성을 고려한 설계 능력 등)

핵심 성공 요인 4:
팀워크와 사람 (설계자, 시공자의 역량, 참여자 간 신뢰 기반의 원활한 의사소통 및 협력,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역할과 의무에 대한 이해 등)

핵심 성공 요인 5 :
프로젝트 관리 (프로젝트 전반의 리더십, 전략 수립, 공사비, 시간, 품질 관리, 계약 및 리스크 관리, 효율적인 소통능력 등)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핵심 성공 요인에 관해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언급했던 것은 바로 ‘발주자’와 관련한 사항이었다. 발주자를 통해 사업 기간, 규모 및 예산이 정해지고 여기에 따라 기획 및 설계 단계 업무의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에 발주자의 프로젝트에 대한 지식 및 이해 수준,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사업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발주자 조직 내에 사업 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의 유무에 따라 의사 결정의 절차 및 소요 시간 등이 영향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발주자 조직 구성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발주자의 의사 결정 지체가 프로젝트 지연의 대표적 이유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발주자의 신속한 의사 결정은 모든 참여 주체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기본 전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꼽은 핵심 성공 요인은 ‘프리콘’ 활동이다. 기획 단계에 프로젝트 수행 원칙과 철학을 수립하고 좋은 설계를 위해서 발주자 요구 사항과 스페이스 프로그램을 만든다. 시공 이전 단계에서 설계의 시공성, 적정성 등을 검토함으로써 시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으로 하나의 팀을 구성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설계에 맞춰 공사비가 결정되기 때문에 예산을 초과하지 않는 설계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조기부터 투입돼 프리콘 활동을 수행한다면 프로젝트의 예측 가능성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땅집고] '좋은 설계'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밑거름이 된다. /픽사베이


세 번째 핵심 성공 요인은 ‘좋은 설계’이다. 탁월한 능력을 가진 설계자가 참여하여 좋은 설계를 하고 설계 관리가 적절히 이루어지면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올라간다. 두 번째 핵심 성공 요인인 프리콘 활동의 핵심도 설계 단계에서의 디자인 매니지먼트이다. 완성도가 높고 경쟁력 있는 도면을 생산하여 시공 과정에서 설계 변경을 최소화시킴으로써 공기 지연, 공사비 증가를 방지할 수 있다.

네 번째 핵심 성공 요인으로는 ‘팀워크와 사람’이 선택되었다. 건설 프로젝트는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분야별 전문가가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못할 경우 프로젝트 신뢰성이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프로젝트 수행 실적과 경험을 토대로 전문가를 투입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다양한 사업 참여자 조직들이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팀워크와 사람이 중요한 핵심 성공 요인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 핵심 성공 요인으로는 ‘프로젝트 관리’가 중요하다. 공사 기간, 공사비, 품질 등 프로젝트 성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계획 미달 시 보완 대책을 마련하여 실행하는 프로젝트 관리는, 자칫 일상적인 업무로 치부될 수 있지만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반드시 수행되고 반영되어야 할 요소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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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수주 활성화와 리스크 관리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


    또다시 '해외수주 활성화 방안(6ㆍ15)'이 발표됐다. 총사업비 1000억달러 규모의 해외 핵심 프로젝트 30개를 선정해서 정부가 적극 관리하겠다는 내용 말고는 작년 2월에 발표한 '해외수주 활력 제고방안'과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정부의 해외건설 정책이 늘 '올해 수주 300억달러 달성'과 같은 양적 목표만 강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질적인 면에서 수익성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활성화 방안에도 리스크 관리에 관한 언급이 없다. 정부와 달리, 기업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원래 한국 기업의 강점은 적극적인 리스크 떠안기였고 약점은 리스크 관리였다. 만약 적극적인 리스크 떠안기가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한국 경제와 건설기업의 성장은 불가능했다. 1970년대 후반의 중동 건설 붐은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떠안은 결과였다. 초창기 사업추진 과정에서 현실화되는 리스크는 기업과 정부가 상황적응적으로 기민하게 잘 대응했다. 하지만 중동시장이 변곡점을 넘어서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리스크 떠안기가 한동안 계속됐고 그 결과가 중동 건설 부실화와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의 동남아 건설 붐도 마찬가지였다. 동남아 건설시장의 성장기에는 리스크 떠안기가 필요했지만 외환위기로 인해 감당하기 어려운 과도한 차입구조를 갖고 있던 건설기업들은 리스크 관리 실패로 무너졌다. 2010년대 초반의 해외건설 어닝 쇼크도 마찬가지다.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한 유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적극적으로 해외 플랜트 수주에 나섰다. 미국과 유럽의 건설기업들은 리스크를 줄이고 회피하기 위한 차원에서 사업초기 단계의 기본설계 및 연결설계(FEED)에 주력했다.




한국의 플랜트 기업들은 상세설계(E)-구매ㆍ조달(P)-시공(C) 전반의 리스크를 다 떠안았다. 이처럼 과감하게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는 선진 기업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 플랜트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문제는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점차 과잉 수주와 저가 수주로 원가율이 상승하는데도 리스크 관리보다 여전히 리스크 떠안기에 치중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2013년에 어닝 쇼크를 발표하고서도 2014년의 해외 플랜트 수주는 더 늘었다. 그러다 보니 아직도 해외 플랜트 부실이 말끔하게 정리되지 못한 것 같다. 일부 기업은 해외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한 채 해외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듯한 모양새도 보이고 있다. 급성장하는 시장에서는 리스크 관리보다 리스크 떠안기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급성장 국면에서 리스크 관리를 지나치게 강화하면 성장의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하지만 지금의 해외건설 시장 상황이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떠안아야 할 시기인지는 의문이다.


해외건설 수주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수주실적이 작년보다 조금만 떨어져도 활성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수주한 해외공사가 얼마나 수익을 창출했는지는 해당 기업을 제외한 외부에서 알기 어렵고, 잘 따지지도 않는다. 특히 대규모 해외건설공사는 공사 기간이 몇년씩 소요된다. 수주 시점에서는 손실이나 수익 여부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호황기의 해외건설이 수주 신화에 매몰됐다면, 불황기의 해외건설은 어김없이 수주 급감과 함께 어닝 쇼크가 찾아왔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해외수주 급증에 가려졌던 대규모 손실이 드러난 어닝 쇼크는 세 차례나 반복됐다.




수주는 양적 지표다. 수익은 질적 지표다. 양도 중요하지만 질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 해외수주가 아무리 많아도 수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 기업은 이 같은 사실을 뼈아픈 체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2010년에 716억달러라는 사상 최고 수주실적을 달성한 이래 계속 수주가 줄어들고 있지만 기업들은 계속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를 하겠다고 한다. 여전히 리스크 관리 모드인 셈이다. 정부도 해외수주 활성화를 위해 리스크 떠안기만 강조할 수는 없다. 최근 2~3년간에 걸친 정책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왜 수주실적이 저조한지, 구조적인 원인부터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는다면 이번에 발표한 해외수주 활성화 방안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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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물유지관리업, 건설업종에서 제외해야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건설업종 가운데 시설물유지관리업이 있다. 그런데 최근 각종 시설물의 노후화로 안전점검이나 보수·보강 공사가 늘어나면서 시설물유지관리업과 여타 건설업종, 나아가 안전진단업체와의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설물유지관리업의 역할이나 업무 범위에 대하여 명확한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설물유지관리업은 1995년 성수대교 붕괴 이후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전문건설업의 일종으로 등장한 바 있다. 유지관리(maintenance)를 행하는 업종을 신설하면서, 개·보수와 관련된 건설공사를 직접 시공할 수 있는 자격까지 부여했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따른 업역 분쟁을 피하기 위해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시설물유지관리업의 업무 내용을 '시설물 완공 후 그 기능을 보전하고 이용자의 편의와 안전을 위하여 일상적으로 점검·정비하고 개량·보수·보강하는 공사'로 규정하고 있다. 즉, ‘일상적(日常的)’인 점검・정비를 요건으로 하고 있다.




또한 단서 규정을 두어 증설이나 확장, 또는 주요 구조부를 해체한 후 보수·보강하는 공사는 시설물유지관리업의 업무 범위에서 명확히 제외하고 있다. 방수나 도장(塗裝) 등 단일 전문업종에 해당하는 보수·보강공사도 시설물유지관리업의 업무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발주기관에서는 이러한 규정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이 때문에 개·보수공사 발주 시 입찰자격을 시설물유지관리업종으로 제한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많은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단순한 개·보수공사를 넘어서 증설이나 해체, 성능 개선이 포함된 공사까지 시설물유지관리업종으로 입찰자격을 제한하는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심각한 분쟁이 야기되고 있다.


공학적으로 보면, 공사의 내용과 상관없이 모든 종류의 건축물이나 시설물에 대해 개·보수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시공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이는 곧 전문성 부족으로 이어져 부실시공이나 불법 하도급의 우려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즉, 유지보수나 개·보수공사도 신축 공사와 마찬가지로 교량이나 터널, 댐, 상하수도, 건축물 등 다종다양하다. 따라서 해당 구조물별로 설계나 시공 분야의 전문적인 기술력과 공사경험이 있는 자가 유지관리나 개·보수공사의 시공주체로서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시설물의 개·보수공사와 관련된 면허를 따로 독립시킨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발주되는 공사의 내용이나 특성을 고려해 해당 분야의 면허를 갖춘 자가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균열이나 누수가 있는 경우, 방수(防水)나 콘크리트 업종 면허를 갖춘 자가 개·보수공사를 수행한다. 증설이나 해체 등이 포함되는 개·보수공사는 건축이나 토목업체가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통계를 보면, 시설물유지관리업체 가운데 건축이나 토목 또는 전문건설업종을 겸업하는 사례가 60% 이상이다. 개·보수공사가 시설물유지관리 업종으로 발주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여타 건설업종에서 시설물유지관리업 면허를 중복 취득했기 때문이다. 즉, 불필요하게 매몰비용이 증가된 것이다.


결국, 개·보수공사에서 업역 분쟁이 발생하는 이유는 '건설산업기본법'에서 모든 시설물의 개·보수공사가 가능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만능면허를 신설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설물유지관리업을 법적 건설업종에서 제외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이 경우, 기존 시설물유지관리업체 가운데 직접시공능력을 갖춘 경우에는 분야별 실적이나 기술력을 평가하여 종합이나 전문건설업종으로 편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시설물유지관리업의 원래 도입 목적대로 관리주체와 연간 계약을 맺고 일상적인 유지관리를 수행하거나, 혹은 시설관리(facility management)를 전문으로 하는 주체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 경우, 시설물유지관리업은 건설업종이 아니라 용역업종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 실무적으로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 업종을 신설하거나 혹은 건설기술용역업의 등록 범위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안선영안선영 asy728@ajunews.com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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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건축설계 공모전의 '보이지 않는 손'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


    건축사사무소 중에 안정적인 건설회사의 협력업체인 경우는 프로젝트 수주 걱정을 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사무소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건축사사무소는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고군분투한다. 건축설계도 의사처럼 분야별 전문가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특화되지 못하는 이유도 수주의 어려움 때문이다. 



과거에는 빈 땅도 많았고 빈 땅을 그냥 두면 세금을 내야 하는 공한지세가 있었다. 강제로 건물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 시절엔 건축설계 일이 넘쳐났다. 이제 대규모 개발 광풍 시대가 지나고 건설 분야도 침체기에 들어갔다. 아파트도 한계에 이르렀다. 아파트 신규프로젝트가 있다 해도 몇몇 대형 건축사사무소에서 다 가져간다. 도시형생활주택이나 다세대주택 등의 수요는 거의 사라졌다. 업무시설도 공실이 많은 현실이다. 근린생활시설은 경기침체와 더불어 수요가 더 줄었다.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고는 하나 복지시설의 수요도 적고 요양시설도 다들 운영이 어렵다고 한다. 종교시설도 확장에 한계가 있다. 이제 새로 지을 땅도 없지만 특별히 요구되는 시설도 없다. 이러한 현실이니 특히 사무소를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건축사들은 업무 수주가 어려운 현실이다. 그래서 많은 건축사들은 현상설계 공모에 참여한다. 



 

현상설계공모는 경쟁을 통해 더 좋은 작품을 선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 현상공모가 발주처로서는 큰 비용 지출 없이 최상의 작품을 얻을 수 있는 방식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건축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상징조형물도 대부분 현상공모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현상설계공모는 지명 현상공모가 있고 일반 현상공모가 있다. 지명공모는 실적도 있고 명성도 있는 건축사사무소를 발주자가 지명해서 설계공모에 초청하는 것이다. 대체로 적게는 3~4개, 많아야 5~6개 사무소를 지명한다. 설계공모에 소요되는 비용을 발주처에서 어느 정도 보전해 주므로 낙선해도 크게 손해 볼 일도 없다. 

 

그에 비해 일반 현상공모는 말 그대로 일정한 자격을 갖춘 건축사사무소라면 누구나 자의로 참여할 수 있다. 보통 수십 개 사무소가 참여한다. 자의로 참여하는 만큼 그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현상설계공모의 제출물이 과거보다 많이 간소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제출물을 제작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 조감도나 각종 그래픽 등 협력업체에 지불하는 비용이 많이 들고 제안서의 편집이나 제출물의 인쇄비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준비하는 동안 직원들의 기회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 비용을 따져보면 한번 현상공모에 참여하는데 최소 수천만 원이 지출된다. 현상공모의 경우 당선작을 낸 건축사사무소에는 설계권을 주고 낙선작 중 우수작, 가작 몇 개는 일정 비용을 지불하는데 대체로 지출한 비용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비용이다. 낙선하면 그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수많은 건축사의 희생을 요구하는 현상공모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일까. 그것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그러나 대형 프로젝트일수록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것을 대부분의 건축사들은 의심하고 있다. [사진 Pixabay]



 

그러면 수많은 건축사의 희생을 요구하는 현상공모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무엇일까. 그것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그러나 대형 프로젝트일수록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다는 것을 대부분의 건축사들은 의심하고 있다. 최근에 발생한 세종시 신청사 설계공모전 담합논란은 건축계를 들썩이게 했다.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상징조형물의 발주 비리는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그중에는 심사위원들의 수준에 문제가 있어서 표절 작품에 대한 검증도 없이 작품을 선정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는 설계자를 내정해놓고 공정성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는 수단의 하나로 현상설계방식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목적을 위해 들러리를 세우는 것인데 도덕적으로도 비난받아야 한다. 

 

공사비의 5% 내외인 설계시장이 이런 지경이니 공사 입찰은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 공사입찰심사 명목으로 건설회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수십 명 비리 교수들의 명단은 지금도 인터넷에 남아있다. 요즘엔 심사위원들의 채점표를 공개하니 그나마 어느 정도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공정성을 극대화한다는 이유로 제안서 발표조차 블라인드 방식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얽히고설킨 건축계의 네트워크를 생각하면 어떤 방식을 택하든 객관적 평가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실력으로 당당히 수주하려는 건축사들은 오늘도 현상공모에 도전하고 있다. 발주처의 공정성과 투명성만이 이들 건축사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보상이고 예의다.

프리랜서 건축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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