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레 집 값 하락 진짜 현실화되나?...서울 전세도 ‘공급 〉수요’ 역전

 

전셋값 급등에 재계약 눌러앉고, 

신축 입주물량 쏟아져 수요 줄어

 

    2년 2개월 만에 서울 아파트 전세를 내놓은 집주인이 전세를 구하는 사람보다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집 값 하락 진짜 현실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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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날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수급지수는 99.1로 전주(100)보다 하락했다. 이 지수가 100 이하면 전세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뜻이다. 아파트 매매에 이어 전세 시장도 수요자 우위로 돌아섰다. 서울 아파트 전세 수급지수가 100 밑으로 내려간 건 2019년 10월 셋째 주(99.9) 이후 약 2년 2개월 만이다. 지난해 7월 시행된 ‘임대차 3법’이 촉발한 전세난이 심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128.8)과 비교하면 30 가까이 떨어졌다. 이는 전셋값이 급등하자 새로 이사하기보다 재계약을 통해 기존 전셋집에 눌러앉은 세입자가 많아진 데다 최근 신축 입주 물량이 몰리며 신규 전세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다만 내년까지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내년부터 입주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기존 갱신 계약이 종료되면 시장 안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동아일보

 

 


 

경기도 광명도 3억 빠져...수도권도 집값 하락 확산

 

대출규제·세금부담 겹쳐

급매물 늘고 미분양 나와

 

서울 노원구 상계동 내 전용 79㎡ 아파트에서 전세 생활을 하는 40대 남성 A씨는 최근 집주인과 전세 계약을 연장했다. 내년에 1년간 가족과 함께 해외 연수를 가기 때문에 돌아온 후 새로운 집을 알아볼 수도 있지만, 이미 주변 비슷한 평수의 전세 가격이 1억원 넘게 오른 데다 대출 또한 받기 쉽지 않아 기존 전세 계약을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용과 함께 전세금을 5% 올려주기는 했지만, 이 정도 가격으로 연장했으면 잘했다는 생각에 A씨는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집 값 하락 진짜 현실화되나
10일 서울 목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이충우 기자]

 

정부 대출 규제, 집값과 전셋값 급등 등으로 서울 시내에서 새롭게 전세를 구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1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지난 11월 8일 102.4를 기록한 이후 4주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 6일 기준 99.1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7일 128.8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전세 매물을 찾는 이들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수급지수가 100 이하면 전세를 얻으려는 수요자보다 공급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전세 매물이 급격하게 쌓이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10일 기준 최근 열흘 동안 서울 양천구 전세 매물은 787건에서 880건으로 11.8%나 늘었다. 구로구 역시 같은 기간 전세 매물이 11.4% 증가했고, 강북구(9.3%), 서대문구(7.7%), 중구(7.4%), 성북구(7.2%), 송파구(7%), 노원구(5%) 등에서도 전세 매물이 많이 늘었다. 서울 전체로는 2.7% 증가했다. 서울 지역 다수의 공인중개업소는 "매매와 전세를 가리지 않고 매물은 늘고 있는데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하소연하는 상황이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대출은 규제로 인해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세 가격은 높아지니 일단 계약갱신청구권을 쓰고 그냥 살던 전셋집에서 살자는 심리가 늘어나는 것 같다"며 "이달 말과 연초 새 학기를 맞아 이사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이니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구, 세종 등 지방을 중심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던 아파트 매매 가격 하락세는 최근 서울 외곽 수도권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KB국민은행 'KB 주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주(11월 29일) 경기도 동두천 아파트 가격이 전주 대비 0.05% 하락하더니, 이달 6일에는 광명시가 전주 대비 0.01% 떨어졌다. 광명 아파트값은 11월 넷째주부터 2주 연속 보합세를 보이다가 결국 하락 전환했다. 광명 집값이 전주 대비 떨어진 것은 지난해 4월 둘째주(-0.01%)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2025년 신안산선 개통 호재 등으로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올랐던 광명에서는 최근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광명시 일직동 '광명역 푸르지오' 전용 84㎡(4층)는 지난달 8일 1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10월 같은 전용면적 물건(26층)이 기록한 신고가(14억7000만원)보다 2억2000만원 떨어진 가격이다. 이 단지의 같은 전용면적 매물 호가는 13억원까지 떨어져 있다. '광명역 써밋플레이스' 전용 98㎡도 지난달 1일 12억원에 거래됐는데, 지난 5월 거래(15억원)보다 3억원가량 떨어진 가격에 거래됐다.

 

광명시 소재 A공인중개사 대표는 "시장 비수기인 데다 대출 규제, 금리 부담까지 겹치면서 집을 매수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올해 상반기와 달리 급매로 물건이 나오기 시작했고, 뜸한 매수자들도 그런 물건만 골라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집 값 하락 진짜 현실화되나

지방에서도 집값이 하락하는 지역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경상북도 포항은 전주 대비 집값이 0.02% 하락해 지난해 5월 둘째주 이후 1년7개월 만에 아파트값이 하락 전환했다. '여순광(여수·순천·광양)'으로 묶이며 전라남도 집값을 끌어가는 대표 지역으로 분류됐던 광양도 전주 대비 집값이 0.04% 하락했다. 광양 아파트값은 11월 첫째주부터 하락세가 시작됐는데, 상승 반전할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 대표적인 집값 하락 지역으로 꼽혔던 대구와 세종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세종시 아파트값은 0.33% 하락했다. 이는 2014년 7월 7일 조사 당시 0.33% 하락한 것과 동일한 역대 최대 낙폭이다. 대구 아파트값도 0.02% 하락하며 4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두 지역은 최근 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집값이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박준형 기자 / 유준호 기자]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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