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선택’ 캠페인 시작한 의료인들...진작에

 

증상 없는데 암 찾으려 CT?

과잉검사 줄이는 현명한 선택 9가지

 

의학 한림원, 과잉진료 방지 캠페인

 

   국내 의학 전문가들이 모여 적절한 의료 행위 기준을 제시하는 ‘현명한 선택’ 캠페인을 시작했다. 8일 명망 있는 의대 교수들의 모임인 대한민국 의학한림원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영상의학과 등 17개 의학회가 모여 심포지엄을 열고, 환자 상황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현명한 선택’ 리스트를 발표했다.

 

현명한 선택’ 캠페인 시작한 의료인들
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양진경

 

이를 주도한 안형식 고려대의대 예방의학 교수는 “분야별 전문가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검사와 치료, 반대로 해야 할 것들을 집중 논의해서 선정했다”며 “불필요한 진단과 처치로 인한 환자 피해와 의료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고, 과학적인 근거로 의료 서비스를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관행으로 하던 검사. 치료 그만

담낭에 담석이 있다고 진단받으면 수술로 담낭을 제거해야 할지 고민이다. 어떤 의사는 나중에 담낭염이 생겨 고생할 수 있으니 미리 떼자고 한다. 현명한 선택은 증상이 없는 담석이나 얌전하게 생긴 5㎜ 이하 담낭폴립 환자에게 담낭절제술을 통상적으로 시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말기 환자에게 암 의심 증상이 없다면 암 검진은 안 해도 된다. 잔여 생존 기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암을 굳이 찾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요즘 산부인과나 비뇨의학과에서 요실금 치료를 위해 느슨한 요도를 잡아 매주는 요도슬링 수술이 많이 이뤄진다. 현명한 선택은 빈뇨, 절박뇨 또는 절박성 요실금 치료 목적으로 요도슬링 수술을 하지 말라고 말한다. 기침이나 웃음 등 복압이 올라갔을 때 소변이 새는 복압성 요실금일 때만 느슨한 요도를 잡아주는 수술이 적용돼야 한다.

 

병원서 CT 또는 MRI 조영제를 사용하는 검사를 받을 때 환자 보고 금식하고 오라고 말한다. 검사받다가 구토가 일어나 흡인성 폐렴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굶지 않아도 된다. 조영제가 발달하여 금식 안 해도 안전하게 검사가 이뤄질 수 있다.

 

전립선암을 조기 발견하려고 전립선암 항원지표인 PSA 피검사를 건강검진에서 흔히 한다. 하지만 무증상 40세 미만 남성은 이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 전립선암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은 상태서 불필요한 조직 검사가 이뤄질 가능성을 줄이자는 의도다.

 

관상동맥이 막힌 심근경색증 진단을 받으면, 수술로 관상동맥을 재건하거나 금속그물망 스탠트를 넣어 좁아진 관상동맥을 넓히는 치료를 받는다. 복잡한 관상동맥 질환 환자는 내과, 흉부외과 등 심장 통합 진료 없이 치료 방법을 선택하지 말라고 권한다. 한쪽 의사 말만 듣고 무리한 시술을 받지 말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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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행위 대비 효과 따져서 시행

전신에 숨어 있는 암을 찾아낸다는 목적으로 PET-CT를 건강검진으로 찍곤 한다. 이를 판촉하는 병원도 있다. 현명한 선택은 무증상 환자에게 암 검진으로 PET-CT 검사를 찍지 말라고 했다. 방사선 피폭이 많고, 조기 암 검진 효과가 적은데, 고액 검사를 하지 말라는 뜻이다.

 

아이가 열성 경련에 빠지면 부모들은 뇌에 문제가 있다 싶어서 뇌 CT나 MRI를 검사를 하게 된다. 간혹 의사들도 권한다. 단순한 열성 경련은 뇌 질환과 관계없기에 관행적으로 이런 검사를 하지 않아야 한다. 단순 실신도 마찬가지다.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감염에 항생제를 일상적으로 쓰지 않아야 한다. 태아 다운증후군 선별 검사를 위해 모체혈청선별검사와 태아DNA선별검사를 동시에 시행하지 않는다.

 

 

 

많은 말기 암 환자들이 통증에 시달린다. 절반 정도가 충분한 통증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이에 현명한 선택은 암 통증에 마약류 진통제를 포함, 통증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라고 권한다. 말기로 진행되는 암 환자의 경우에도 의사들은 적절한 시기에 호스피스 완화 의료를 가족들에게 권유하라고 했다. 최후까지 불필요한 항암 치료에 매달리지 말라는 의미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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