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이 중요하냐고 물으면 [고영회]

 

 

과학기술이 중요하냐고 물으면

2021.11.19

 

요즘 과학과 기술이 사라졌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습니다.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과 주요 야당의 후보가 정해졌고, 온갖 정책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로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대장동 사건과 이에 맞불인 듯한 고발 사주 의혹, 그리고 부동산 값 안정과 부동산 세금 문제로 뒤덮여 있습니다. 정작 우리나라가 어떻게 부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사실 부동산이든 세금이든 우리 생산 경제가 충실하지 않으면 신기루처럼 헛되이 스러져 버릴지 모릅니다.

 

과학기술과 사회연대( ‘과사연’, 공동대표 엄익준 임교빈 오영제)는 지난 11월 10일 과학기술정책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토론회에서는 ①미래 선도 성장 잠재력 마련(고령화 대응 기술, 재해재난 대응 기술, 로봇 개발) ②기초 연구 확대 ③국방기술 자립 ④인재 육성(창의형 인재 육성, 기술사와 변리사 제도 개선) ⑤연구 지원 시스템 고도화 ⑥정부출연연구소 위상 강화 ⑦청년, 여성 과학기술 인력 육성 ⑧지방 기술혁신 ⑨국가연구사업 관리 통합운영 ⑩산학협력 연구개발단 설립 ⑪창의성 자율성 높이기 ⑫과학기술 행정조직 개선(직능형 공무원, 과기정통부 개편, 지식재산부 설치) 모두 12개 주제로 나눠 검토했습니다. 이 12개 꼭지에는 과학기술에 관련된 일은 거의 다 들어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들 꼭지는 앞으로 더 다듬어 대선 후보 정책단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공약에 반영할지 두고 볼 일입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을 설립할 때 꽤 유명한 얘기가 있습니다. 1965년 한미 정상회담 때, 존슨 대통령이 한국군의 월남 파병에 대한 보답으로 뭘 줄까 했을 때 박정희 대통령은 연구원을 설립해 달라고 했다 합니다. 먹을 것도 모자랄 정도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과학기술연구소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는 게 쉽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박 대통령은 초대 연구소장을 최형섭 박사에게 맡기고, 연구소 운영에 전혀 간섭하지 않으면서 예산을 지원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과학기술에 투자한 결과, 현재 대한민국이 되는데 많이 기여했다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지금 대통령 후보들에게 물어봅시다. 과학기술이 중요합니까? 당연히 중요하다고 말하겠지요. 이런 대명제를 거부할 수 없겠지요. 그런데 이를 뒷받침할 정책은 무엇이냐고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이냐고 물으면, 그때는 벙어리가 됩니다.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것과 중요하지 않더라도 급한 것 사이에서

세상 살면서 여러 가지 일에 부닥칩니다. 위 두 가지 일이 생긴다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요? 중요한 것을 먼저 할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급한 것을 먼저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중요한 업무를 협의하면서 전화가 울리면 전화를 받습니다. 그 전화는 특별한 경우 빼고는 급하지 않은 것이 많고, 정말 급하면 다른 경로로 전해지겠지요. 과학기술 문제는 어디에 속할까요? 다들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급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아니,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나 봅니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과학기술을 외쳐봐야 별로 반응하지 않습니다.

 

과학기술이 나라를 만듭니다

기술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왔습니다. 산업혁명을 일으킨 기술혁명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을 넘어 5차 혁명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몇 차 산업혁명이든지 새 기술이 새 시대를 열어간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런 엄연한 현실에서 우리는 사람을 어떻게 키우고, 개발한 기술을 보호하고, 기술을 관리할 정책을 고민하고 있을까요? 과학과 기술 능력은 급하다고 갑자기 생겨나지 않습니다. 꾸준히 변함없이 기조를 유지해야 생겨납니다. 만들기는 힘들어도 허물어지기는 한순간입니다. 사람, 사람에게 달려있습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일기 시작한 과학기술 기피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과학자와 기술자를 특별히 대우하자는 게 아닙니다. 적어도 푸대접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른 분야와 견줄 때 그들의 역할과 중요도에 어울리게 위상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나라를 꾸려갈 계획을 잡을 때, 과학과 기술 분야 정책을 눈여겨봐야 합니다.

 

 

 

​다시 묻습니다. 과학기술이 중요합니까?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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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영회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1981)와 박사과정을 수료(2003)했으며, 변리사와 기술사 자격(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가 있습니다.

대한변리사회 회장, 대한기술사회 회장, 과실연 공동대표, 서울중앙지법 민사조정위원을 지냈고, 지금은 서울중앙지검 형사조정위원과 검찰시민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원 감정인입니다. 현재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와 ㈜성건엔지니어링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mymail@patinfo.com

 

2006 자유칼럼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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