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한거 아냐?...사업주 처벌 중대재해법 만들어놓고, '건설안전특별법' 또 만들어

 

기업 목줄 잡아 주도권 노리는 민주당

백신 정책 처럼 통제의 기회로 이용

(편집자주)

 

   산업재해를 강하게 처벌하는 각종 법안이 도입돼 건설업계가 초비상인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건설업계를 타깃으로 한 별도의 산업재해 특별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경영계와 건설업계는 “건설 부문의 산재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엔 이견이 없지만, 기존 법과 중복되는 내용이 많고 과잉 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안 도입이 정부 부처 간 영역 다툼 과정에서 나왔다는 해석도 나온다.

 

與 추진

경영계·건설업계 “과잉 처벌” 강력반발

 

지난달 19일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건설안전특별법을 즉각 제정하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용균법, 중대재해법 이어 또

정부와 여당이 도입을 추진 중인 ‘건설안전특별법’은 작년 4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건을 계기로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 작년 9월 여당이 발의했지만 실제 법안 작성은 국토교통부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은 야당과의 협의를 거쳐 조만간 법안 심사를 진행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이 법은 건설 공사에서 안전 관리 소홀로 사망자가 생기면 발주자·시공자·하청업자·감리자 등을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으로 형사 처벌한다. 법인도 1년 이하 영업정지나 연 매출액 3% 이하 과징금을 물린다. ‘책임을 강화해 건설 부문 산재를 줄인다’는 취지다.

 

하지만 최초 법안 발의 때부터 정부 안팎에서 과잉·중복 입법 아니냐는 논란에 시달렸다. 당초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형법의 업무상 과실·중과실 치사 규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으로 관련자를 처벌해 왔다. 하지만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에 2018년 12월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개정 산안법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작년 1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노동계는 ‘김용균법으로는 충분치 않고 더 강한 처벌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올해 1월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됐다. 산재가 발생하면 최고경영자(CEO) 등 기업의 경영 책임자를 형사 처벌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법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업계만 콕 집어 별도의 특별법을 만드는 것이다.

 

 

정부·국회 안팎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잉크도 안 말랐고, 법의 효과도 아직 모르는데 특별법을 또 만들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별법은 산안법·중대재해처벌법과 내용이 상당 부분 겹친다. 건설 공사에 대한 안전관리 의무, 안전교육, 안전관리계획, 현장 점검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상당수는 문구만 좀 다를 뿐 산안법에도 포함돼 있는 내용들이다. 또 특별법이 발주자가 안전 의무를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중대재해처벌법도 경영 책임자가 안전 의무를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법과의 중복 문제는 정부 안에서도 논란이 됐다. 최초 안이 발의됐을 때 산재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산안법·중대재해처벌법과 중복되거나 충돌하는 불합리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반대했다. 이후 국토부와 고용부가 9개월간 협의를 했고, 일부 내용을 수정해 지난 6월 법안이 재발의됐다. 업계에선 법안 도입 배경에 정부 부처 간 주도권 싸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산재 문제에 대한 고용부의 책임과 권한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토부가 ‘건설업은 우리 관할’이라며 특별법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추가 제재 너무 가혹”

지난 9월 28일 열린 국회 공청회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대한건설협회가 도입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미 비슷한 법이 있다는 것이다. 산재 사망사고가 날 경우 산안법으로 책임자는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 법인은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 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은 50억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법을 만들어 추가로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특히 법인에 1년 이하 영업정지나 매출액 3%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10~2019년 10년간 건설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약 3.8%인데, 영업이익 대부분을 과징금으로 내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처벌만 강화하면 산업재해 문제가 다 해결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법이 실효성을 가져야 하는데 기존 법과 중복되는 내용도 많은 데다 명확하지 않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법안을 만들었다는 보여주기식 성과 위주로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곽래건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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