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의 치수와 기준척도의 변천에 관한 일고(一考)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수암 선임연구위원

 

    최근 주택의 건설에 관한 변화바람이 불고 있다. 현장중심의 숙련 기능공의 감소와 고령화,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으로 건설방식의 건식화와 부품화를 지향한 탈현장화 바람이 그것이다. 

 

 

상위 건설업체에서 모듈러주택, PC 주택 등의 공장생산-현장조립의 방향이 다시금 불고 있다. 1990년대 초반 200만호를 공급할 당시에도 표준화·부품화 지향과 PC부재의 공장생산과 시공을 위한 대규모 건설사들의 PC공장 건설 확산과 공업화 주택 보급 확대종합대책(1991년)이 있었다. 

 

그러나 부실시공 여파와 건설시장의 여건변화로 오래 지속되지 못한 역사가 있다. 필자도 1990년대 초중반은 이러한 흐름에 설계 및 자재 표준화와 부품화 설계(Modular Coordination)와 시공(Job Coordination)기준, 안목치수 설계기법 개발과 기준화, 정책수립을 중심 주제로 다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제정된 기반이 되는 기준의 하나가 설계·시공을 위한 치수와 기준척도였던 것으로 생각한다. 이 기준척도가 제정취지와는 다르게 변화하고 말았던 것을 요즘에야 알았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13조에는 기준척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주택의 평면 및 각 부위의 치수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치수 및 기준척도에 적합하게 계획해야 하는 것을 명시한 것이다. 기준척도란 설계나 시공을 위한 기준이 되는 자를 말한다.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거실과 침실의 최소치수가 정해져 있었으며, 30cm를 단위로 한 것을 기준척도로 했으며, 전용면적이 50㎡ 이하인 경우에는 침실은 10㎝ 단위를 기준척도로 했다. 나머지 부엌, 식당, 욕실 및 변소는 각 변의 길이를 10㎝ 단위의 기준척도로 정하고, 욕실 또는 변소의 유니트는 한국공업규격에서 정하는 모듈호칭치수를 따르도록 했다. 계단 너비와 계단참의 너비, 복도의 너비도 10㎝ 단위로 정하고 있다. 

 

층높이는 2.4m에서 3.0m까지 10㎝ 단위로 설정됐고, 거실 및 침실의 반자높이는 2.2m에서 2.5m까지 10㎝ 단위로, 난간의 높이도 10㎝를 기준척도로 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크게 3번의 개정을 통해서 거실과 침실의 최소치수 기준이 없어졌고, 수평치수는 거실과 침실 평면 각변의 길이는 30㎝ 단위에서 10㎝ 단위로, 그리고 5㎝ 단위로 줄어들었으며, 부엌·식당·욕실·화장실·복도·계단 및 계단참 등의 평면 각 변의 길이 또는 너비는 10㎝ 단위에서 5㎝ 단위로 변화했다. 개정사유는 “주택의 형태를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설계 및 시공 유도”와 “주거생활 유형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평면계획 및 설계를 통해 자유롭고 효율적인 공간활용이 가능하도록 거실 및 침실의 설계기준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개정사유가 밝혀져 있다.

 

  

수직치수는 층높이, 거실 및 침실의 반자높이는 구체적인 치수를 10㎝ 단위로 설정(층높이는 2.4m에서 3.0m, 반자높이는 2.2m에서 2.5m)돼 있었으나, 거실 및 침실의 반자높이(반자를 설치하는 경우)는 2.2m 이상, 층높이는 2.4m 이상으로 최저한도를 설정하고, 각 10㎝ 단위로 하던 것을 5㎝ 단위로 개정했다.

 

 개정사유는 다양한 설계와 효율적인 공간활용이지만 30㎝나 10㎝ 자를 사용하는 것보다 5㎝ 자가 아무래도 소수점까지 계산하는 면적 맞추기가 편리하기 때문에 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건식화나 부품화, 시공성 등을 고려한 척도가 아닌 철근콘크리트 벽식구조, 현장습식공사가 중심이 돼 있는 현재의 시장 상황을 전제로 한 사고방식으로 보인다. 최근 현장 기능공의 감소, 고령화라는 측면과는 배치되는 현장작업 증가라는 측면, 탈현장화, 모듈러화, 부품화 지향이라는 측면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또한 현재의 주택설계경향을 보면 앞에서 나열한 거실, 침실, 부엌, 식당, 화장실 및 욕실 외에 다양한 팬트리, 드레스룸, 알파룸, 세탁실 등으로 다양한 이름의 부속공간이 주택 내에 들어온 현실을 생각하면 5㎝ 단위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공간에서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준척도가 5㎝로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면을 보면 여전히 30㎝ 배수나 10㎝ 배수의 치수가 일반화돼있기 때문에 굳이 척도의 크기를 줄여야 할 의미도 없어 보인다. 시공효과나 설계효과가 현실적인 것이 아니라면 척도의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5㎝를 차라리 없애는 것은 어떨까도 생각해본다. 초기의 거실이나 방의 최소크기가 삭제돼도 기본적인 크기를 지키는 것처럼.

 

 

수직방향의 기준척도를 5㎝로 줄이는 것은 층 높이 증가가 곧 경제성과 연관된다는 측면에서 10㎝ 단위의 증가보다는 5㎝ 단위의 증가가 건설업체의 비용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수직치수의 최저선인 층높이 2.4m, 천장높이 2.2m 이상으로 규정된 기준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왜 변하지 않았는가에 대해서는 이 수치가 건설사업을 진행하는데 전혀 방해나 문제가 되지 않는 낮은 기준이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한다. 

 

30년 동안 신축 공동주택 특히 아파트의 층높이는 1990년대 2.6m에서 최근 2.8m로 높아졌다. 천장 반자높이도 2.3m가 일반적이고 2.4m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벽식구조 하에서 슬래브 두께만 하더라도 130~135㎜에서 150㎜, 180㎜를 거쳐 210㎜가 기준이 돼 있다. 천장 속에 스프링클러나 시스템 에어콘, 환기닥트 등 각종 설비들이 배치되는 현실을 보면 반자가 없는 경우는 현재의 방식에서는 일반화되기 어렵다. 무량판 구조인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으며, 라멘구조는 이 높이로 더 어렵다. 천장반자 높이를 2.3m를 확보하려면 슬래브 두께, 온돌층, 천장반자 깊이를 고려하면 2.8m를 최소로 봐야할 것이며,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는 공동주택이라 하더라도 2.7m로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단순한 치수만 계산하더라도 수직치수에 대한 최소한의 규정은 개정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이다. 거주자의 쾌적한 공간의 제공이라는 측면을 보면 수직치수는 더욱 높아져야 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공간기준의 방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초 제정된 경위는 주택을 구성하는 공장생산된 자재나 부품(주택구성재) 적용 효율성과 인체치수를 고려한 공간 사용의 효율성을 지향한 치수이며, 가구치와 정합성을 고려한 치수였다. 아울러 이 기준의 제1호에 안목치수를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내장부품이나 자재, 가구와 치수의 정합성 측면에서 도입된 설계수법에서도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은 설계의 합리화를 통해 자재의 규격화와 부품화, 시공의 효율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 근본 취지다. 이러한 근본 취지와는 다르게 변질됐다는 것이 아쉽다. 주생활의 다양성에 대응하는 것은 공간구성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지 기준척도를 작게 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층 높이의 최소한도는 현실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비록 이 기준에 한정해 장황하게 언급했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회적 변화, 기술의 변화 등을 고려해보면 시대에 맞는 기준으로 바뀌어야 할 내용이지만 관심 밖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시대에 맞는 기준으로 업그레이드도 필요할 것이다.     

아파트관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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