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빚투' 갭투자자 어쩌나!...집값 하락 본격화 하나

 

실거래가 1억~2억씩 '뚝뚝'

서울도 급매물 출현

 

  글로벌 부동산·주식 거품이 잦아들며 자산시장에 경고가 울렸다. 특히 연소득의 수십배에 달하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과거의 ‘하우스푸어’ 사태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마저 커졌다.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무리하게 빚을 낸 갭투자자는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경우가 속출했다. 실제 부동산 거래 현장에선 전세 실거래가가 하락한 단지도 생겨났다.

 

세입자보다 돈 없는 집주인 '부동산 뇌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회재 의원(더불어민주당·전남 여수시을)이 국토교통부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동향’을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가운데 직전 거래 대비 가격이 하락한 사례가 8~9월 사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모아놓은 돈이 많진 않지만 계속되는 집값 상승 불안감에 하루라도 빨리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갭투자만이 살 길이었는데 대출 규제로 자금이 막혔어요. 전세대출 규제가 조금 풀린다고 하니 세입자 구하기는 좀 더 수월해질 텐데 말이에요. 내 집 마련 성공할 수 있을까요?” - 서울 30대 직장인

 

지난 8월 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주택시장은 그야말로 ‘현금 부자만의 리그’가 됐다. 지난 수년 동안 쉼 없이 오른 집값이 갑자기 하락한다고 해도 대출이 없는 이들에겐 큰 타격이 없다. 문제는 ‘영끌’ ‘빚투’ 투자자들. 최근 서울의 주택 매수심리가 주춤한 양상을 보이고 실거래가마저 하락한 단지가 속출해 이들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특히 매매와 전세 차액만 내고 집을 사는 갭투자자는 집값 상승 시기에 매매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한 경우가 많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하락… 거래건수·매수심리 ‘주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회재 의원(더불어민주당·전남 여수시을)이 국토교통부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동향’을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가운데 직전 거래 대비 가격이 하락한 사례가 8~9월 사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1∼26일 신고 기준) 서울에서 직전 거래 대비 실거래가가 하락한 경우는 35.1%로 8월(20.8%)과 비교해 14.3%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올 들어 월 기준 최고 수준이다.

 

 

실거래가 하락 단지는 주로 서울 외곽에서 두드러졌다. 광진구 자양동 43가구 규모 아파트 광진하나플러스 85㎡(이하 전용면적)는 2018년 8월 24일 6억3500만원(5층)에 거래된 후 약 2년 반 사이 3억원 이상이 뛰어 올 3월 20일 9억4700만원(5층)에 거래된 바 있다. 그런데 5개월 후인 8월 19일에는 8억원(3층)에 거래돼 1억4700만원 낮아졌다.

 

광장동 광장현대홈타운11차 85㎡는 지난 8월 16일 21억원(1층) 신고가를 경신했으나 9월 26일 20억원(3층)에 매매 계약됐다. 한 달여 만에 1억원이 내린 것이다.

 

서울 서쪽으로 눈을 돌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강서구 등촌동 등촌주공8단지 42㎡는 지난 8월 초 15층 매물과 2층 매물이 나란히 7억2000만원에 주인을 찾아갔다. 그런데 9월 2일 6억5000만원(6층)에 실거래되며 직전 매매가격보다 7000만원 하락했다.

 

강남권도 아파트값 하락이 눈에 띄었다. 서초구 방배동 방배아크로리버 149㎡는 지난 8월 13일 24억원(7층)에 신고가를 세웠지만 한 달 후인 9월 10일 같은 면적 다른 매물이 21억6000만원(6층)에 팔려 2억4000만원 내린 가격으로 새 주인을 찾았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대출 규제로 현금이 많은 사람만 집을 살 수 있는 상황이다 보니 수요가 줄고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여럿 있었다”고 귀띔했다.

 

직전 거래 대비 실거래가가 하락한 건수의 비중을 월별로 살펴보면 ▲1월 18.0% ▲2월 23.9% ▲3월 27.5% ▲4월 33.3% 등으로 늘어났다. 이어 ▲5월 27.6% ▲6월 23.9% ▲7월 22.1% ▲8월 20.8% 등으로 4개월 연속 하락했는데 9월 들어 반등해 다시 30%대로 올라섰다.

 

“집값 내려도 현금 없어서 못 사요”

매매거래 건수도 감소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을 보면 지난 9월 매매 건수는 2348건으로 8월(4178건)에 이어 두 달 연속 줄었다. 10월은 17일 기준 276건이 신고된 상태다. 현행 부동산 매매거래 신고기한은 계약일 이후 30일이어서 추가로 늘어날 수 있지만 현저히 낮은 건수를 고려할 때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10월 둘째 주(11일 기준) KB국민은행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94.5로 2주 연속 100을 밑돌았다. 100 이하는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부동산 불패’로 여겨지던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가 이렇게 위축된 데는 대출 규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은 10월 27일부터 ‘전세대출 관리방안’을 시행한다.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세입자들은 전셋값이 오른 만큼만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 잔금을 치른 후에는 전세대출을 신청할 수 없다는 내용이 골자다.

 

최근 직전 거래보다 가격이 하락한 서울 강서구 등촌동 등촌주공8단지. /사진=강수지 기자

 

 

영끌 갭투자 리스크 수면위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세종을)이 국토부의 ‘지역별 갭투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갭투자 비율은 지난해 35.6%에서 올해 43.5%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1만7539건(48%)은 전체 거래금액의 70% 이상이 보증금 승계로 이뤄졌다. 매매금액의 70% 이상이 보증금으로 이뤄진 경우 집값 하락 시 집값보다 보증금이 높아질 수 있어 보증금 미반환 위험에 놓일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매매가 대비 전세금 비율’(전세가율)은 올해 1월 65.3%에서 8월 64.3%로 약간 낮아졌지만 주택담보대출과 보증금 합산 금액이 집값의 100%가 넘는 경우도 증가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장경태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동대문구을)이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택 매수자의 자금조달계획서상 주택담보대출과 보증금 합산 금액이 집값의 100%를 넘는 신고서가 2020년(3~12월) 7571건에서 2021년(1~8월) 1만9429건으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액과 보증금 합산액이 집값의 80% 이상인 신고서 역시 3만6067건에서 8만511건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주택 매매거래가 줄고 있는 상황으로 내년 3월 대선이 주택 가격 흐름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집값이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에 하락세에 접어들면 예상보다 크게 하락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며 “영끌, 빚투는 말리고 싶다. 이전 세대의 ‘하우스푸어’ 사태를 또 겪을까봐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강수지 기자 [머니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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