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니 프란시스를 그리며 [김창식] ㅣ VIDEO:Wishing It Was You(당신이었으면)1965 - Connie Francis

 

 

코니 프란시스를 그리며

2021.10.19

 

지난 칼럼(9. 14)에서 영화 <크루엘라 OST>에 나온 올드팝을 다루며 도리스 데이가 부른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를 소개했죠. 그때 놓친 노래와 가수가 있었습니다. 노래는 <Who‘s Sorry Now>, 가수는 코니 프란시스(Connie Francis, 1937~ ). 1950년대 말~60년대 초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던 여성 팝 가수 3인방(도리스 데이, 패티 페이지, 코니 프란시스) 중 막내인 코니 프란시스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가수입니다. 개인적으로도 나나 무스쿠리와 함께 흠모하는 뮤즈이고요.

 

코니 프란시스의 장점은 아름다운 목소리, 뛰어난 가창력과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내는 능력이라 할 수 있는데, 특히 목소리의 감칠맛이 돋보였지요. 비음이 섞인 하이 톤으로 청아함과 섹시함이 있는 데다 한 줄기 애수까지 띠고 있어 시원스러우면서도 우수와 적막함이 있었습니다. 그녀가 부른 노래를 들으면 청마(靑馬)

 

-영화 크루엘라 포스터(네이버)-

 

유치환의 시에서처럼 '저 푸른 해원을 향한 깃발의 펄럭임'이 들려오고 '이념의 푯대 위로 날아오르는 백로'가 날갯짓합니다.

 

 

이탈리아계 혈통인 코니 프란시스는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스타일의 노래를 소화한 최초의 팝가수라 할 만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도리스 데이, 패티 페이지를 포함해 같은 시대에 활약했던 델라 리즈, 브렌다 리, 로즈마리 클루니, 스키터 데이비스, 다미타 조, 더스티 스프링필드의 노래가 비슷비슷한 정조를 보여주었음에 비추어 보면 그녀가 얼마나 방대하고 다채로운 레퍼토리의 소유자인지 알 수 있습니다.

 

코니 프란시스가 부른 노래들을 살펴볼까요? 스탠더드 계열의 팝 <아름다운 갈색 눈동자(Beautiful Brown Eyes)> 애틋한 발라드 <태미(Tammy)> <위싱 잇 워스 유(Wishing It Was You)> 라틴계 음악<그라나다(Granada)> <말라게냐(Malaguena)> 외에도 댄스곡 <일요일은 참으세요(Never On Sunday>, 경쾌한 리듬의 소품 <웨딩케이크(The Wedding Cake)> <버케이션(Vacation)> <진주조개잡이(Pearly Shell)>...

 

그 밖에도 코니 프란시스가 불러 알려진 노래들로는 <남자들은 어디에(Where The Boys Are)> <엑소더스 메들리(Exodus Medley)> <알디라(Aldila)> <스튜피드 큐피드(Stupid Cupid)> <립스틱 온 유어 칼라(Lipstick On Your Collar)> 등 열거하기가 숨이 가쁩니다. 독일어로도 여러 곡을 불러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냈고요. <사랑은 이상한 단어(Die Liebe Ist Ein Seltsames Wort‧Love Is A Four-Letter Word)>도 얼핏 생각나는군요.

 

 

코니 프란시스가 부른 여러 노래 중 <웨딩케이크(The Wedding Cake)>는 우리나라에서 트윈 폴리오가 번안해 불러 한층 더 친숙합니다. 아마도 올드팬들이 최고로 꼽는 노래는 <위싱 잇 워스 유(Wishing It Was You)>일 것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는 여인의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노래입니다. 맑은 종소리와 바이올린 현의 화음이 깔리는 가운데 특유의 투명하고 호소력 짙은 보컬과 중간에 나오는 독백이 서정성을 더합니다.

 

“내일 복도를 걸어 식장에 입장할 때/난 아픈 마음을 미소로 감추려 할 거예요/

그를 쳐다보며 "예'라고 서약할 때도/마음속으로 당신이었으면 바랄 거예요“

 

1950년대 후반과 1960년대 가요계를 석권하며 가왕(歌王) 엘비스 프레슬리에 비견될 정도로 인기를 누리던 코니 프란시스는 불행의 극한을 경험합니다. 1970년대 중반 투숙 호텔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아 여자로서 극심한 육체적, 정신적 충격을 겪은 데다 유산, 배우자의 이혼 요구, 성대수술로 인한 목소리 상실 등이 겹쳐 은퇴합니다. 그녀는 1980년대 초반 재기 공연을 갖지만 종전의 인기를 회복하지 못했고 쓸쓸히 무대 뒤편으로 사라졌지요. 이 가을 코니 프란시스의 안부가 궁금하고, 그녀의 부재 또한 안타깝습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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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창식

경복고, 한국외국어대학 독어과 졸업.수필가, 문화평론가.

<한국산문> <시에> <시에티카> <문학청춘> 심사위원.

흑구문학상, 조경희 수필문학상, 한국수필작가회 문학상 수상.

수필집 <안경점의 그레트헨> <문영음文映音을 사랑했네> 

 

2006 자유칼럼그룹

 

Wishing It Was You(당신이었으면)1965 - Connie Franc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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