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 서울시 아파트, 가격 하락 이미 시작됐다? ㅣ 무주택 신규매수 1주택 갈아타기 모두 어려워졌다

 

   지난달(1∼26일 신고 기준) 서울에서 직전 거래보다 가격이 하락한 경우는 35.1%로, 전달인 8월(20.8%)과 비교해 14.3%포인트(p) 늘었다.

아파트값 하락 비중은 5개월 만에 높아진 것이자 올해 들어 월 기준 최고치다.

 

직전 거래 대비 거래가 하락 단지 8월 20.8%→9월 35.1%

"공급확대 기대감·금리인상·대출규제 강화 등이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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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직전보다 가격이 하락한 거래는 1월 18.0%(전체 2천441건 중 493건)에 불과했으나 2월 23.9%, 3월 27.5%, 4월 33.3%로 늘어났다. 당시엔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주택 공급계획이 담긴 '2·4 대책' 발표 이후 공급 기대감에 2월 이후 가격이 내린 거래가 늘어난 것이다.

 

 

이후 4·7 보궐선거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를 공약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재건축 추진 기대감이 커지자 이 비율은 5월 27.6%, 6월 23.9%, 7월 22.1%, 8월 20.8% 등으로 4개월 연속 하락했으나 지난달에 다시 30%대로 올라섰다.

 

이는 집값이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강해진데다 8월 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을 통해 대출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매수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토부 실거래 정보를 보면 집값이 내린 단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강남권에서는 서초구 방배동 방배아크로리버 전용면적 149.225㎡가 지난달 10일 21억6천만원(6층)에 거래돼 직전의 8월 13일 24억원(7층)보다 2억4천만원 내렸다.

 

마포구 상수동 래미안밤섬리베뉴Ⅰ 전용 84.99㎡의 경우 지난달 15일 16억7천만원(11층)에 매매됐다. 직전 매매가격인 17억3천만원(13층·8월)보다 6천만원 내렸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조사에서도 서울의 아파트값은 8월 0.20∼0.22% 수준을 유지하며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이어가다가 9월 들어서는 0.21%(1·2주)→0.20%(3주)→0.19%(4·5주) 등으로 상승 폭이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및 한도 축소 등의 영향으로 매수심리가 다소 위축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매매 시장에서는 매물도 점차 쌓여가고 있어 그동안 매도 우위였던 시장이 매수 우위로 점차 바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4만1천141건으로 한 달 전(3만9천405건)과 비교해 4.4% 증가했다. 광진구(15.1%)의 매물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이어 중랑구(14.6%), 강서구(13.4%), 용산구(12.5%), 노원구(12.0%) 등의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값이 본격적인 하락기로 접어들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면서도 그동안 가격 급등으로 인해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고 대출 규제 등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저금리에 따른 과잉유동성이 주택 시장의 과열을 야기한 만큼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가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당장 집값이 크게 내리기보다는 거래량과 상승률이 둔화하는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의원은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는 지표들이 다수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 역시 공급대책에 더욱 속도를 내고 고삐를 다잡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연합뉴스

 

 

    지난 1년 간 서울에서 시세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가 약 22만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세 9억원은 1가구 1주택 매도자가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기존 무주택 매수자는 대출 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한 받을 수 있는 기준이다.

 

때문에 이런 주택 물량이 급감한다는 것은 서울에서 실수요층으로 분류되는 1주택 갈아타기, 무주택 신규매수가 모두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13일 머니투데이가 부동산R114에 의뢰해 지난 1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 비중을 분석한 결과 시세 9억원 이하 가구 수는 지난해 10월 둘째주(10월 9일) 기준 68만4784가구에서 올해 10월 둘째주(10월 8일) 46만6499가구로 21만8285가구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시세 9억~12억원 아파트는 20만3878가구에서 25만1970가구로, 시세 12억원 초과 아파트는 35만8384가구에서 52만2608가구로 각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시세별 가구 수 비중도 달라졌다. 9억원 이하 비중은 54.9%에서 37.6%로 17.3%포인트 하락한 반면 9억~12억원 비중은 16.4%에서 20.3%로, 12억원 초과 비중은 28.7%에서 42.1%로 각각 상승했다.

 

시세 9억원은 주택담보대출시 담보인정비율(LTV) 40%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이다. 시세 9억원 초과분은 대출한도가 줄어들고 15억원을 넘으면 아예 대출이 불가하다. 9억원 이하 주택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무주택자들이 대출을 받아 살 수 있는 주택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의미다. 9억원은 또 현재 1주택자가 양도소득세 면제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이어서 1주택자의 갈아타기에도 영향을 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양도세 면제 대상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키로 했지만 관련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평균 매매가격 흐름으로도 확인된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9978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9년 4월 이후 29개월 연속 최고가를 경신 중이며, 11억원대 첫 진입한 올해 4월 이후 5개월 만에 12억원대 진입을 목전에 뒀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전세와 매매가격 상승이 공급 감소에 기인해 당장 안정화가 쉽지 않은 데다 풍부한 유동성과 입주물량 감소 등 가격상승 압력 요인이 많다"며 "금리인상과 대출 규제로 상승률이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지만 그동안 억눌린 수요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중저가 주택지를 중심으로 높은 가격 변동이 반복될 전망"이라고 했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선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다주택자 압박을 위해 내놓은 각종 규제 정책들이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가려는 수요자와 새로 내집 마련을 준비하는 무주택자에게 애꿎은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시장 변화 흐름을 인정하고 지속적 공급과 거래세 완화 등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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