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 못 본 폭락 옵니다" 김영익 서강대 교수

 

   “역사상 그 어떤 ‘거품’도 서서히 꺼지며 연착륙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투자자가 지난 1년 동안의 시장만을 근거로 낙관적 전망을 하고 있지만 그동안의 상승은 아주 이례적인 경우고 이 거품은 꺼지기 쉽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증권가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하나대투증권 부사장 등을 지낸 김 교수는 2001년 9·11 테러 직전의 주가 폭락과 반등,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등을 예측한 것으로 유명하다. 시장의 위기와 거품 붕괴 및 회복을 정확히 전망해 ‘한국의 닥터둠(doom·파멸)’으로 알려진 그는 최근 반복해서 시장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12일 “한 해 수익률이 10% 정도면 사실 어마어마하게 높은 것이고 5% 정도여도 아주 성공적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기대 수익률을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장기 투자를 할 때”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공급망 문제에 따른 세계적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지금 상황에 대해 김 교수는 “부채에 의한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 내 평생 못 본 폭락이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채와 자산 가격에 낀 거품이 너무 커져 붕괴 조짐이 보인다는 뜻이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을 뜻하는 ‘버핏 지수’가 현재 약 330%로 2000년 이후 평균치 180%를 크게 웃돌고 있고, 미국 가계의 금융 자산 중 주식 비율이 53%로 2000년대 초 IT 거품(48%) 때나 2008년 금융 위기 직전(47%)보다도 훨씬 높다는 점을 들었다. 한국도 금융 자산 중 주식 비율이 지난 2분기 22%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계속 경신하는 상황이다. 위험 자산인 주식에 투자하는 비율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음을 뜻한다.

 

김 교수는 “시장의 위험에 대비는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투자를 완전히 접을 필요까지는 없다. 좋은 주식을 오래 가지고 있겠다는 장기 투자 전략으로, 잘 아는 투자 자산에 10가지 이하로 분산 투자하는 식으로 시장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래’의 기준으론 “적어도 4년”이라고 했다. 인도·베트남·러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 시장, 세계적 탄소 절감 정책에서 수혜를 볼 전기차·2차전지 산업 등을 추천했다.

 

미국 시가총액을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버핏 지수' 추이. 지난 5년 사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사상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블룸버그 기준 버핏 지수는 김영익 교수가 언급한 미국 연방준비제도 자금순환 통계 기준 버핏 지수와는 약간의 기준 차이가 있지만, 계속 오르고 있다는 추세는 같다.) /블룸버그

 

 

그는 “역사를 돌아보면 자산 거품의 축적과 붕괴의 반복이었다”며 “1990년대 일본 시장의 침체, 2000년대 초 미국을 중심으로 한 IT 붕괴, 2000년대 중반 중국 시장의 폭락 등이 그 예인데,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큰 거품이 형성된 곳이 미국 시장”이라고 했다. “인도·베트남 등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더 성장할 나라입니다. 이미 세계 투자 자금이 인도로 향하고 있고, 앞으로 10년 동안은 이런 시장에 서서히 거품이 형성돼 유망하리라고 봅니다. 단, 신흥국 개별 주식을 제대로 고르기는 쉽지 않으므로 분산 투자가 가능한 ETF(상장지수펀드)를 추천합니다.”

 

전 세계적 ‘탄소 제로’ 열풍은 전기차와 2차전지 시장에 힘을 불어넣을 가능성이 크다. 김 교수는 그중에서도 중국 시장을 추천했다. 그는 “중국은 자동차 보유율이 10명당 2명 정도로 한국의 1990년대 초반 수준”이라며 “팽창하는 자동차 시장의 상당 부분이 자국의 전기차로 채워질 가능성이 있어 특히 유망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경제부 김신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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