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부추기는 수도권 아파트 대책 [임종건]

 

 

코로나19 부추기는 수도권 아파트 대책

2021.10.08

 

내년 3월 9일의 20대 대선은 코로나19라는 지구적인 역병 속에서 치러지는 선거입니다. 코로나19가 이 시대에 던지는 중요한 시사는 ‘뭉치면 위험하고, 흩어져야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사람끼리의 사이도 너무 붙어 지내지 말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라는 것입니다.

 

침이 남에게 튀지 않도록 말할 때 핏대를 세우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국민이 답답함을 무릅쓰고 입에 마스크를 쓰고 삽니다. 그러나 선거판의 정치인들은 마스크가 들썩일 정도로 핏대를 올리며 상대를 향해 막말 바이러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의 첫째 발병원인은 높은 인구밀도입니다. 서울과 경기도 인천광역시 등 수도권은 국토면적의 12%에 불과한데 이 지역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삽니다. 특히 서울은 1㎢당 1만6,000여 명이 사는 세계 10위의 초과밀 도시입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코로나 확진자 32만여 명 가운데 21만 명 이상이 수도권에서 나왔습니다. 최근 들어 지방의 발병률도 높아졌지만, 발병원은 수도권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인구밀도가 낮은 지방 소도시를 중심으로 코로나 청정지역은 많이 남아있습니다.

 

 

‘서울은 만원이다’는 반세기도 전인 1960년대 소설가 이호철이 발표한 소설제목입니다. 수도권 과밀해소는 1970년대 이후 역대 정권의 정책과제였습니다. 1970년 대 박정희 정권에서 수도 이전이 추진되다 중단됐습니다. 2000년대 노무현 대통령의 수도 이전 정책으로 세종시가 태어났고, 지방으로 공공기관을 이전한 혁신도시도 생겼습니다.

 

그러나 지방의 인구는 갈수록 줄어 소멸되어가고 있습니다. 전국 3,463개 읍면동 가운데 소멸위험에 놓인 곳이 1,503곳으로 43.4%에 이른다는 것이 최근 창립된 ‘농촌살리기 현장 네트워크’가 내놓은 통계입니다.

 

수도권의 과밀을 막는 것만큼이나 지방의 소멸을 막는 것도 국가적 과제입니다. 따라서 대통령 선거의 주요한 이슈가 돼야 마땅합니다. 그럼에도 여야 어느 대선후보에게서도 이에 관한 공약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국만큼 철저히 지키는 나라는 드뭅니다. 백신접종만 마치면 코로나19로부터 해방될 듯했지만 그것은 착각이었습니다. 코로나19와 더불어 살 수 밖에 없는 '위드-코로나(With-Corona)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근원적인 코로나대책은 인구 과밀의 해소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과밀해소를 위해서는 수도권 인구의 비수도권 이주가 필수적인데, 수도권의 아파트를 늘리는 대책만 무성합니다.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을 보면 임기 중 대략 100만~250만 호의 아파트를 수도권에 짓겠다고 합니다.

 

아파트의 형태도 가지가지입니다. 원가에 공급한다는 기본주택에서부터, 정부가 집값의 50%를 부담하는 반반주택, 반의 반 값인 쿼터 주택, 일정기간 거주 후 정부가 매입을 보장하는 환매조건부 주택 등 명칭은 가지가지지만 공공임대 아파트를 싸게 공급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수도권에 아파트를 지어봤자 수요 대상자는 대부분 수도권 사람들입니다. 일부는 지방 사람의 투자 대상이 될 것이고, 나머지는 투기세력의 사재기 대상이 됩니다. 과밀해소에 기여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수도권 과밀을 부추깁니다.

 

그점에서 코로나19 대책과도 동떨어진 것이고, 이후 보다 전염력이 강한 역병이 발생할 경우에 대한 대비는 더욱 아닙니다. 수도권 아파트 공급정책은 대장동 사건과 LH 땅투기 등이 보여주듯 투기세력의 배만 불려주는 방식으로 설계되는 듯도 합니다.

 


 

수도권 아파트 정책의 난맥은 서울 강남의 아파트 값 상승에서 비롯됩니다. 정부는 부자를 더 큰 부자로 만드는 것은 공정에 반한다며 각종 세제를 동원해 가격억제에 나서고, 다른 한편으로 공급을 늘린다며 수도권 아파트 건설에 나섭니다.

 

그냥 놔뒀으면 강남 아파트 값만 춤추고 말았을 지도 모르는데 괜히 건드려 전국의 아파트 값을 모조리 올립니다. 노무현 정부 때 치른 정책실패는 아무런 학습효과가 없이 이번 정부에서 정확히 되풀이됐습니다. 30차례 가까운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무효가 된 이유라고 봅니다.

 

그것의 가장 큰 원인은 시중에 돈이 너무 풀렸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재난지원을 명분으로 작년 이후 6차례 추경을 편성해 115조의 돈을 풀었습니다. GDP 대비 국가부채도 2017년 36%에서 올해 48.7%로 올라 1,000조 원에 육박하고, 아파트 매입이 주원인인 가계부채도 1,800조 원에 달합니다. 정부 여당은 내년 선거에 임박해 다시 돈을 풀 궁리를 하고 있으니 아파트 값이 떨어질 리 없습니다.

 

서울 과밀해소와 관련해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세종시의 완성 공약입니다. 세종시에 국회와 청와대를 옮긴다는 것인데 이 역시 농촌살리기와는 거리가 먼 충청권 표를 의식한 사탕발림 공약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국민의힘 하태경 후보만 세종시에 국회와 청와대를 옮긴다고 딱 부러지게 공약했고, 나머지 후보들은 국회의 분원을 짓겠다거나 대통령집무실을 짓겠다고 애매하게 공약했습니다. 국회와 청와대가 세종시로 옮겨간다 해서 얼마나 많은 서울 공무원이 세종시로 이주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것은 현재 대다수 세종시 거주 공무원들처럼 집과 가족은 서울에 두고, 몸만 왔거나, 서울서 세종시로 출퇴근하는 사람만 늘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세종시가 완성된다 해도 수도권의 과밀해소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수도권 인구를 비수도권으로 이주케 하는 보다 획기적인 대책이 요구됩니다. 전국 단위로 잘 갖추어진 교통인프라를 활용하고, 교육, 문화, 의료 등의 인프라를 확충해서 젊은 층의 비수도권 거주에 불편이 없게 하고, 특히 귀농, 귀촌 세대들의 정주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국가의 방역백년대계임을 인식하는 정치지도자가 나와야 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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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임종건

한국일보와 자매지 서울경제신문 편집국의 여러 부에서 기자와 부장을 거친 뒤 서울경제신문 논설위원실장 및 사장, 한국신문협회 이사를 끝으로 퇴임했습니다. 퇴임 후 한남대 교수,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현재 한국 ABC협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필명인 드라이펜(Dry Pen)처럼 사실에 입각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006 자유칼럼그룹

www.freecolum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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