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나!...개발사는 자본잠식 빠지고...제2 동해가스전 울릉분지 석유 산유국 꿈 날라가나?

 

섭씨 120도에 막힌 석유공사 시추

 

  "울릉분지에서 '불타는 얼음'을 반드시 캐내야 한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한국석유공사의 사활이 걸린 '지상 과제'다. 불타는 얼음은 '가스하이드레이트(Gas Hydrate)'를 말한다. 0도의 낮은 온도, 26기압의 높은 압력에서 천연가스와 물이 결합돼 만들어진 고체 에너지다. 드라이아이스와 비슷하게 보이지만, 불을 붙이면 타는 성질을 갖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대륙붕 가스전 추가 개발에는 제동이 걸렸다. 시추작업 도중에 예상하지 못했던 '이상고압대'를 만나 두 달여 만에 공사가 중단됐다. 석유공사는 최근 현지 개발팀을 철수시키고, 정밀 평가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사업이 실패로 끝나면 우리나라는 산유국 자격을 잃게 된다.  

 

  한국석유공사가 동해에서 시추하고 있는 모습ⓒ한국석유공사 제공

 

 

울릉분지에 가스·석유 매장 가능성 높아

석유공사가 탐사를 진행 중인 곳은 울릉분지 6-1광구다. 천연가스를 캐내기 위해서다. 울릉도 남쪽에 있는 울릉분지는 최대 수심 2000m 이상의 해저 분지 지형이다. 위도상 북위 36° 52′∼37° 22′, 동경 130°∼130° 54′에 위치한다. 현재 가스를 생산하고 있는 동해 1·2 가스전에서는 북동쪽으로 44km 떨어져 있다. 석유공사가 호주 우드사이드사와 공동으로 6-1광구에 대한 3차원 물리탐사를 한 결과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지난해 2월4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조광권(광물을 채굴 ·취득할 수 있는 권리)을 확보했다. 해외 자원 개발 실패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던 석유공사로선 대어를 낚은 셈이다. 6-1광구에는 약 3.9Tcf(원유 환산 7억 배럴)의 가스와 경질유가 부존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해 1·2 가스전에서 2004년부터 지금까지 생산한 4500만 배럴의 15배 규모다. 이는 우리나라가 2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으로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최대 규모 가스전이다. 

 

6-1광구 시추작업은 6월28일부터 석유공사가 단독으로 진행했다. 그런데 너무 서둘러서일까?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해저 3200m 지점에서 '이상고압대'를 만나 7월말 시추작업을 중단하고, 최근 현지 개발팀을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이상고압대'는 해저 퇴적층에 지하수와 가스 등이 갇혀 있는 피압대수층(被壓帶水層)을 말한다. 대수층의 상부와 하부 모두가 난투수층으로 형성돼 대기압보다 훨씬 높은 압력을 받고 있다. 이 지층을 건드리면 지하수와 가스 등이 용출해 대규모 수중폭발 사고가 일어난다. 2010년 4월20일 멕시코만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시추선 폭발도 피압대수층을 뚫다가 발생했다. 석유공사는 이 같은 사고를 우려해 시추작업을 중단했다.   

 

초대형 ''가스 하이드레이트'' 구조 Daum  edited by kcontents

 

손문 부산대 지질학과 교수는 "피압대수층이 어느 정도 분포돼 있는지 파악하는 건 매우 어려워, 시추를 강행하면 안전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 다른 시추 장소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유공사도 정밀조사를 실시해 사업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울릉분지 6-1광구 개발은 원점으로 돌아가 언제 시추가 재개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시추작업을 포기한 게 아니라 종합평가 작업을 내년 2월까지 진행한 뒤 향후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지층은 고생대 이전의 노년기 지층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울릉분지는 신생대 제3기를 대표하는 해저퇴적암층이 두껍게 발달한 특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단층작용에 의한 침강으로 3000만 년 전 생성된 울릉분지는 배사지질구조 퇴적층이 잘 발달해 가스와 석유 매장 가능성이 높다. 석유공사는 이곳에서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캐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아직은 경제성이 불명확하고 독자적인 시추기술도 미숙하다. 일반적으로 탐사시추 성공률은 15% 안팎이다. 울릉분지 가스전의 운명을 예측할 없는 대목이다. 석유공사는 이번 시추에 그치지 않고 유망 구조에 대한 탐사와 시추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석유탐사·개발에 나섰다. 1959년 국립지질조사소가 전남 우황리 일대에서 최초로 석유탐사를 한 데 이어 1964~77년 포항, 1976~81년 경남·전남 지역에서 조사가 이뤄졌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1976년 1월15일 연두기자회견에서 "포항에서 석유가 발견된 건 사실이다. 한국과학기술원(KIST)의 분석 결과 매우 좋은 석유로 판명됐다"고 발표했다. 국민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리며 애국가를 불렀지만, 1년7개월 만에 산유국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박 대통령은 1977년 8월11일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포항 석유 개발은 기름이 조금씩 나오고 있으나, 희망은 희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육상 석유탐사는 이렇게 실패로 끝났다. 정부는 대륙붕 탐사로 눈을 돌렸다. 1970년부터 미국·일본·프랑스 석유 메이저 기업이 수차례 시추작업을 진행했지만, 성과 없이 끝났다. 산유국의 꿈은 탐사 시작 40여 년 만에 첫 결실을 보았다. 석유공사가 2004년 동해가스전의 탐사·시추·생산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95번째 산유국 반열에 올랐다. 동해 가스전에서는 천연가스가 하루 1100만 입방피트 생산된다. 소량이지만 석유도 나온다. 부산물인 초경질유가 185배럴 정도 생산된다. 이곳에서 캐낸 가스는 경남 지역 가정과 발전소에 공급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2조6000억원(530만 톤)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뒀다. 동해가스전은 내년 6월 생산이 종료된다. 그래서 울릉분지 개발이 실패하면 산유국의 명맥이 끊기게 된다. 석유공사가 6-1광구 개발에 목을 매는 이유다.  

 

왼쪽부터 한국석유공사가 조망권을 획득한 울릉분지 6-1광구 해상 위치, 동해가스전 생산 플랫폼 전경ⓒ한국석유공사 제공

 

석유공사,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석유공사는 197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총 부채 18조6449억원, 대외 차입금 의존도가 83%에 달한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이자로만 2조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당기순손실도 2조4391억원으로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 석유공사는 2017년 본사 사옥을 2200억원에 팔았다. 그리고 올해 페루 석유회사인 사비아페루 지주회사의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캐나다 하비스트 유전 등 다른 해외 자산도 선별해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그리고 신규 해외 유전 개발은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빚을 갚는 게 우선이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빚으로 연명하는 석유공사는 '기회의 땅' 울릉분지 6-1광구 개발 성공이 절실하다. 공사 존립을 좌우할 수도 있는 '마지막 카드'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단 상태인 탐사시추가 성공하면 2029년부터 가스 생산이 가능하다. 문제는 돈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1년 정부 예산안 분석 자료'에서 '석유공사가 자체적으로 사업비를 조달해 추진할 계획이지만, 재무구조가 취약해 민간자금 조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2019년 이후 최근까지 6-1광구 탐사사업에 대한 민간 투자 유치는 모두 실패했다. 금융권은 부채가 쌓이고 있는 석유공사에 돈을 빌려주기를 꺼린다.  

 

당장 내년까지 1251억원의 투자비가 들어가야 하는데, 지금 석유공사는 빚 갚기에 급급하다. 정부가 긴급 수혈에 나섰다. 하지만 산업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465억7800만원)은 실제 투자금의 30% 선에 그치고 있다. 울릉분지 6-1 광구는 풍전등화 상태다. 우리나라를 산유국 대열에 올린 동해가스전은 18년의 생을 마감하고, 내년 생산이 종료된다. 산유국 지위를 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울릉분지 6-1광구 개발은 좌초 위기에 몰렸다.  

(시사저널=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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