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당첨되면 뭐하나 대출이 안되는데...

공공분양도 중도금 대출 막혀

실수요자 "차라리 청약 포기"

 

    "금융권의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로 인해 중도금 대출이 현재 불투명한 상황이며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할 경우 수분양자 자력으로 중도금을 납부해야 함을 알려드립니다. "

 

이달 초 경기 시흥시 장현A3 공공분양 청약을 기다리던 직장인 김 모씨는 모집 공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씨는 분양홍보관에 "중도금 대출이 되는 것이냐, 안 되는 것이냐"고 물어봤지만, 상담사는 "대출규제 등으로 은행을 구하지 못할 경우 중도금 대출이 안 나올 수 있으므로, 자력으로 납부하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씨는 "어떻게 서민들이 대출 없이 100% 현금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정부가 내 집 마련을 막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중도금 집단대출 제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청약을 준비하는 실수요자들은 중도금 대출을 받을 것을 전제로 자금을 마련한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대출을 조이고, 일부 은행은 중도금 대출을 제한하면서 대출 없이 분양가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닥친 것이다. 이달 초 민간 분양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퍼스트가 아예 '중도금 대출 불가'를 선언한 데 이어 공공분양 단지도 실수요자들에게 "중도금 대출이 불가할 수 있음"을 알리고 있다. 실수요자들은 "청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한탄하고 있다.

 

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공공분양 파주 운정3 A17블록, 시흥 장현 A3블록, 화성 봉담2지구 A2블록은 입주자 모집 공고문에 "금융권의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로 인해 중도금 대출이 불투명한 상황이며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할 경우 수분양자 자력으로 중도금을 납부해야 함을 알려드립니다"고 공지했다. 중도금 대출 불가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 있고 그 경우 수분양자가 자력으로 분양가를 납부해야 한다고 알리기 위함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는 "아파트 공급 주최는 최선을 다해 은행을 찾겠지만 혹시라도 대출 규제나 총량 등으로 은행과 계약을 하지 못한 경우 어쩔 수 없이 분양자들이 자납을 해야 한다"면서 "최근 금융권 규제 상황도 있어서 실수요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민간 분양에서는 중도금 대출이 안 되는 곳이 나오고 있다.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퍼스트가 아예 '중도금 대출 불가'로 계약자를 모집했다. 이어 지난 6일 청약 당첨자를 발표한 민간임대 아파트 '수지구청역 롯데캐슬 하이브엘'은 중도금 집단대출이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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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나 시행사 측은 중도금 집단대출 알선은 사업 주체의 책임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융권 대출 총량 사정에 따라 은행이 대출을 거절하면 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들어 시중은행들에 연초에 정한 대출 총량 한도를 엄수할 것을 연이어 권고하고 있고 이에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줄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면서 중도금 집단대출도 제한하기로 했다.

 

문제는 중도금 집단대출이 무산되면 실수요자들은 수억 원에 달하는 분양가를 자납하기 위해 자금 마련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최근 청약에 당첨된 사람들은 중도금 대출이 안 나올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LH가 최근 분양한 화성 봉담2 A2블록 신혼희망타운은 중도금 집단대출 은행을 아직 구하지 못해 중도금 집단대출 납부 기한을 당초 9월 3일에서 3개월 연장한 상태다. 일부 실수요자들은 중도금 자납을 위해 2금융권 대출을 알아보기도 한다.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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