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사각지대] 세상 처음 보는 계약...하자 나도 책임 안 진다?

 

500억원 규모 초기 설비 공사 수주 현대글로벌

공사 관련 책임 지지 않고 이익만 챙겨가는 특이한 계약 구조

 

    세계 최대 규모 새만금 수상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2500억원 규모 초기 설비 공사를 따낸 현대글로벌이 공사 관련 책임은 지지 않고 이익만 챙겨가는 특이한 계약 구조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2일 전북환경운동연합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을 대상으로 감사원에 낸 감사청구서에 따르면 현대글로벌은 전체 사업비 3400억원 규모 300㎿ 수상 태양광 건설 사업에서 35%(1200억원 상당)를 입찰 없이 따냈다. 

 

2021년 8월 5일 전북 군산시 비응도동 새만금방조제내 수상태양광 패널이 온통 새똥으로 범벅이 됐다./김영근 기자

 

사업 아이디어를 냈다는 이유다. 사업 발주처인 새만금개발청이 낸 보도 자료만 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인데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나머지 65%는 입찰을 진행한다. 더구나 현대글로벌은 35%만 공사를 진행하는데 여기서 하자가 생기면 나머지 65%를 맡은 시공사들이 손해 배상이나 수리 등 책임을 지는 것으로 계약서에 나와 있다. 업계나 지역에서 “이런 계약 구조는 처음 본다”면서 “아무런 책임 없이 이득만 가져가는 황당한 계약”이란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글로벌은 전체 사업비 4800억원 규모 1200㎿ 수상 태양광발전 관련 송·변전 설비 공사에서 27%(1300억원)를 따냈다. 여기서도 앞선 300㎿ 수상 태양광 건설 사업과 비슷하게 현대글로벌이 공사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73% 공사를 맡은 업체가 연대 책임지도록 계약을 했다. 이렇게 특정 기업에 과도한 특혜를 준다는 시비가 끊이질 않자 지난 5월 전북환경운동연합이 감사원에 공식 감사 청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현대글로벌은 현대그룹 계열사로 2019년 4월 현대네트워크(구 현대글로벌)에서 태양광 사업 부문만 따로 떼서 만들었다. 아직 전국에 주로 1~2㎿급 육상 태양광 사업만 해 태양광업계에선 신생 회사에 가깝다. 현재 자본금은 77억원, 부채는 96억원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425억원이다.

 

의혹은 또 있다. 현대글로벌은 이번 새만금 수상 태양광 사업을 위해 한수원과 손을 잡고 특수목적법인(SPC) 새만금솔라파워를 세웠다. 한수원은 새만금 수상 태양광 전체 2100㎿ 설계를 담당하는데 이를 또 현대글로벌에 250억원을 주고 맡겼다. 업계에서는 “자본금보다 부채가 많은 현대글로벌에 한수원이 수천억 원대 수익을 떠먹여 주는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수원은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육상 태양광 설치 경험이 있어 기술이 어느 정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새만금솔라파워는 “300㎿ 사업에서 현대글로벌 시공 부분에 하자가 생기면 나머지 부분을 담당한 시공사가 최종 책임을 지긴 하지만 현대글로벌도 어느 정도 연대 책임을 진다”고 했다.

 

 

업계에선 300㎿급 새만금 수상 태양광을 만드는 데는 약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 사전 협상·준비에도 2개월 안팎의 기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그러나 새만금솔라파워는 지난 3월 이 사업 우선협상대상자에 한화솔루션 컨소시엄을 선정한 이후 5개월간 사업 관련 협상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 목표대로 300㎿급 새만금 수상 태양광이 내년까지 설치되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새만금 수상 태양광 사업은 2025년까지 새만금 일대에 2100㎿급 세계 최대 규모 수상 태양광을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태양광 업계에서 최대 관심사다. 총사업비는 4조6000억원이다.

김정환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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