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셋 결혼시킬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지는 부모

 

전·월세 가격 폭등에 덜컥

 

    아들 셋을 둔 월급쟁이 50대 A씨. 강남 아파트를 자가 소유하고 있지만, 전·월세 가격이 폭등했다는 뉴스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장가갈 때 전셋집이라도 마련"

아들에 더 많이 돈 들이는 관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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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인 장남과 차남 그리고 중학생인 막내아들까지, 앞으로 세 차례 결혼 또는 독립을 지원해 줄 생각을 하면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이다. 세 아들에게 모두 집을 사준다는 건 언감생심이지만, 그래도 전셋집 비용이라도 지원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커진다. 이러다간 자신과 아내의 노후가 휘청일 수 있다는 위기감도 엄습한다. A씨에겐 정년을 채우겠다는 각오 말곤 별다른 도리가 없다

 

A씨 같은 아들 부자가 딸 부자보다 부담이 크다는 데 공감도가 큰 것이 한국의 사회 문화다. 이런 관습적 문화가 실제 노동시장에서 더 오래 잔류해야 하는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게 학술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딸보다 아들을 더 많이 둘수록 생애 근로시간이 더 길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들에게 더 많은 재산을 증여하는 한국 사회 관습으로 인해, 노후 빈곤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은퇴 연령도 늦춰지는 것이다.

 

지난 7월 SCI급 국제학술지인 '고령화 경제학 저널 2021년 20호(The Journal of the Economics of Ageing 20(2021))'에 게재된 논문인 '한국의 가족 내 재산 양도와 아들 선호에 따른 고령자 은퇴 경향'에 따르면 아들만 둔 가장이 딸만 둔 가장보다 현저히 더 오래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들이 한 명 더 늘수록 가장의 은퇴 가능성이 평균 6%포인트 줄어들고 주간 근로시간은 16.8% 늘어났다. 현재 70·80대의 고령층을 구성하는 1935~1950년생을 대상으로 자녀 중 아들이 차지하는 비율과 은퇴 및 주간 근로시간 간 상관관계를 회귀 분석한 결과다. 기획재정부 소속 김경국 경제부총리 비서관이 이 논문의 제1저자로 참여했다. 이 같은 통계적 차이는 딸보다 아들에게 더 많은 투자와 재산 증여를 하는 한국 사회 관습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들에게 막대한 독립 비용을 지불하느라 본인의 '탈노동' 시점이 늦춰진다는 것이다. 특히 조사 대상 가운데 연령대가 높을수록,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아들 부자의 근로 속박 경향성이 더욱 두드러졌다.

 

 

 

아들에 대한 독립 비용 부담 문제는 1950년생 이전 세대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아들이 결혼할 때 최소 신혼 주택 '전세권'은 마련해줘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하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3년 발표한 '결혼비용 실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아들을 결혼시키는 데는 평균 1억735만원이 드는 반면 딸은 3539만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결혼 비용 중에서 결혼 당사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남성은 38.6%, 여성은 41.5%에 불과해 사실상 부모가 대부분의 비용을 치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지난 1년간 전셋값이 폭등한 것을 고려하면 아들을 가진 이들의 심적 부담은 더욱 커진 셈이다.

 

이들의 '노후 걱정'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 사회의 공적 노후 소득 보장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노후 생계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탓에 서구 선진국들처럼 '일찍 은퇴할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노동시장에서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아주 높은 편"이라고 짚었다.

[윤지원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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