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의 강한 탈원전 정책 척결 의지

 

 

 

    지난 4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상징인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감사원 감사로 밝혀내면서 주목받았다. 감사 결과 발표후 검찰에 보낸 방대하고 일목요연한 수사참고자료를 통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의 기소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도 듣는다.

 

"추가 수사로 범죄가 성립될 개연성 있다"

윤석열 떠난 검찰, 백운규·채희봉 등 6월말 뒤늦은 기소..오는 24일 첫 재판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한 스튜디오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감사원에 따르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결과는 지난해 10월 20일 발표됐다. 국회가 2019년 10월 1일 감사원에 한수원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및 한수원 이사회 이사들의 배임행위에 대한 감사를 요구한 뒤 이뤄진 감사결과다.

 

앞서 한수원 이사회는 설계수명이 2022년 11월까지인 월성1호기를 즉시 가동중단하기로 2018년 6월 15일 의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월 2일 청와대 참모진에게 월성1호기와 관련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하나”라고 물은 때로부터 약 2개월만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9년 12월 24일 이를 승인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백 전 장관 등이 부당하게 경제성 평가 과정에 개입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 보고서에서 “산업부장관은 2018년 4월 4일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결과 등이 나오기 전에 월성1호기 조기폐쇄 시기를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중단 하는 것으로 방침을 결정했다”고 적시했다.

 

또 감사원은 “이에 산업부 직원들은 위 방침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한수원이 즉시 가동중단 방안 외 다른 방안은 고려하지 못하게 했고, 한수원 이사회가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하는 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도록 평가과정에 관여해 경제성 평가업무의 신뢰성을 저해했으며, 장관은 이를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내버려 두었다”고 했다.

 

 

최 전 원장은 감사 범위를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으로 좁히고, 특히 경제성 평가에서 전력 판매단가 및 이용률 전망이 적정했는지를 집중 분석했다. 이는 안전성이나 지역수용성 문제,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이나 월성1호기 조기폐쇄 추진 결정의 옳고 그름은 감사 범위에서 제외했다는 이야기다.

 

청와대와 산업부 등의 ‘안전성과 지역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 판단’이라는 반론이나 이에 따라 제기될 수 있는 월권 논란을 피하면서도, 정책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영리한 접근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감사원은 이같은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감사결과 문책대상자의 업무관련 비위행위 등과 관련해 수사기관에 수사참고자료를 송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이틀 뒤인 10월 22일에는 실제 검찰에 수사참고자료가 전달됐다.

 

감사원이 검찰에 보낸 수사참고자료는 그 양이 7000쪽에 육박하는 방대한 분량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이 자료에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에 깊이 개입한 관계자들의 이름, 이들의 부당한 업무처리 정황, 개개인의 구체적인 역할과 지시 등이 자세히 기록한 뒤, 관련자들의 행동의 범죄개연성을 요약해 정리하고 적용 가능한 법조항까지 적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꼭 법원 판결문 같은 자료”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최 전 원장은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사참고자료를 검찰에 송부한 배경과 관련 “추가 수사로 범죄가 성립될 개연성이 있다는 부분에서 (감사위원) 대부분이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월 8일 오후 2시 20분쯤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대전지법 301호 법정으로 걸어가고 있다. 대전=뉴시스 국민일보) [2020 Tokyo Olympic]

 

법조계에서는 이 자료 덕분에 수사가 초기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검찰은 감사원의 수사참고자료가 도착한 지 14일만인 지난해 11월 5일 산업부, 한수원, 가스공사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검찰 수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3월 4일 사퇴한 뒤 시련을 겪기도 했다. 수사를 맡은 대전지검이 지난 5월 초 백 전 장관, 채 전 비서관, 정 사장 등을 불구속기소하겠다고 보고했지만 기소 및 수사결과 발표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새 검찰총장에게 미루기 위해 대검찰청의 재가가 늦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후 지난 6월 1일 김오수 검찰총장 취임 후 거의 한 달이 지나도록 이들에 대한 기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6월 30일에야 기소 소식과 수사결과 발표가 나왔다. 지난 6월 28일 대전지검 부장검사들이 만장일치로 기소의견을 모아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전달한 뒤다. 그나마도 백 전 장관에 대한 배임죄 기소는 빠졌다. 이에 법조계에선 “배임 책임이 한수원을 넘어 산업부와 정부 차원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의식하는 정권 기류를 반영해준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백 전 장관 등에 대한 첫 재판은 이달 24일 대전지법에서 열린다.

세종=박정엽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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