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창업 성공자] 발냄새 운동화 '뽀송!'...한국 청년의 아이디어

 

가정용 살균 제품 만드는 회사 본앤메이드(Born&Made)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청년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직접 개발한 신발살균건조기를 들고 있는 정요한 대표. /더비비드

 

 

가전제품 트렌드의 변화는 신혼부부 혼수 목록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0년 전만 해도 냉장고, 에어컨, 전자레인지가 핵심이었다. 지금은 로봇청소기, 빨래건조기, 식기세척기가 혼수 가전제품 3대장이라고 불린다.

 

가정용 살균 제품을 만드는 회사인 본앤메이드(Born&Made)는 도마살균기로 새로운 주방가전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2016년부터 지금까지 약 10만 개를 팔았다. 신발살균건조기로 돌아온 본앤메이드의 정요한 대표(40)를 만났다.

 

온전히 내 손으로 만든 제품

본엔메이드의 주력 제품은 신발살균건조기(https://bit.ly/3hOTPy9)다. 요즘처럼 덥고 습할 때 신발의 악취와 세균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은데, UV와 자연풍으로 살균 건조하는 제품이다.

 

본앤메이드 정요한 대표는 산업디자인학과를 전공한 디자이너 출신이다. /정요한 대표 제공

 

 

정 대표는 2006년 계원예술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8년 동안 디자이너로 일했다. “디자인 전문회사에서 일했어요. 의뢰가 들어올 때마다 프로젝트 팀이 구성되고 평균 3개월, 길게는 6개월동안 한 제품의 디자인을 완성했죠.”

 

경험을 살려 2014년 제품 디자인 전문 스타트업 ‘디자인티엠티’를 창업했다. “매년 30개 이상의 스타트업 제품을 디자인하고 설계했습니다. 지금은 종합 조명회사로 성장한 LUMIR(루미르)의 첫 제품도 제가 디자인했어요. 개발도상국의 정전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며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하더군요.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저런 열정으로 나만의 제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디자인티엠티를 세운 지 7개월 만에 회사를 하나 더 차렸다. 이름은 ‘본앤메이드’로 정했다. 참신한 아이디어에 훌륭한 디자인을 입혀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담았다. 디자인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기 때문에 기능 아이디어가 관건이었다.

 

“그 때 머릿속을 스친 키워드가 ‘살균’이었습니다. 디자인 전문회사에 다닐 때 칫솔 살균기 개발을 의뢰받아 디자인한 적이 있었거든요. 매일 사용하는 물건을 살균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었죠.”

 

2016년 중국 광저우 켄톤페어에서 디자인티엠티 직원들과의 단체 사진. /정요한 대표 제공

 

본앤메이드 이름을 달고 처음 나온 제품은 ‘도마살균기’다. “식당에서 도마살균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유심히 봤습니다. 업소용 도마살균기를 집에 있는 싱크대에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접근했어요. 알고 보면 음식물 처리기도 원래는 공장이나 큰 식당에서만 쓰던 겁니다. 지금은 일반 가정에서 많이들 쓰죠. 도마살균기도 음식물 처리기처럼 대중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2016년 출시 첫 해 바로 연 매출 12억 원을 찍었다. 이듬해에는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디자인 이노베이션 랩(Design Innovation Lab)에서 180개 참가기업 중 1위에 올라 상금 1억 원을 받았다. “소비자들도 베이킹파우더로 도마를 하나하나 세척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가정용 도마살균기의 등장을 반가워했죠.”

 

본앤메이드 도마살균기는 2015년 글로벌생활명품으로 선정됐다. /정요한 대표 제공

 

중국산 제품 보고 놀라서 개발

정 대표의 시선은 주방에서 현관으로 옮겨갔다. 신발에서 나는 냄새는 차치하고 세균을 없애고 싶었다. 신발은 습하고 따뜻한 환경에서 번식하는 세균이 가장 좋아할 만한 장소다. 세균 번식을 확실하게 막아주면서도 사용성이 뛰어난 제품이 시중에 없었다.

 

“시중에 판매 중인 저가형 중국산 신발살균기를 보고선 기함했어요. 글쎄 살균보다 건조에 치중해서인지 온열풍이 나오게 했더군요. 고온이 아닌 적당히 따뜻한 바람으로는 살균은커녕 세균을 더 번식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열 때문에 신발이 변형되는 건 덤이죠.”

 

사용성을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기존에 신발을 살균할 때 ‘번거로운 행위’를 줄이는 게 핵심이었다. “신발 한 짝씩 끼우는 행위, 전원 코드를 꽂고 뽑는 행위가 사소해 보여도 사용할 때마다 해야 한다면 귀찮거든요.”

 

본앤메이드가 개발한 신발살균건조기(https://bit.ly/3hOTPy9)는 직접 살균기에 전원을 공급하는 대신 전용거치대를 통해 미리 충전해 놓는 방식이다. 집으로 들어오자마자 거치대에 꽂혀있던 신발살균기를 뽑아 방금 벗어둔 신발에 끼우기만 하면 된다. 신발 한 짝씩 끼우는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말발굽형태인 U자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열풍 대신 자연풍으로 신발을 건조시키도록 만들었다. “4개의 팬이 1시간 동안 돌아가면서 주변의 자연공기를 흡입해 자연풍을 발생시켜 습기를 제거하는 방식입니다. 최대 3시간까지 작동시킬 수 있죠.”

 

신발살균건조기를 사용하는 모습. /더비비드

 

살균 효과를 높이기 위해 UV-C 광선을 썼다. “저가형 제품은 UV-A 광선을 쓰느데, 최소 3시간 이상 노출시켜야 살균 효과가 있습니다. UV-C 광선은 그보다 15배 이상 강력합니다. 단 10분이면 바이러스와 세균이 사라지더군요.”

 

 

다만 UV-C광원은 장시간 눈이나 피부에 쏘게 되면 시력이 손상되는 등 위험하다는 단점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도 감지 센서’를 달았다. 센서가 신발에 들어가 ‘어두움’을 감지해야만 작동하도록 했다.

 

가격은 12만8000원으로 저가형 중국산 제품보다 비싸고 대기업의 슈드레서보다는 저렴하다. “대기업에서 나오는 슈드레서는 가격도 비싸거니와 부피가 큽니다. 1~2인 가구에서 현관에 미니냉장고 만한 슈드레서를 놓기는 부담스럽죠. 본앤메이드 신발살균건조기는 손바닥만 한 면적이면 됩니다. 전용 거치대를 놓을 자리죠.”

 

본앤메이드에서 개발한 신발살균건조기. /정요한 대표 제공

 

솔로 데뷔 소감 “만만찮다”

디자인 전문회사인 ‘디자인티엠티’와 가정용 살균제품 전문회사인 ‘본앤메이드’는 창업할 때부터 지금까지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다. “모두 제가 운영하고 있지만 두 회사는 완전히 다릅니다. 한 배에서 난 자식이라도 다 다르게 크는 것처럼요. 디자이너로 일하다 창업을 하니 갓 솔로 활동을 시작한 멤버가 된 기분이랄까요. 모든 영역을 소화하려니 힘에 부치더라고요.”

 

대표 직함을 단 순간부터 소비자와의 소통이 가장 큰 숙제였다. 디자이너는 소비자를 직접 대면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자이너답게 접근하기로 했다. “제품 사용법이나 A/S 문의를 받으면 수치로 답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그림이나 도면을 제공했어요. 영상을 찍어서 보내드린 적도 있죠.”

 

살균 제품 카테고리만은 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다. “생산라인의 문제로 6개월 간 매출이 0원이었던 적도 있었고, 코로나로 큰 투자 기회를 놓치기도 했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는 처음으로 돌아갔습니다. 신제품을 연구하고 디자인하면서 재기를 노린거죠. 그렇게 개발한 제품이 신발살균건조기입니다. 앞으로도 단순히 새로운 제품이 아니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세상에 없던 카테고리를 만들 상품을 내놓겠습니다.”

이영지 더비비드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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